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한 날의 꿈.
그것은, 알아차리기엔 너무 빠른 섬광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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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 아주 흐릿합니다. 사실 무엇이 현실이었을까, 이런 생각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질문이 뭐였죠? 아. 맞아요. 어떻게 생존했는지였지요. 아 잠깐 목이 마른 데 물을 한잔할 수 있을까요. 감사합니다. 이 물은,,, 달군요. 아주 고마운 일입니다. 정말. 정말 감사한 일입니다.
아 이런 감상에 젖을 때가 아니었죠. 그럼, 이야기하겠습니다. 왜 이런 이야기가 궁금하신지는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습니다. 귀를 찢는듯한 소리가 가까이 날아왔고, 폭발음, 그리고 갈라지는 소리, 땅이 울리더니. 모든 게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모래가 다음엔 돌멩이가 그리고 바위가. 결국엔 하늘이. 그렇게 모든 게 무너졌습니다. 눈을 떴을 땐 겨우 세 걸음 정도의 지름의 공간에 누워있었어요. 일단…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천장을 보니 굵은 파이프들이 내리깔리면서 아치형으로 잔해들을 받치고 있었어요. 아쉽게도 그 기적 같은 확률로 만들어진 공간은 너무 좁아서 같이 있던 다섯 명 중 겨우 저 혼자만 살아남았어요. 아, 맞습니다. 그 사진에 그대로 있군요. 맞아요. 다만. 너무 자세히 보여주시진 마십시오. 아. 아닙니다. 미안해하지 마십시오. 괜찮습니다.
며칠이 지났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사람들이 12일 만에 구출됐다고 하지만, 제가 그걸 알 수 있진 않았으니까요. 그저 전해 듣는 이야기로 가늠해 볼 뿐입니다. 다행스럽게 천장의 파이프에선 물이 흘러나왔으니까요. 우리는 전시 중에 투입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다행히 보급품들도 거의 그대로였습니다. 아주, 아주 잘게 쪼개 나눠 먹으면서 버텼을 뿐입니다.
아… 그것 말입니다. 맞아요. 그 고양이도 같이 갇혀있었어요. 안타깝게도 머리와 척추를 크게 다쳐 눈이 안 보이고 뒷다리를 움직일 수 없었어요. 겨우 건네주는 걸 받아먹는 게 전부였던 고양이였습니다. 이 상황을 판단할 순 없었는지 그저 소리와 감각으로 제가 다가오는 걸 알았죠. 그리도 ‘단 한 번도’ 경계를 푸는 법은 없었습니다. 뭐 그런데도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이 모든 일이 우리의 죄니까요. 그 아이는 아마 알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사람의 싸움이란 게, 이렇게 많은 걸 파괴할 수 있다는 사실을요. 누구를 원망해야 하는지를 말입니다.
그녀의 이름을 캐시라고 부르겠습니다. 왜냐하면 전, 이 이야기를 꼭 하고 싶거든요. 안 됩니다. 이 이야기를 기록해 주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더 이상의 인터뷰는 진행할 수 없습니다. 고집을 부려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꼭 이야기하게 해 주십시오.
캐시는 안타깝게도 임신 중이었습니다. 그 새끼가 태어나는 게 이른 지, 늦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마 하반신의 힘이 빠지면서 그저 주르륵, 흘러나왔던 모양입니다. 정말, 정말 살리고 싶었습니다만, 젖을 물리지 못해서인지 겨우 하나만이 저를 향해 기어 왔습니다. 그 무더기에서 겨우 한 마리만이, 살려고, 살아보려고 몸부림치는 모양이었습니다. 캐시는 제가 다가가는 걸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아마 저는 그때부터 정말 ‘살아야겠다’라는 생각을 한 걸지도 모릅니다. 그렇다고 무언갈 할 수 있는 건 아니었지만, 그 아이의 몸에 붙은 어혈을 씻기고, 설탕을 섞은 가루우유를 먹였습니다. 이제 곧 구조대가 올 거라고. 지극하게 보살피면서. 무언가를 살린다는 게 내가 사는 이유가 된다는 것. 참 재밌는 일입니다. 하지만, 정말 그랬습니다.
그 뒤의 기억들은 희미합니다. 정말, 정말 오랜 시간이 지났다는 것만 알 수 있었습니다. 눈이 부실 정도의 광휘가 그 공간에 들어왔을 때도 그저 그림자로만 기억합니다. 다만 고양이를 구해달라고, 소리를 쳤던 사실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게 겨우 이틀 전 이야기군요. 기억이 나는 게 별로 없어 벌써 이렇게 아득한 기분이 드는 게 이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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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네, 그 고양이들이 어떻게 됐는지도, 나중에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캐시가, 그 새끼를 찢어 죽였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가깝게 두자, 순식간에 그 얇디얇은 뱃가죽에 발톱을 휘둘러, 그대로 찢어 죽였다고 말입니다.
이유를 생각해 보려고 했습니다. 인간의 음식을 먹어 체취가 바뀐 거라는 이유는 들었습니다. 사람의 손을 탔다는 게 그 이유라고, 캐시는 눈이 멀어서 후각 말고는 알아챌 수 있는 게 없으니까 말입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뭐 분명 그랬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인간에 대한 원망이었으면, 전 차라리 다행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이건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아… 제 생각 말입니까.
그게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다만 당장 내일도 당신도 나도 죽을 수 있다는 걸 굳이 말해야 알 수 있는 걸까요.
부조리함을 생각합니다. 그것도 그냥, 일어난 일일 뿐일지도 모릅니다. 어떤 이유에서든 해석이란 건 변명이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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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피곤하네요. 죄송합니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해도 되겠습니까.
그런데, 왜 그런 표정이 되셨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