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으로부터, 홀로 발걸음하기 (2)
짜오안(早安), 타이완!
대만의 열기는 상상 이상이라는 말, 대만에 다녀온 사람들로부터. 특히 한 여름에 여행을 다녀온 이들로부터 자주 들을 수 있는 말이다. 1m를 걷는 것만으로도 숨이 턱 막히는 그 답답함. 누군가 내 목을 움켜쥐고 놓지 않는 것처럼 얕은 숨을 쉬는 것조차 버거운 것이 대만의 열기다.
나는 태생적으로 더위를 몹시 싫어한다. 특히 대만의 더위는 높은 습도가 더해서 매우 후덥지근한 편이다. 때문에 대만에서 지낼 때는 항상 호텔 에어컨은 풀로 틀어 놓는다. 한국에서 조차 나는 선풍기, 에어컨에 이어 휴대용 선풍기를 상시 휴대하고, 차 안에서는 항상 가장 낮은 온도로 풀냉방을 트는 사람이다. 그렇기에 대만의 더위는 나와 상극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내가 대만에서 항상 하는 것이 있는데, 바로 아침을 먹는 것이다.
대만은 조식 문화가 매우 발달된 나라 중 한 곳이다. 그 중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것은 새벽 4시부터 오픈하여 오전 11시까지만 운영하는 조찬식당들이다. 가장 유명한 곳을 몇 가지 꼽자면 타이베이의 푸항또우장(阜杭豆漿), 가오슝의 흥륭거(興隆居), 타이중의 로우딴(肉蛋) 정도가 있다. 하지만 이런 곳들 이외에도 대만에는 무수히 많은 조찬식당이 있다. 구글 지도에 대만 아침식당(早餐)만 검색해도 지도에 무수히 많은 식당들이 표기되는 것을 볼 수 있다.
나는 대만에 있을 때, 특히 호텔에 있을 때는 웬만하면 호텔 조식을 이용하지 않는다. 흔히 나오는 토스트, 볶음밥, 소시지 등을 먹기에는 대만의 아침식사가 워낙 맛있기 때문에.
특히나 내가 좋아하는 것은 치즈가 들어간 치즈딴삥(起司蛋餅), 대만식 볶음면인 차오미엔(炒麵), 그리고 소금을 넣은 따뜻한 또우장(鹹豆漿)이다. 물론 또우장은 설탕을 넣을 수도, 차갑게 마실 수도 있으니 취향에 맞춰 먹으면 된다. 이것만 먹어도 충분히 배가 부를 수 있다.
2018년의 나는 회사 휴가 일정에 맞춰 5박 6일간 홀로 타이베이에 다녀왔었다. 그즈음 나는 4박은 3성급 호텔에, 1박은 5성급 호텔에 머무르기로 했었는데, 3성급 호텔에서는 아침식사가 기본적으로 제공이었으나, 푸석한 볶음밥, 딱딱한 베이컨, 짜기만 한 장국을 굳이 아침으로 먹고 싶지 않았다. 때문에 호텔에 도착하여 짐을 풀면서 구글에 아침 조찬식당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열 가지 정도의 식당이 호텔 근처에 있었고, 나는 가장 후기가 많고 호텔과 가까운 곳을 가기로 마음 먹었다.
그곳에서 먹은 메뉴는 간단했다. 시엔또우장(鹹豆漿)을 기본으로 치즈 딴빙, 차오미엔, 차오판, 만터우 등. 메뉴를 조금씩 달리하여 주문했다. 그곳에는 간단하게 아침을 먹을 수 있는 야외 테이블이 세 개 있었지만, 그곳에서 아침을 먹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아침 7시의 식당 앞은 부산했다. 인근 주민들의 발걸음이 지속되는 곳이었다. 식당을 운영하는 노부부 두 분은 손님이 올 때마다 환하게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외국인이었기 때문에 별다른 이야기가 오가지는 않았다. 하지만 3일을 연속으로 그곳에 방문했을 때, 주인 아주머니는 나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
“한국사람이지요?”
나는 맞다고 대답했다.
“여기 오는 한국인들은 대부분 조금씩 중국어를 할 줄 알더라고.”
그녀의 어투에서는 대만어 특유의 사투리가 강하게 느껴졌다. 권설음 하나 없는 특유의 대만식 중국어. 마치 영어로 따지자면 영국식 억양이 가득한 말을 듣고 있는 느낌이었다.
“한국으로 돌아가서도 여기 딴삥 맛은 계속 기억 날 것 같아요.”
사실 이 말을, 나는 사장님께 꼭 전하고 싶었다. 그저 흔한 딴삥이었지만, 여행 내내 나의 아침을 책임져주었던 음식. 부드러운 밀가루 위에 짭쪼름한 치즈와 계란. 삼켰을 때 느껴지는 온화한 감각들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음식을 다 먹었을 때 밀려드는 약간의 아쉬움마저 완벽했다. 그렇기에 사장님께 꼭 저 말을 전하고 싶었다. 혹여나 내 어설픈 중국어가 다른 의미가 되어버릴까 싶어 저 말을 아침부터 연습했다. 줄을 서는 내내 휴대폰에 적어 놓은 병음과 성조를 되뇌이면서 내 진심을 전달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가득했다.
대만의 여름은 정말 뜨겁고 강렬했다. 그 작은 조찬식당이 있는 골목은 아침마다 햇볕이 드는 곳이었다. 몇몇 사람들은 양산을 쓰고, 몇몇 사람들은 부채질을 하며 기다리던 곳이었다. 나는 그 틈에 섞여 휴대전화를 바라보았다. 내 진심을 꾸역꾸역 담은 문장을 바라보며 땀을 흘렸다.
호텔로 돌아온 내 손에는 아침식사가 들려 있었다. 온 몸에는 땀으로 가득했다. 입고 간 옷들은 땀에 젖어 엉망이었고, 나는 에어컨 아래에서 달아오르는 열기를 식혔다. 그리고 그날, 나는 진심을 조금이라도 전했다는 후련함을 더했다. 그렇기 때문이었을까. 그날의 에어컨 바람은 유독 시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