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밍풀 Apr 13. 2024

조바심

가끔 조바심이 들 때가 있다.

아니 어쩌면 조바심, 조급함은 나에게 디폴트가 된 것 같다.


내가 있는 자리가 아직 내가 진짜 실력이 있어서 그런 건 아니라는 생각.

운이 좋았다는 생각.



예를 들면 지금 직장일.

나는 운 좋게 코딩 인터뷰 잘 통과해서 면접 잘 보고 한 군데 된 곳이 여기 한 곳이다.

그래서 실패경험은 꽤 되어도 남들에게 알릴 수 있는 성공 경험이 없다.



아, 그러면 실패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그건 알릴 수 있겠다.

그건 다행이다.





다음으로 넘어가서 내 일.


평생직장이라는 말이 이제는 어색해져 버린 사회.

나는 무엇에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할까.


내가 제일 간절히 원하는 능력은

내가 현재 회사 밖에서도 나라는 사람 자체로 계속해서 돈을 벌 수 있는 것이다.


즉, 자립하는 능력이다.



(한국 나이 기준)

✅ 막 20살이 되었을 무렵, 부모님으로부터 물리적으로 독립했다.

✅ 20살 - 23살 5월까지: 부모님으로부터 생활비로 경제적으로 10% 정도 독립했다
(당시 미국 대학 학비를 부모님께서 대 주고 그 밖의 비용들은 다 파트타임으로 충당했다)

대학 졸업 후 본격적으로 일하기 시작한
✅ 23살 6월부터 현재까지: 부모님으로부터 경제적으로 완벽히 졸업해 이제는 내가 오히려 부모님의 꿈을 지원하고 도우는 역할로 바뀌었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학생 때는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그 뒤에는 다시 직장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나를 보호하고 있는 중이다.



우리는 흔히 내가 나온 학교, 그리고 내가 일하고 있는 회사의 네임밸류로 그 사람을 평가한다.

그러나 그 본질 속의 나는 과연 정말 그 네임 밸류에 걸맞은 사람일까?

허허벌판 무법지대에 오직 내 이름 석자만을 가지고 내가 나온 대학교보다, 내가 나온 회사보다 '돈' 으로 나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을까?



혹자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겠다.

“왜 그렇게 너의 가치를 증명하는 데에 목숨을 거느냐?”


글쎄.

나도 잘 모르겠다.


가끔 주변 지인들 중에 원하는 데로 안 되고 사회적인 루트에서 벗어나도 정신적으로, 마음적으로 여유로운 사람들을 보면, 이건 그저 내 성격적 기질이 아닌가 싶다.


어쩌면 어렸을 때부터 엄마가 귀에 딱지가 달라붙도록 하신 말,

“20살 되면 집 나가서 경제적으로 독립해”라는 독립정신이 여전히 내 마음속 어딘가에서 계속 나를 채찍질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멀찍이서 이러한 삶의 궤적을 바라보면

마치 백조의 호수에 나오는 백조 같기도 하다.



겉보기엔 우아하고 아름다운 백조.

그러나 속에는 그런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다해 발버둥질 치는 백조.



그렇게 물장구치지 않으면

우아함은 고사하고 물에 빠지는 쇠퇴를 겪을 것만 같은.





최근 모건 하우절의 책 ‘불변의 법칙’을 읽다가

삶을 살아가며 내가 원하는 성장을 위해 ‘균형’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 저자는

개인이나 조직이나 국가든

위대한 혁명과 혁신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을 때 나온다고 한다.



동의한다.

작게나마 미국에서 더 이상 발 붙이지 못할 것 같다는, 벼랑 끝에 몰린 위기감 앞에 세 달 동안 몰입의 상태로 취업 준비를 했다. 그때의 간절함과 그 간절함으로 이루어진 시각화는 대학 조기 졸업 3년 동안 계속했던 취업에 대한 고민의 총합보다 컸다고 자부한다.



그러나 사람이 항상 이렇게 경계태세를 갖추면, 몸은 언제나 긴장하고 종국에는 어디엔가 반응을 보이며 내가 가장 힘을 내야 할 순간에 나를 주저앉게 만들어버린다.



그래서 균형이 필요하다.


내가 도태되지 않게끔 계속해서 작은 시도를 하는 노력과 꾸준함, 그러면서도 나의 귀중한 ‘몸’이라는 하드웨어가 망가지지 않게 마음과 정신적인 여유, 긍정적인 생각, 유머, 웃음, 건강한 식습관, 운동이 언제나 탑재되어야 한다는 것.



삶이 어찌 될지 몰라 내가 언제까지 이 땅에 있을진 몰라도

내게 주신 이 귀중한 몸을 아껴주고 싶다.


그래서 오래오래 천천히 하더라도

깊이 있게 나라는 사람이 농익은 열매로 맺어지길 기도한다.



2024.04.12 8:24 pm


매거진의 이전글 자신의 일에 진심인 사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