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사귀는 법
대학원에 와서 많은 것을 잃었지만 가장 크게 잃은 것을 꼽으라 한다면 아마 사회성일 것이다. 사람들과 약속 잡기도 쉽지 않고 매일 보던 사람들만 보고 있으니 새로운 사람을 사귀는 법, 사람과 친해지는 법을 다 까먹었다. 아니 그렇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날의 만남은 갑작스러웠으나 내가 먼저 용기 내었고 우리 동네에서 번개로 한 친구를 만나게 되었다. 연락은 종종 하던 친구였지만 밥을 먹었던 적은 두 번째라 처음에는 어색하지 않을까 걱정이었다. 그래서 그냥 그런 인연처럼 흔한 약속처럼 점심 먹고 카페 갔다가 헤어지려고 저녁에 가족들이랑 삼겹살 먹자고 말해놓았기도 했었다. 실제로 점심 먹을 때에는 약간 어색했다. 카페 가서도 시시콜콜한 얘기들? 교회 얘기 조금 일 조금 책 조금 읽다가 그저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오후 5시쯤 되었을 때에 그 친구가 자연스럽게 저녁 먹으러 가자고 말해서 나는 “어.. 어… 그래” 하고 카페를 나왔다. 하루에 밥을 한 사람과 두 번 먹는 게 남자친구 아닌 이상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낯설면서도 신기하면서도 이상했다. 그렇게 분위기가 약간 풀린 채로 저녁도 먹으러 갔다. 저녁 먹고 난 뒤에는 같이 걸으면서 야경을 보러 근처 전망대에 올라갔다.
해 지기 전에 올라갔다가 10시에 내려왔으니 거의 4시간 동안은 얘기했던 걸까. 이때 서로의 가장 약한 부분들에 대해 얘기하고 들어주고 공감해 주고 고민해 주는 시간들을 지나 서로를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 잔잔한 공감이 필요했던 나에게 그 친구와의 대화는 평안을 가져다주었다. 그 친구의 말처럼 오래도록 기억될 하루였고 지금도 그날을 떠올리면 마음이 편해진다.
그 친구 얘기를 좀 해볼까 한다. 내가 본 그 아이는 방향성이 확고하고 사람에 대한 애정이 많으며 싫은 길도 옳다고 생각하면 행할 줄 아는 용기를 가진 사람이다. 그 점이 나와 비슷하면서도 달라서 보고 많이 배우기도 하고, 그 친구가 하는 고민들이 내가 했던 고민들이라서 서로에게 더 깊이 공감해 줄 수 있었다. 최근 나에게 있었던 가장 큰 어려움도 그 친구가 같이 깊이 고민해 주고, 무조건 내 편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봐줄 수 있는 존재이기도 해서 더 의지가 되었다.
사람 사귀는 법을 다 까먹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저 나에게 사람이 다가와주기만을 기다리며 울타리를 쳐놓고 있었다.
하지만 그 친구의 지지 섞인 말들이 공감해 주는 모습들이
나도 그 친구에게 그렇게 해주고 싶게 만들었고
좋은 관계성을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사람에게 상처받은 만큼 사람에게 치유받는다는 말이 떠오른다.
마음의 밭을 키우는 연습을 해야겠다. 내 마음이 닿는 곳이 일 뿐만이 아니라 사람에게도 닿기를 바란다. 바쁘다고 피곤하다고 하는 핑계섞인 말보다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를 생각하고 너가 보고 싶어서 약속을 잡고 연락을 하는 것이 어쩔 땐 나에게 또 하나의 기쁨이 될 수 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