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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라 Jun 20. 2024

나에게 평온이 되는 시간

적당한 소음과 익숙한 향기

혼자 있는 넓은 집안.

편안한 마음은 잠시, 이내 적막함과 고요가 나를 감싼다.


소파에 앉은 몸이 조금씩 나른해지고 점점 기울어지기가 벌어지다 결국 눕는다.

 

하얗고 티 없는 천장을 바라보다가 슬며시 눈을 감아본다.


 바람에 나뭇잎끼리 부딪히는 소리, 커튼이 찰랑거리는 소리, 등굣길에 늦은 아이와 엄마가 이야기하는 소리, 주차장 차단기 울리는 소리가 난다.


막 무거워지려는 눈꺼풀을 들어 올려 몸을 일으켰다가 일어서서 주방으로 간다.


잘 접어둔 원두 봉지에서 원두를 한 스쿱 퍼서 그라인더 안에 넣으려다 핸드밀로 눈을 돌린다.


전동 그라인더는 편하지만 핸드밀로 원두를 갈 때의 나의 속도 맞춘 소음이 듣기가 좋다. 핸드밀을 돌릴 때마다 원두가 부서질 때의 진동이 손등으로 전해진다. 커피를 내리기에 적당하게 갈려진 원두를 드리퍼에 털어 넣고 주전자에 따뜻한 물을 담아 커피를 내린다. 물을 머금은 원두가 풀어 올랐다가 가라앉자 커피 향이 기분 좋게 온 집안을 메꾼다.


더 이상 적막하지도 고요하지도 않다.

나의 일상 속 작은 행복이다.


내려진 커피를 얼음을 가득 채운 잔에 부어놓고 한 바퀴 젓는다.


나의 취향 맞춘 조금 연한 커피를 한 모금 들이켠다.

나의 일상 속 평온이 되는 시이다.


우리가 삶을 살아가면서 가장 필요한 것은 거창한 선물도, 화려한 모습도 아닌 그저 일상 속 작은 행복이다. 그것들이 모여 나의 평온을 이루고 가장 깊은 내면 속에 나를 마주하게 한다.


오늘도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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