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 사세요
붕어빵 첫 장사 날! 그러나 뭉이와 싸우게 된 정이...
한 번도 붕어빵을 만들어 본 적 없는 정이는 밀어닥치는 손님을 감당해 낼 수 있을까?
06. 붕어빵 틀은 뜨겁지만 내 맘은 싸늘해
막상 붕어빵을 만들어보니 만드는 건 초등학생도 할 수 있을 정도로 쉬웠어요. 틀에 반죽을 조금 붓고, 팥을 넣고, 다시 반죽을 팥 위에 뿌려주면 끝!
물론 스킬이 필요한 건 사실이에요. 판을 빙글빙글 돌리면서 붕어빵이 익었는지 안 익었는지 불 조절을 잘해야 하거든요. 처음이다 보니 당연히 붕어빵을 태우기도 했어요. 게다가 돈을 거슬러 주어야 하는데 빵집은 손으로 돈을 만질 수도 없으니 장갑을 벗었다 꼈다 하는 것도 비효율 적이었어요. 순간 왜 붕어빵 장사하시는 분들이 돈통에 돈 두고 가라고 한 이유를 깨닫게 되었어요. (역시 고수들은 다 이유가 있어)
옆에서 뭉이는 저에게 차분히 해도 된다고 용기를 북돋아 주었지만.... 앞에 손님들은 같은 마음이 아니잖아!
빨리 붕어빵을 줬으면 하는 손님들의 눈빛이 너무 따가웠습니다. 제 등에서는 땀이 나기 시작했고 그렇게 20분이 후딱 지나가려 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뭉이에게 마지막 애원을 했습니다.
"뭉이야 나 진짜 마감 타임은 내가 하기로 했고 나 혼자 해도 된다고는 했지만... 오늘만은 옆에 있어주면 안 돼?"
"아 나도 아저씨한테 2시간밖에 안 배웠어! 심지어 그중에서 제대로 배운건 1시간도 안돼!"
"... 그래 알았다 가라."
"미안해 나 진짜 힘들어서 갈게."
에라이 염병할~ 어른들이 친구랑 동업하는 거 아니라고 하더니만, 어떻게 첫날부터 그걸 깨닫게 되지?
멀어져 가는 뭉이를 보며 전 아르바이트생 시절이 떠올랐어요. 하나부터 열까지 알려주는 사장님이 있는가 하면 틱~ 알려주고 가버리는 사장님도 있잖아요. 한때 바람동 유명 빙수 가게에서 일한 적이 있었는데, 일하는 첫날 커피머신(반자동) 내리는 것만 알려주고 급한일이 있다며 가버리는 사장님이 가장 역대급이었던 게 기억이 났었습니다. 그 상황에 당황한 저는 사장님께 커피 외 음료를 손님이 주문하면 어떻게 하냐고 물었더니, 사장님 왈
"겨울이라서~ 안 시킬걸? 일 있으면 전화해!"
라고 말을 남기며 가버리셨습니다. 매장을 혼자 지키는 상황에 벙쪘고 아니나 다를까 손님들은 커피 외 음료를 시키셨으며, 설상가상 포스기에서 배워보지도 못한 기프티콘 사용을 해야 했었죠. 사장님은 전화도 안 받고 진땀 뺐던 기억이 새삼스럽게 새록새록 났었습니다.
뭐, 불행 중 다행인 건 뭉이는 요가가 끝나면 돌아온다고 했었고 붕어빵 만들기는 어려운 프로세서가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홀로 일하는 동안 등에서 땀이 뻘뻘 났지만 제 마음은 싸늘해져가고 있었습니다.
07. 그럼에도 뭉이 너와 일할래
뭉이가 정말 야속했지만 평소 뭉이의 성격을 알기 때문에 강하게 화를 못 낸 것도 있었습니다. 뭉이는 가르치는걸 업으로 삼을 정도로 애들을 좋아하고 화도 잘 안내는 성격이거든요. 그런 애가 저렇게 완강하게 나오다니... 살짝 놀라기도 했었습니다. 그리고 왕년에 알바몬이었던 제 손 실력이 어디 안 가기도 했었습니다. 손이 야무지다는 소리를 종종 들었거든요(호호호) 하다 보니 또 잘 만들기도 했었습니다. 정신 차려보니 1시간이 지나가 있었고 뭉이는 숨을 헐떡이며 붕어빵 마차로 뛰어들어왔었습니다.
"헉헉... 정이야 많이 힘들었어? 미안해. 빨리 오려고 했는데 오늘따라 요가 쌤이 말씀을 길게 하셔서... 헉..."
"... 뭘 또 뛰어 오고 그래."
"아니야 미안해... 진짜 힘들어서 어쩔 수 없었어."
"그래 니가 그렇게 단호하게 말할 정도면 어지간히 힘들었나 보다 했어."
에휴, 얘한테 화를 더 내봤자 무얼 하나 싶었습니다. 막상 또 숨을 헐떡이며 뛰어온 뭉이의 초췌한 모습을 보니 짠하기도 해서 마음이 조금씩 녹고 있었습니다. 이래서 우리가 10년 넘도록 친구인 건가 싶었습니다.
"정이 근데 너 그거 조금 배웠는데 잘 만든다~"
"훗 뭐~ 내 야무진 손길이 어디 가겠어~?"
"^^... 그래그래~"
"우리 8시 반까지만 하고 마감하자."
"좋아!"
그렇게 8시 반에 판매를 마치고 마감 청소까지 하니 9시 반이 되었습니다. 오랜만에 서있어서 그런지 허리며 무릎이며 성한 곳이 없었습니다. 20대 초반만 해도 3~4시간 서서 일하는 건 껌이었는데... 이게 어떻게 된 걸까요. 이게 직장인 몸뚱아리와 야속한 세월의 콜라보인 걸까요? 뭉이와 저는 후들후들거리며 집에 가려던 차...
"야... 오늘 치맥 할래?"
"큭... 당연하지. 우리 집으로 가자"
"역쉬~ 우리 뭉이~ 그럼 나 먹고 싶은 걸로 주문한다~"
뭉이네 집에 가니 뭉이네 가족들이 쉬고 있었습니다. 뭉이네 가족들과도 여러 번 본 사이라 다 같이 치킨을 뜯으며 붕어빵 판매 토크를 이어갔습니다.
"어머님! 글쎄 뭉이가 저 버리고 간 거 있죠~!"
"아 정말 나 힘들었어... 화장실도 가고 싶었고..."
"알았어. 알았어. 근데 오늘 우리가 얼마 번거야?"
"음... XX만원?" (붕어빵 수익금 관련 얘기는 차차 말씀드리려고 해요.)
"뭐어~? XX만원? 대박인데? 오픈빨 죽이네. 캬~"
노동 후에 먹는 맥주란! 술이 참 달았습니다.
"근데 재료값 때고 하면... YY만원이 우리 순수익인 것 같아."
저는 멍하니 뭉이를 바라보았습니다. YY만원은 XX만원의 절반이었거든요.
"야... 그럼... 나 돈은... 어떻게 가져가...?"
"음... 고민해 볼게."
뭉이의 고민한다는 말에 뭉이 가족들은 제 판매금을 어떻게 줘야 할지 논의를 하고 있었습니다. 시급제로 해야 한다, 판매량으로 해야 한다 등등...
저는 한 발짝 떨어져서 맥주를 홀짝거렸습니다. 어쩐지 뭉이 가족들이 신나 보였거든요. 공대생 출신인 뭉이의 동생이 시급으로 계산해본 결과... 제 시급은 3천 원대였습니다. 아니, 그건 90년대 시급 아녀?
순간 머리가 아찔해졌습니다. 충격받은 제 표정을 본 뭉이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 정이 성격 내가 뻔히 다 아는데 시급을 그렇게 말해버리면 어떡해. 그냥 한 달 뒤에 나온 수익금에서 분배할게."
"하하~... 그래 그렇게 해~"
그러자 뭉이 가족들은 어떻게 수익금을 분배해야 하는지 다시 설왕설래가 시작되었습니다. 그 속에 낀 저는 치킨무를 와그작거리며 맥주를 홀짝였습니다. 이 붕어빵 장사... 괜찮은 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