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팥트랏슈 Jan 20. 2022

28살, 붕어빵 장사를 하게 되다 4

붕어빵 사주세요

우여곡절 첫 오픈날을 마친 뭉이와 정이.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난 후 어떻게 되었을까?


08. 바람동에서 슈퍼 루키가 되다.

혹시 이런 뉴스 보신 적 있나요? 

「겨울철 보기 힘든 서민 간식 붕어빵.... 」

「붕어빵 재료 인상에 사라져 가는 붕어빵 장사... 」

등등 이러한 뉴스 말이에요. 뭉이와 저는 이러한 뉴스에 대해 깊은 공감을 했습니다. 실제로 매해마다 붕어빵 오시는 아주머니가 계셨는데 몇 년째 보이지가 않았습니다. 붕어빵 보기가 힘들어서 우리가 먹고자 장사한 건데 웬걸? 먹는 것에 진심인 한국인들 아니랄까 봐 붕어빵을 참 좋아하셨습니다. 오픈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인기가 많았습니다. 붕어빵 생겨서 너무 좋다고 덕담해주시는 손님들도 많았어요. 말 그대로 남녀노소 저희를 반겨주셨습니다. 내심 안 좋게 볼까 봐 걱정했었거든요. 2000년대 초반 뮤직비디오에 나올법한 장면도 상상했어요. 조폭들이 들이닥치면서 누구 맘대로 장사하는 거야~! 우당당탕 횡포 부리는 장면이요. 무튼, 그런 일은 다행히 일어나지 않았어요. 그리고 붕어빵을 사 가시는 손님들 중에서 저희에 대해 물어보시는 손님들도 꽤나 많이 있었습니다. 일하면서 들은 재밌는 루머도 생겼습니다. (물론 각자 다른 손님들이 말씀해주셨어요.)


루머 1. 수능 끝나고 학비 벌려는 학생들이다

루머 2. 아빠가 붕어빵 장사를 하는데 아르바이트식으로 도와주는 효녀다. (저희 아빠가 몇 번 가게에 들린 걸 본 것 같아요)

루머 3. 대학생이 생활비 벌려고 기특하게 장사한다.

루머 4. 고등학생들이 재미 삼아 아르바이트를 한다.


대부분 저희를 어리게(?) 봐주셔서 생긴 루머였습니다. 실제로 얼굴이 동안인 건 아니지만 장사하기엔 어려 보여서 그렇게 생각하신 것 같아요. 루머 1과 루머 3이 가장 압도적이었습니다. 학생들이 고생한다고 더 사 주시는 손님들도 있었어요. 물론 저희 나이를 듣고는 이와 같은 루머도 사라졌습니다. 정말 신기한 게 장사하고 한 달쯤 넘어갈 때는 나이 묻는 손님이 사라졌거든요. 하하하

학생들한테도 인기였어요. 생각지도 못했는데 저녁시간 때는 학원이 끝나는 시간 때여서 수업 끝나고 출출하니까 지나가다 사 먹는 학생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애들이 수줍어하면서 여기 붕어빵이 요즘 인기라고 말해줄 때 너무 귀여웠었습니다. 이게 요식업 하는 사람들의 힐링인 건가? 

심지어는 옆동네에서까지 왔습니다. 붕어빵을 파는 곳이 많지 않아서 여기까지 왔다고 말씀해주실 때 기쁘고 놀랍기도 했었습니다. 그렇게 저희 붕어빵은 바람동의 슈퍼 루키가 되었습니다.



09. 저희 예쁘게 봐주세요! : 마케팅 담당 정이 역할

 첫 오픈날 제 계획은 주변 상권에 붕어빵을 돌리려고 했었습니다. 괜히 밉보여서 좋을 건 없으니까요. 하지만 첫 오픈 후 일주일간은 너무나도 바빴습니다. 재료가 금방 동나기 일쑤였죠. 오히려 주변 상권 사장님들이 저희를 먼저 방문해서 붕어빵을 사 가셨습니다. 일주일이 지나고 저는 하루 날 잡고 주변 상권(편의점, 음식점 위주)에 방문해서 붕어빵을 돌렸습니다. 한 가게당 팥 붕어빵 2개, 슈크림빵 2개 총 4마리에 2천 원어치 7 군대를 돌렸으니 14,000원 손해 일진 모르겠지만, 전 전혀 손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앞으로에 대한 투자라고 생각했습니다. 인사겸 '저희 좀 예쁘게 봐주세요~'란 의미도 있었고, 또 맛봐서 괜찮으면 저희 단골손님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가게에 들어갈 때마다 사장님들은 다 저를 어리둥절하게 쳐다봤습니다. 누가 봐도 붕어빵 장사하다가 뛰어온 복장이었거든요. 수줍게 붕어빵을 내밀면서 인사겸 떡 대신 돌렸다고 드리면 그제야 환하게 웃으시면서 감사하다고 하셨습니다. 그때 긴장했던 제 마음도 사르르 풀렸어요. 가게 사장님들도 저희 정체가 궁금했다며 제 신상에 대해 폭풍 질문을 하셨고 제 나이를 말하자 놀래셨습니다. 하하.

그렇게 7군데 중 4군데는 실제로 저희 가게의 단골이 되어주셨고 여유가 될 때는 발을 더 넓혀 미용실까지 단골손님으로 만들었습니다. 


또 붕어빵 어플 지도 앱(앱 이름: 가슴속 3천원)의 존재를 알고 있던 저는 바로 등록도 하고 홍보도 했습니다. 지역 커뮤티니인 당근 앱도 활용하고자 했지만 오픈했냐, 안했냐 댓글 밑 채팅이 많아질 것 같아 그건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붕어빵 마차에 운영시간을 정해놨습니다. 행여 헛걸음하는 사람이 없게끔요. 


Tip: 붕어빵 1마리에 500원이라서 주변 상권에 돌리기에 아까움을 느낄 수도 있지만, 멀리 내다봤을 때 여러모로 중요한 투자이므로 아까워하지 말고 개업 떡 돌리듯이 인사겸 눈도장을 예쁘게 찍자!
Tip: 붕어빵 장사가 주된 업무이거나, 핸드폰으로 손님과 빠른 소통을 할 수 있는 짬이 된다면 각종 SNS나 본인의 핸드폰 번호를 공개해서 더 많은 손님을 잡을 수도 있다. 하지만 투잡이거나 그럴 여유가 없다면 강하게 비추한다. 특히나 핸드폰 공개는 신중히 해야 한다. 그 이유는 다음 편에... 계속!


작가의 이전글 28살, 붕어빵 장사를 하게 되다 3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