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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풀 Apr 09. 2024

미국 4년 차 개발자가 생각하는 좋은 매니저의 특징

3월 초부터 새로 부임한 매니저와 1:1 면담을 일주일에 한 번씩 했다. 


4년 차 개발자로 일한 지금까지 네 분의 다른 매니저와의 면담을 했었는데 각각의 매니저가, 역시 사람이어서 그런지, 매니저로서의 역량이나 특징이 다 달랐다.






 지난 한 달간 새 매니저와의 1:1 시간 동안 느낀 점이 있다면 그 전 매니저들보다 매우 섬세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정확하고 상세한 피드백을 준다.


재택으로 근무하기에 내 일에 대해서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들을 일이 성과 리뷰(performance review) 일 때 빼고 내가 요청하지 않는 이상 없다.



그러나 지난 3주 동안 일주일에 한 번씩 진행한 매니저와의 1:1에서 이 분은 나에게 내가 주간 보고(weekly report)를 발표할 때 부족했던 점, 또는 다른 류의 리포트를 발표할 때 개선점등을 내가 물어보기도 전에 먼저 나눠줬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저 형식적으로 한 두 마디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자세하게 어떤 점에서 부족했는지, 앞으로 어떻게 하는 게 좋은지를 설명해 줬다.




 또 하나 좋았던 점은 엔지니어 개개인의 일에 있어서 선호도를 미리 파악하고 그것에 따른 업무 위임을 하려고 한 소통 방식이다.



이 소통 방식에 대해 제일 크게 와닿았던 부분은 아무래도 이 전 매니저와 극명하게 달랐던 첫 1:1 면담이었다. 이전 매니저는 첫 만남부터 “나는 너를 내 자식처럼 생각해 (I think you as an extended child that I should take care of.)” 라며 자신이 얼마나 한 사람 한 사람을 중요시 여기는지, 한 마디로 ‘나는 ~ 한 사람이야’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랬던 이전 매니저와 달리 이번에 새로 들어온 매니저는 앞으로 어떤 식으로 1:1이 진행될지를 설명해 줬다. 첫 면담에서는 자신이 일해온 배경과 어떤 방식으로 일을 해 왔으며 매니저로서 어떤 가치를 중점적으로 여기는지에 대해 설명할 것이라는 프리뷰와 함께 그다음 두 번째 면담에서는 엔지니어인 내가 역으로 매니저에게 나의 배경과 내가 일적으로 중요시 여기는 가치, 그리고 매니저에게 물어볼 질문들을 몇 가지 준비해 줄 것을 요구했다.



나는 오히려 이런 점이 이 전 매니저보다 ‘이 분이 팀원 한 명 한 명을 진정으로 알아가려 하고 '소통'을 하려 하는구나’라는 인상을 받았다. 특히 "나는 우리 팀원들을 위해 위에 사람들과도 맞설 각오가 있어(I fight for my team with VP)"라는 말이 여전히 기억에 남는다. 



내가 팀에서 잘하는 것과는 상관없이 가끔은 팀의 존속 여부가 위기가 되기도 한다. 회사 입장에서는 제대로 된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는 팀이 있다면 당연히 와해시키고 싶을 텐데, 이때 매니저가 진정으로 팀을 위해 소리를 내는지의 여부가 중요하다. 그래서 이번 매니저의 얘기를 들으며 그저 한 사람 한 사람에게 형식적인 관계를 맺기보다는 이 팀을 거시적인 안목으로 챙기려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상대방을 배려하며 말한다. 이전 매니저의 경우, 직설적인 말을 서슴없이 했다. 예를 들면 피드백을 줄 때도 '아직 이런 점이 부족해' 또는 '왜 아직도 하지 못했냐'라는 말만 할 뿐이었다. 그러나 이번 매니저는 먼저 나의 개선점을 말하면서도 바로 뒤에 '이 말이 내가 네가 못했다는 얘기는 아니다. 오히려 잘했다. 그러나 나는 항상 무엇에 있든지 피드백을 찾는다. 그러니 이런 피드백을 받았다고 해서 내가 이번 일에 대해 별로 안 좋게 여겼다고 속상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말로 오해가 생기지 않는 말을 덧붙여준다.




 마지막으로 매니징의 차이. 이전에는 미국 회사에서도 드물게 보이는 마이크로 매니징의 정석이었다. 일주일에 3번 일의 진척을 보고하는 미팅이 있을 뿐만 아니라 어떤 이슈가 생기면 일 중간에도 바로 몇 분 뒤에 급작스런 미팅이 잡히곤 했다. 보통 개발 일이 이틀 만에 끝낼 수 있는 일이 없는데(코드 작성 - 테스팅 - 코드 리뷰 - 다시 피드백받은데로 PR 업데이트 - 재테스팅) 이전 매니저는 매 미팅마다 일의 진척 상황에 대해 ‘왜 제 때 끝내지 못하는지’를 가지고 채찍질했다. 한 마디로 매니저는 팀원 한 명 한 명의 작은 데스크까지 모든 상황을 알기 원했다.


지금 매니저는 일주일에 한 번, 내가 슬랙으로 나에게 맡겨진 태스크의 진척 상황을 자발적으로 보고 한다. 일의 진척도에 있어서 내가 설정한 기한보다 미뤄졌고 그게 매니저의 역량에서 도울 수 있는 일인지에 대한 여부만 확실히 하길 원한다.



그렇다고 마이크로 매니징에 대해 절대적인 반대의사는 없다. 새 매니저가 들어오기 전 약 1년 반 동안의 마이크로 매니징을 경험하며 느낀 점은, 나에게 고되지만 꼭 필요한 시간이었다는 것이다. 


이전 매니저의 마이크로 매니징을 통해 1) 맡겨진 일에 대한 정확한 마감 기한을 정하는 능력 2) 일을 시작하기 전, 어떻게 테스팅할지에 대해 정확히 분석하는 능력 3) 매니저에게 핵심만 간략하게 보고하는 능력 4) 디버깅하는 능력을 기르게 되었다. 



당시에는 나의 부족한 점만 보이고 결과로 인해 내 노력은 부정당하는 것 같아 속상하고 억울하기도 했지만 결국은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시간이었다. 그래서 오리려 이전 매니저가 떠나고 지금 매니저의 새로운 업무 보고 방식에서 더욱 이전에 배웠던 점들을 살려 일 처리도 제 때 정확하게, 업무 보고는 간결하게 할 수 있게 되었다.



전화위복, 
새옹지마라는
사자성어가
계속 떠오르는 요즘이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이전 매니저와 코어 엔지니어의 갑작스러운 떠남으로 인해 막막하고 답답했다. 그러나 지금은 팀에 새롭게 들어온 팀원들과 매니저로 인해, 그리고 새롭게 시작할 프로젝트들로 인해 활기가 돋는다. 지금 매니저와 더 잘 소통이 되는 것 같아 감사하다. 그리고 여러 분의 매니저를 거치면서 각각의 매니저의 특성도 조금씩은 알게 되어가는 것 같다.




사진출처: © campaign_creators,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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