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이 한국으로 돌아간 날
부모님과 동생이 약 한 달간의 미국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간 날, 기가 막힌 타이밍으로 UPS 배달로 친구의 깜짝 선물이 와 있었다.
지난 한 달간, 친구들이 놀러 오고 가족들과 함께 지내면서 그들이 채워주는 온기가 참 따스했다. 때론 가족들을 챙겨야 되어서 정신이 없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행복했다. 오디오가 빌 틈 없이 이어지는 대화와 웃음. 오랜만에 먹는 엄마의 집밥. 곳곳에 동생과 아빠의 손길이 묻어나있는 깔끔한 집. 일로 쳇바퀴 같은 일상 속에 잠깐이나마 가족들과 함께 먹는 점심과 저녁, 산책이 그날의 특별함을 더해주었다.
그래서인지 가족들이 한국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이 나도 모르게 서글펐던 것 같다. 부모님과 동생이 떠나기 3일 전, 가족이 귀국하는 꿈을 꿨다. 그 동안 꿈속에서는 언제나 무의식 중에 내 마음속의 풀리지 않은 불안들이 발현되어 나타났다. 그래서 잠에서 깬 후 방금 꾼 꿈을 되새기며 '아, 내가 가족이 떠나는 걸 꽤 많이 속상해하고 있구나'라는 걸 깨달았다.
내가 한국에서 미국으로 다시 돌아갈 때와는 또 다른 마음이었다.
이번에는 내가 떠나보내는 이였다.
가족들을 공항에서 보내고 오는 길.
분명 지금까지 J랑 잘 지내왔는데, 괜히 살짝 슬퍼졌다. 2년 전 미국으로 돌아가는 인천 공항 안에서 처음으로 부모님 앞에서 펑펑 울었는데 다시 한번 그때의 북받치는 감정이 올라왔다. '이제 보면 또 언제 볼까'.
그러던 중, 받게 된 친구의 고마운 편지였다.
편지에는 친구가 우리 집으로 놀러 온 3일 동안 함께 지내줘서 고마웠다는 내용과 함께, 이번에 J와 내가 지내는 모습을 보며 "좋은 사람이랑 좋은 곳에서 사는 것 같아서 기분이 너무 좋았다"라는 말과 언제나 행복한 부부 생활을 위해 자주 기도하겠다는 따스한 마음이 담겨 있었다.
편지지 2장에 꽉꽉 채워 고마운 마음과 응원의 내용들을 적어준 친구가 너무나 고마워지는 밤.
때맞춰, 가족들에게서 한국으로 경유하는 공항에 잘 도착했다는 문자가 왔다. 나를 더 많이 생각 해 주는 동생은 감기 걸리지 않게 약 꼭 챙겨 먹으라는 말을 남겼다.
함께 하지 못해 아쉬움과 슬픔이 찾아오는 날이지만, 오히려 그만큼 나에게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힘이 나는 관계들이 있다는 것을 더 극명하게 보여준 날이었다. '가족'이라는 단어가 마냥 좋지많은 않았던 지난날들이, J와 함께하며 J의 세심한 배려와 따스함 덕분에 좋아졌다. 그래서 이렇게 더 센치해진거니, 어쩌면 너무 감사한 일이다.
내 곁에 있는 참 고마운 사람들 덕분에, 또 한 번 힘을 얻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