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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풀 Aug 21. 2023

저는 꿈이 없습니다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을 어떻게 찾나요


© james2k, 출처 Unsplash



어렸을 때 나는 소위 “꿈이 없어요”라고 말하는 부류 중 한 명이었다.



지금은?

꿈은 모르겠지만 하고 싶은 일이 많다. 어떻게 이런 극적인 변화가 있었을까.




"좋아하는 일을 찾아 그것에 전념하세요”



이 말은 우리가 흔히 자기 계발, 동기부여 영상에서 듣는 내용이다. 나는 이 말을 지독히도 싫어했다. 아니 좋아하는 게 없으면 어떡해? 딱히 하고 싶은 일이 없는데?


남들은 저마다 하나씩 좋아하는 일과 그에 따른 열정이 있는 것 같은데 나는 그런 기본적인 소망도 없는 것 같아 답답했다. 저들은 어떻게 저렇게 의욕이 넘쳐나는 걸까.





솔직히 고백하면,
초등학생 때부터 대학교를 가고 싶지 않았다.



이유는 단순했다. 하고 싶은 일이 없는데 대학 가는 게 무엇에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는 것. 그런 나의 당돌하고 어이없는 말에 부모님은 “일단 공부를 잘하면 선택지가 많아지니 거기에서 시작해 보는 게 어떻겠냐”라는 조언을 해주셨다. 이제 막 중학교 올라가는 초등학생이 뭘 알까. 부모님 말씀에 수긍하고 공부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막상 대학 합격 이후에도 나는 여전히 “꿈이 없고” “좋아하는 것이 없는” 사람이었다.



물론 취미는 있었다. 수영, 달리기를 비롯한 운동, 바이올린 연주, 영화 보기, 책 읽기 등. 그러나 앞에 나열한 취미 중 어느 것 하나도 “업()”으로 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일단 예체능 분야는 어렸을 때 그 분야에 특히 두각을 드러내는 사람들을 많이 본 것도 한 몫했다. 영화 보는 걸 좋아하나 영화 평론가가 되고 싶은 마음은 없었고 책 읽는 걸 좋아한다고 일평생 책만 읽는 걸 직업으로 삼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대학교 입학 전,

조기졸업을 위해 전공과목을 정해야 하는 시간이 나에게 다가왔다.



결국 내가 내린 결론은, 뒤집어서 생각해 보는 것이었다. 뭘 좋아하는지 모르겠다면 역설적으로 나는 내가 선택한 어느 분야던 간에 할 수 있다는 것.


어렸을 때부터 공부를 해도 딱히 좋아하고 싫어하는 과목이 없었다. 그저 잘하고 못하는 과목만 있을 뿐, 모든 과목에 대한 선호도와 공부 양은 비슷했다.


또한 내가 자신 있어하는 것 하나는 바로 끈기였다. 일단 하면 죽이 되던 밥이 되던 끝내고 봤다.



부모님께서 내게 비교적 어린 나이 때부터 “성인이 되면 경제적 독립을 하라”라고 하셨기에(대학교 학비는 감사하게도 지원해 주셨다) 나는 이런 모든 세뇌(?) 교육을 내 전공 선택에 반영했다. 바로 컴퓨터 과학과(Computer Science).



전공을 선택할 당시만 해도 VPN이라는 단어조차 알지 못했다. 컴퓨터는 그저 인터넷 서핑, 워드, 파워포인트 정도가 전부였다. 그렇게 나는 앞으로 어떤 고생길이 펼쳐질지 모른 채, 일단 나를 먹여 살릴 전공일 거라는 희망만으로 컴퓨터 과학과를 선택했다.



이후 대학교 조기졸업까지 약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울기도 많이 울고 좌절도 맛보며 자존감이 땅 끝까지 추락하는 순간들도 있었다. 운이 좋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는 현재 회사에 오퍼레터(Offer letter)를 받았을 때, 나는 여전히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니 한 가지는 명확해졌다. “대체될 수 없는 사람이 되고 싶다”라는 것. 아무래도 200군데가 넘는 곳에 서류를 광탈당하며 생겨난 오기에서 비롯 됐던 것 같다.



신기한 점은, 이 마음이 간절히 든 순간부터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이 아니라 그 목표를 향해 관련 책들과 지식을 계속 읽어보고 흡수해나가게 됐다. 입사 초기에는 외계어 같이 들렸던 각종 네트워크와 클라우드 관련 용어들이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이해가 됐다. 코딩 책은 나에게 의대 전공서적처럼 읽기 어려운 책이었는데 이제는 술술 읽힌다. 그러니 더 읽게 되고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또한 회사에 입사하며 마음의 여유가 생기니 본격적으로 글을 잘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확히 언제였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대학교 졸업 시기부터 어느 순간 내 버킷리스트에는 ‘베스트셀러 책 출간’이라는 목록이 더해졌다. 그래서 브런치 작가에 신청하게 됐고 지금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결론은 이렇다. 나 같은 경우,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찾지 못했다. 그저 생존에 이끌려 전공을 선택했고 또 한 번 나를 책임져야 하는 길목에서 간신히 취업에 성공했으며, 그 과정에서 좋아하고 잘하는 것은 모르겠으나 “대체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다.



그 목표에 따라 현재 회사에서 최고 전문가가 되고 싶다는 소목표가 생겼고 회사에서 일하는 시간 동안 대학교 때는 아예 없던 마음의 여유가 생겨나며 조금씩 글쓰기라는 분야에서도 흥미를 찾게 됐다.



여전히 나는
회색인간과 무지개색인간,
그 중간 어딘가쯤에 걸터앉아 있다.



다채로운 삶을 살아가고 싶은 마음을 싣고, 그저 나에게 주어진 하루하루를 감사하며 나의 작은 목표들을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그런 순간들이 모여 언젠가는 나만의 색을 가지지 않을까,라는 소망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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