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만이 다일까??
중간고사 준비로 전국의 중고등학생들의 일상이 바쁘게 돌아간다. 물론 내가 가르치고 있는 학원생들도 정신없기는 마찬가지이다. 시험 범위 안에 있는 단어와 문장, 문법 등을 모두 숙지하고 단원별 문제 풀이를 하느라 평일, 휴일 할 것 없이 끊임없이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종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내기란 쉽지가 않다.
걔 중에는 선생님이 지도하는 대로 잘 따라와 주는 학생이 있는 반면에 항상 숙제와 과제를 제대로 해오지 않아 더 이상 진도를 내기가 힘든 학생도 있다. 학습에 개인차는 존재하지만 중요한 것은 의지와 성실도의 문제이다. 수업할 때 자세도 바르고 눈빛이 총기가 있는 학생들은 실수도 적고 성적이 좋은 반면에 자세가 불량하고 글씨체도 엉망이면서 공부에 열의가 없는 학생을 보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할 수밖에 없다.
사실 수업 자체가 힘들기보다는 수업 의지가 약한 사춘기 학생들과 눈에 보이지 않는 기싸움을 해야 하는 것이 더 힘이 든다. 당근과 채찍의 원리로 때로는 엄하게, 때로는 좋은 말로 읍소를 하기도 하는데 경험상 아이들의 학습 습관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스스로 동기 부여를 하고 생각의 변화를 꾀하지 않는 한 개선의 여지는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모든 아이들이 사랑스럽고 예쁘다.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아이들을 사랑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게 들릴 수는 있으나 내가 내 아이를 너무 사랑하는 만큼 그들도 각 가정에서 귀하고 사랑스러운 존재임을 알기에 더더욱 소중하게 대하고 있다. 그러므로 모두가 맡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으면 하는 욕심을 부리게 된다. 그러나 아이들은 아이들이다. 잠깐 변화된 모습을 보이다가도 며칠도 안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모습을 볼 때면 실망감을 넘어 화가 날 때도 있다.
현 인문계 고등학교 한 반 25명이 정원일 때 모의고사 영어 성적이 2등급 안으로 나오는 학생 수는 1~ 3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절대 평가인 영어에서 이 정도라는 것은 타 과목은 1~2등급 맞기가 더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니 대학문, 아니 in서울을 한다는 것은 평범한 인문계고에서 전교 1~3등 정도만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로 제일 안타까운 경우는 3~4등급 친구들이다. 그들은 나름대로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으나 이미 상위권을 점유한 친구들을 제치고 올라가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나머지 공부에 취미가 없는 학생들까지 그 경쟁의 구도에 끼인 채 하고 싶지도 않은 공부를 억지로 강요하는 것이야말로 효율의 측면에서나 상식의 측면에서도 옳지 않다고 본다.
신은 누구에게나 각 개인에 맞는 재능을 주셨다. 꼭 공부가 아니더라도 여러 방면에서 유능함을 보이거나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열정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는 친구들도 많기 때문이다. 삶의 방향은 너무나 다양하다. 자기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서 일찍부터 진로를 정하고 즐겁게 나아가는 것이 더 현명한 방법일 것 같다.
우리 교육시스템은 항상 학생들을 오와 열을 세워 우와 열을 가려왔다. 이른바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했는데 정권이 바뀔 때마다 1회성에 그치거나 그마저도 실효성이 없는 정책들을 가지고 나오니 전국의 학생들과 학부모들만 길을 잃고 우왕좌왕할 뿐이다. 우리 교육의 근본적인 문제와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한 진지한 모색 없이는 졸속행정일 뿐만 아니라 어쩌면 교육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일 수 있다.
바라건대 대한민국의 모든 학생들의 미래와 앞으로 태어날 후손들의 꿈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단순 경쟁이 아닌 아이들 하나하나가 존중받고 즐겁게 공부할 수 있는 환경에서 각자 맡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