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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풀 Apr 08. 2024

자신의 일에 진심인 사람

유튜브 영상 <요정재형 - 주지훈 배우님편>을 보며

'일'


생계를 이어나가는 수단이자 누군가에게는 자아실현의 수단 중 하나.



나에게 있어 일은 어느 순간부터 '자아실현'이라는 두 번째 목적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이따금 머릿속으로 3년 후, 5년 후, 10년 후의 내 모습을 상상하곤 했다. 그때 무슨 일을 하며 어떤 목적과 마음을 가지고 그 일을 하고 있을까.





현재 하고 있는 개발자라는 직업은 내가 원래부터 꿈꿔왔던 일은 아니었다. 이전에 브런치 글 '저는 꿈이 없습니다'로 남기기도 했지만 대학 입학 전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가장 전망이 좋은 직업'과 관련된 전공으로 고른 것이 컴퓨터 과학과(Computer Science)였다. 그랬기에 대학 때 수업을 들으면서도 '이 길이 나에게 맞는 건지'에 대한 고민을 수도 없이 했고 이 직업에 대한 자신감도 없었다. 결론적으로 막판에 운이 좋아 현재 직장에 취업을 성공하게 됐지만 그 이후에도 대학시절 있던 코딩 공포증을 고치느라 고군분투했다.



나에게 애증과 같은 이 직업을 계속 붙들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첫째, 미국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미국에서 취업 비자는 STEM이 너무나 유리한 조건이었기에)

둘째, 일단 지금까지 들여온 시간과 노력이 있는데 그걸 무르고 싶지 않았으며

셋째,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건 언제나 즐겁고 개발일이 그런 나의 적성에 점점 어느 정도 맞았기 때문이었다.



이제 개발일을 한 지 4년 차가 된 지금, 다시 한번 인생이라는 돛단배 앞에 방향키를 조정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던 와중, 유튜브 <요정재형>에 나온 주지훈 배우님 편을 시청하게 됐다.




주지훈 배우님에 대한 첫인상은 드라마 <궁>에서였다.


어렸을 적 <궁> 만화책의 팬으로서 드라마로 실사화되고 남주인공이 주지훈 배우님이라는 걸 알았을 땐 '적잖은' 실망이 아니라 '대'실망을 했었다. 만화 이미지와 실제 이미지가 너무 매치가 안 되어서. 드라마 몇 편을 보다가 연기에서 다시 한번 실망을 했다.



이후 몇 년의 세월이 흘러 영화 <신과 함께>, <암수살인>을 시작으로 드라마 <킹덤>, <하이에나>를 보았을 때는 내가 알던 그 배우가 아니었다. 이미 연기력에서 '명품 배우'가 되어 있었다. 각각의 영화마다 이 전의 캐릭터는 생각이 안 날 정도로 완벽하게 캐릭터를 소화해 내는 모습에 어렸을 때의 실망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배우 자체로 매료됐었다. 제일 인상적이었던 건 <암수 살인>에서였다. '주지훈'이라는 배우 이름은 안 보이고 그저 한 명의 후안무치 범죄자가 그 자리에 있을 뿐이었다.



그러다가 전에 유퀴즈에 나왔을 때 한 번 드문드문 보고 이번에 알고리즘의 간택으로 <요정재형>에서 나온 50분의 인터뷰를 우연찮게 보게 됐다. 아무런 기대 없이 시청했다가 유튜브 영상 중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로 스킵하는 것 없이 거의 모든 내용을 하나하나 인상 깊게 보았다.


 



누군가는 인터뷰를 보며 귀에 피가 날 것 같다고 얘기할 수도 있겠지만 일단 말을 너무 잘하신다.


말을 할 때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건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이라는 말을 앞서 붙이며 자신의 일을 조심스럽지만 소신 있게 내비치는 모습,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이해하기 쉽게 비유를 통해 설명하는 모습, 간간히 부담스럽지 않은 위트 있는 답변은 내가 너무나 닮고 싶은 화법이었다(여담으로 덧붙이면, 중간에 '쉬이이간이 없어요'라는 인강 강사와 같은 발음도 재미있는 포인트 중 하나다).



그리고 이렇게 유려한 말솜씨가 더 빛날 수 있었던 이유는, 자신이 하고 있는 '배우'라는 일에 대해 수십 년 동안 고민하고 쌓아온 자신만의 소신과 철학이 있기에 가능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영화를 위해서라면 8시간이고 10시간이고 스트레이트로 이어지는 회의에 빠짐없이 참석한다는 것.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개발일로 생각을 하면, 직급에 상관없이 내 개발일과 관련된 모든 미팅을 하루종일 참석하면서 계속해서 의견을 주고받는 것과 같은 얘기다. 1시간 미팅도 진이 빠질 수 있을 텐데 무려 8시간이라니. 그리고 그게 가능한 이유가 '영화 얘기를 하는 게 너무 즐겁다'라는 것이었다.



어떤 일을 하는지에 상관없이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그 일에 전념하는 사람은
참 멋있어 보인다.
빛이 난다.



그래서 내가 하고 있는 지금 일에 고민이 되었던 것 같다. 나는 이 일을 정말 사랑할 수 있을까.

이쯤에서 나도 나에게 질문을 던져봤다.


'나는 개발일 얘기하는 게 즐거운가? 8시간 얘기하면서 지치지 않을 정도로?'


1초 만에 돌아온 대답: '음 아직 그 정도는 아닌데'



앞서 말한 것처럼 언젠가 회사를 졸업하고 나라는 사람 한 명으로서 내가 원하는 사업을 이끌어나가고 싶다.

'왜 사업을 하고 싶냐', 라고 누군가 물어본다면 나에게는 그게 '자유', '나다움' 그리고 '성장'을 의미해서다 (물론 고객의 만족을 위해서 나다움이라는 말이 다소 모순적일 순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나라는 사람의 가치 정도로 생각한다).



회사라는 울타리가 아닌 나 개인으로서, 그리고 나와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로 다시금 우뚝 설 수 있는 삶. 모든 것을 큰 그림으로 보면서 디테일함을 놓치지 않는 능력까지 요구하는 자리. 그리고 부딪혀가면서 배우는 것들은, 회사원으로서 한 분야에만 종속되는 것과는 또 다른 것들을 깨닫고 배울 것 같기에. 마지막으로 적은 돈이더라도 진짜 내 능력으로 버는 돈을 만들고 싶어서.



지금 회사에서는 그렇게 할 수 없어?라고 묻는다면, '네 아마도.' 정도로 답변할 것 같다.



그러나 회사에서도 분명히 배우는 것들은 수도 없이 많다. 일단 이곳에서 내가 배울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배우고 알고 난 다음에, 그다음에 그렇게 배운 것들을 직접 나의 일에 적용시키고 싶다.



가끔 멀리 볼 필요도 있지만 때로는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일들을 하다 보면, 분명히 이끌어주실 것을 믿으며, 그렇게 나아가보기.




| 요정식탁 주지훈 배우님 편

https://www.youtube.com/watch?v=TMIoAPbRax0


이미지 출처: © charlesdeluvio,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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