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벨 바그>

최악의 영화!

by 후기록

<누벨 바그> (2025)


이번 주말에는 고대하던 <누벨바그>를 보고 왔어요. 어째 보고 온 사람마다 ‘최악의 영화!’라고 하면서 추천해 주니 원,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더라고요.


개성이 강한 캐릭터들이 <네 멋대로 해라>라는 영화를 찍는 과정을 그린 영화예요. 미리 말씀을 드리자면 저는 <네 멋대로 해라>도 안 봤고, 작중 언급되는 <400번의 구타> 역시 보지 못한, 조금은 아쉬운 배경지식을 안고 관람을 시작했습니다.


단순한 인상으로 이야기를 열어보자면, 상당히 유머러스한 영화였어요. ‘영화를 만든다’라는 공동 목표를 향해 협업한다는 점에서 <오션스>나 <이탈리안 잡> 같은 ‘팀업 무비’를 보는 듯한 기분도 들더라고요. 초반부에 (아는 만큼 보인다는) 수많은 인물이 등장해 잠시 혼란스럽기도 했지만, 그 지점이 지나고 나면 주인공 고다드가 지휘하는 특유의 리듬으로 영화가 완성되는 과정에 금세 몰입하게 됩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감응이 컸던 지점은 영화의 주축인 ’ 영화 만들기‘ 그 자체예요. <네 멋대로 해라>가 위대한 걸작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제작 과정에선 고다드를 제외한 대부분의 인원이 ‘그래서 우리 지금 뭐 하는 거임?’이라는 반응을 보이는 게 코믹했어요. 감독과 제작진, 배우가 소통하는 사이 피어나는 관계와 유머는 지극히 사실적이어서, 오히려 더 ‘웃프게’ 다가옵니다.


그 과정에서 고다드가 단순히 ‘천재성’을 빌미로 주변을 휘젓는 캐릭터가 아니라, 나름의 고민이나 질투심, 불안감을 드러내는 인간적인 면모가 아주 매력적이었어요. 이 영화가 상상하는 ‘누벨바그’ 시대를 거창한 ‘별들의 전쟁’으로만 박제하지 않고, 예술 역시 결국 인간이 행하는 일임을 명확히 보여준 점이 와닿았다고 할까요. 최근 본 <쇼잉 업>이 보여준 예술가의 ‘평범한 일상’처럼, 예술에 대한 묘사가 생활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이 영화가 다루는 소재가 전설적일지언정, 즐기는 데 거창한 엄숙함은 필요 없다고 느낍니다. 오히려 일종의 코미디 영화를 보듯 즐기고 나면, 어떤 심오한 의미를 찾기보다 “ㅋㅋ 아, <네 멋대로 해라> 꼭 봐야겠네ㅋㅋ”라며 낄낄거리며 극장을 나오게 된달까요? 영화는 제작 과정의 우스꽝스러움을 숨기지 않으며, 역설적으로 그 ‘우스꽝스러움’들이 모여 지독한 낭만을 만들어냅니다. 만약 이 모든 소동을 ‘꼴값’이 아닌 ‘낭만’으로 보게 되었다면, 축하드립니다. 씨네필의 자질이 싹트신 겁니다.


결론적으로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영화에 대한 가장 완벽한 비평은 영화를 만드는 것”이라는 작중 대사를 품고 작은 꿈을 키우게 됩니다. 이 영화는 제게 ‘꼴값’이 아닌 ‘낭만’을 기꺼이 선택하게 돼요. 거창한 분석에 매몰되기보다, 그저 카메라 한 대를 들고 무작정 거리로 나서고 싶게 만드는 에너지가 샘솟는달까요.


설령 그 과정이 고다드의 제작기처럼 우스꽝스러운 소동극으로 끝날지라도, 그 끝에 남는 것이 낭만이 될 것을 기대하게 됩니다. 비평이든 제작이든 형태는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저 이 영화가 제게 준 동력 그대로, 영화라는 세계에 나의 삶을 아주 살짝 기울여 담가보고 싶어 지게 되는. 그런 영화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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