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원짜리 첫사랑

by 최호랑

사고 이후 얼굴은 풍선처럼 붓고, 커다란 흉터가 가득했다. 길을 나서면 동물원의 원숭이가 된 듯했다. 모두 내 얼굴만 쳐다봤다.


그래도 나는 학교에 가고 싶었다.


설렘을 안고 교실에 발을 들였다. 모두가 나를 주목했지만, 아무도 나를 보진 않았다. 허공에 떠다니는 시선은 내 얼굴이 아닌 가슴에 박혔다. 친구들은 어색한 인사를 건네며 애써 눈을 피했다. 불편해서 죽어버릴 것만 같았다.


눈물이 맺히려던 그때, 뒷문으로 현이 들어왔다.


“어? 짝꿍! 왔냐!”


현은 옆자리에 냉큼 앉더니 당장 어제도 나와 대화를 나눈 듯이 굴었다. 삐뚤빼뚤 필기한 교과서를 뭉텅이로 보여줬다. 과학 시간에 만든 거라며 초록색 페트병 로켓을 자랑하기도 했다.


인기 많은 현이었다. 현의 행동을 아무도 뭐라 하지 못했다. 현이 사라지면 그제야 아이들은 눌러둔 눈총과 수군거림을 쏟아냈다.


체육 시간마다 담임 선생님은 그늘에서 쉬라고 했다. 나도 뛰고 싶었다. 하지만 버려진 나뭇가지로 흙만 긁었다. 더 이상 그릴 그림도 없을 때쯤, 흰 공이 굴러왔다. 고개를 드니 현이 개구지게 웃으며 뭐라고 입을 뻥긋거렸다.


‘한번 차 봐.’


망설이는 나를 재촉하듯 손짓했다. 선생님은 한 아이의 수행평가를 보고 있었다. 지금이 기회다! 벌떡 일어나 공을 뻥 찼다.


공은 현의 단짝 친구 머리를 강타했다. 현은 나에게 엄지를 척 들어 보이고는 친구 곁으로 뛰어갔다.


“야! 뭐야! 네가 찼어?”


친구에게 주먹질을 당하면서도 나를 보며 웃던 현. 웃음이 터져 나왔고, 그때는 사랑인지도 몰랐던 간질거림이 피어올랐다.


현은 불편해하는 친구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나를 꼭 끼워 다녔다. 얼굴이 왜 그러냐는 무례한 질문을 던지는 아이에겐 네 얼굴이나 걱정하라며 꿀밤을 먹이기도 했다.


그렇게 하루 이틀이 쌓이자, 다른 아이들도 나와 눈을 맞췄다. 내 속의 그늘이 조금씩 걷히고 있었다.


유난히 아픈 치료를 받고 학교로 돌아온 날, 나는 하루 종일 말이 없었다. 현은 옆에서 웃긴 표정도 지어보고, 맛있는 반찬을 덜어주기도 했다. 그래도 나는 웃지 못했다. 그날 현은 학원 수업이 취소됐다며 집까지 데려다줬다.


“너 죽을 뻔했다며. 죽었다 살아난 거로 하자.”


언덕길을 오르는데 현이 대뜸 이런 소리를 했다.


“우리 할아버지가 그랬어. 다시 살 수 있는 기회가 오면 뭐든 다 할 거라고. 그러니까 앞으로 그렇게 살아 봐!”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현은 울지 말라며 300원짜리 떡꼬치를 사줬다. 코가 꽉 막혀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묵묵히 씹었다.


다 먹어갈 때쯤 우리는 첫 일탈을 했다. 손을 잡았다. 손에 묻은 끈끈한 소스가 접착제 같아 웃겼다. 땀이 묻어나는 데도 개의치 않고 한참을 걸었다. 손을 놓고서야 부끄러움이 밀려와 인사도 못한 채 집으로 들어갔다.


사랑에 체해 잠 못 이룬 밤이었다.


가끔 아이들이 현과 나를 놀렸다. 괴물이랑 같이 다니지 말라며 우리 손을 떼어놓곤 했다. 현은 무섭게 화를 냈다. 주먹다짐을 하기도 했다. 그런 날이면 약속이나 한 듯 떡꼬치를 나눠 먹었다.


집 앞에 다다르면 현은 꼭 이 말을 하고 뛰어갔다.


“너 예쁘니까 그런 말 듣지 마!”


사는 게 힘들어 마음이 퍼석할 때면 현과 나눠 먹던 떡꼬치가 생각난다. 첫사랑은 이뤄지지 않는다는 말은 우리도 결국 피하진 못했지만, 나는 가끔 바란다. 현도 나와 먹던 300원짜리 떡꼬치를 그리워했으면 좋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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