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 사세요
"붕어빵 장사하고 싶다~ 붕어빵 먹고 싶어!"
친구가 그저 하는 소린 줄 알았는데 어느 날 돌연 다음 주부터 장사를 한다고 선언했고!
진짜 장사하면 도와준다는 약속을 해버렸기에 얼결에 동업자가 되어버린 나!
04. 들뜬 마음으로 메뉴를 상상해 보아요~
붕어빵 장사를 정말 하기로 했다니! 내 친구지만 추진력 하나는 대단하다고 느꼈어요. 실제로 하는 사람이 있을 줄이야... 내 친구 뭉이와 저는 카페에 들어가 붕어빵 회의를 열었죠. 어쩐지 저희는 설레고 들뜨기 시작했습니다.
뭉이는 CEO
나는 이사
둘이 희희낙락 거리며 직급을 정했으니 역할 분담을 나눴습니다. 뭉이가 사장이기도 하고 수학 쪽에는 빠삭해서 자연스럽게 회계담당을 하였고, 반면 저는 서비스직과 마케팅을 하면서 얻은 경험을 살려 도움을 주기로 했습니다.
자, 대충 역할을 정했으니 메뉴를 정해볼까요?
"역시 오리지널 팥은 꼭 있어야겠고...."
"대세인 슈크림을 뺄 수도 없지..."
"야 근데 피자 붕어빵 인터넷에서 핫하던데 우리도 그거 하자!"
"오키오키. 그리고 초콜릿 붕어빵은 어때?"
"오~ 초콜릿 넣으면 뚝딱 일 것 같은데? 야 파생으로 다크 초콜릿 붕어빵은 어때?"
뭉이와 나는 주체 못 할 아드레날린을 뿜으며 하하호호 회의를 계속했습니다.
"그럼... 가격은 어떻게 정할까?"
처음에는 팥 3마리에 천 원. 슈크림 3마리에 천 원. 이렇게 두 가지 메뉴만 우선 팔아보기로 했습니다. 그때는 재료값이 얼마인지는 알고 있었지만, 얼마만큼 팔 수 있을지 가늠이 안되었거든요. 그래서 대충 세 마리에 천 원이라고 정했었습니다. 붕어빵 마차를 설치하기 전날까지 어찌나 두근두근 거리던지요. 과연 우리가 잘할 수 있을까? 손님이 안 오시면 어쩌지? 장사가 안 되거나 신고당하면? 그저 우린 우리가 먹고 싶어서 시작한 건데...
이러한 고민을 안고 며칠간은 밤잠을 설쳤습니다.
05. 장사 오픈 D-DAY : 싸움의 불씨
주말에 첫 오픈을 하면 좋으련만, 뭉이는 평일로 오픈날을 정했습니다. 하여 낮에 붕어빵 설치 및 제조 기술을 붕어빵 마차 임대 사장님께 뭉이가 배우기로 했습니다.
저는 퇴근 후 지옥 같은 러시아워를 뚫고 저녁밥도 스킵하고 붕어빵 마차로 가니, 오호라~ 진짜 붕어빵 마차가 있는 것 아니겠어요? 설레는 맘으로 붕어빵 마차에 다가가는데...
'오? 생각보다 사람들이 서있네?'
의외의 마음으로 뭉이를 바라보니, 헉! 뭉이의 몰골은 처참했었습니다. 뭉이는 기계처럼 붕어빵을 굽고 있었습니다.
'이... 이게 오픈빨이라는 건가...?'
정신을 차려보니 아까보다 손님은 밀려들고 있었고 매대에 있는 붕어빵은 올리기가 무섭게 동나고 있었습니다.
"뭉이야... 괜찮아?"
"정이야... 살려죠 ㅠ.ㅠ"
뭉이에게 상황 설명을 듣기도 전에 손님들은 계속 왔습니다.
"엇, 어서 오세요! 어떻게 드릴까요?"
"붕어빵 얼마예요?"
"세마ㄹ..."
"두 마리에 천 원이에요~!"
... 응? 우리 세 마리에 천 원 하기로 하지 않았나? 싶었지만, 뭉이는 내게 눈치를 살짝 보내며 붕어빵을 구웠습니다. 10년 지기의 세월이란 게 이런 걸까요? 전 그냥 척하면 착하고 알아먹고 조용히 있었습니다. 손님이 잠깐 안 계실 때 뭉이는 붕어빵 가격 변경 이야기를 해줬습니다.
"재료값이랑 가스비 생각하면 절대 세 마리에 천 원은 할 수가 없겠더라..."
"그래? 알겠어~"
하긴 생각해보니 바람동에 있는 다른 붕어빵집은 올해부터 두 마리에 천 원으로 팔기 시작했습니다. 물가가 오르기도 했고, 물론 옛날 생각하면 비싸다고는 느꼈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손님이 겨우 다 빠져나가자 뭉이는 내게 직접 만들어 보라며 앞치마를 넘겨줬습니다.
"자, 정이야 이제 너가 해봐"
"내가 잘할 수 있을까? 떨리네. 어떻게 하면 돼?"
"내가 옆에서 알려줄게. 아, 그리고 나 20분 뒤에 요가하러 가봐야 돼"
"뭐? 20분 만에 어떻게 배우라는 거야? 그냥 있어주면 안 돼?"
"... 정이야 나 5시간 동안 서있었어... 난 좀 쉬고 싶어..."
"아니 너 고생한 건 알겠는데 어떻게 20분 안에 배우고 혼자 장사하라는 거야. 더 붙잡지 않을 테니까 1시간만 있다가 가."
"아니 미안한데... 나 요가하러 가고 싶어. 거기서 힐링 좀 하고 싶어..."
"내가 매일 이렇게 있어달라는 것도 아니고 오늘만 있어달라는 거잖아. 첫날인데 너무한 거 아니야?"
"아 정말 미안한데... 나 진짜 힘들어서 쉬고 싶어... 미안해..."
"..."
저는 순간 엄청난 화가 밀려왔습니다. 누군 일 안 하고 왔나요? 저도 직장에서 치이다가 저녁도 거르고 부랴부랴 왔는데! 그렇게 한순간에 우리 사이의 공기는 얼어버렸습니다.
과연 붕어빵 장사 첫날에 무사히 넘어갈 수 있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