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모닝루틴
흔히 쓸데없는 소비를 줄이는 것이 돈을 모으는 지름길이라고 한다.
그 말대로 한 때는 3일 이상 무지출을 하기도 하고 하루 쓰는 비용을 $10 (약 만 3천 원) 내외로 줄이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몇 달간, 과거의 생활과는 정반대로 살아가고 있다.
요즘 매일 아침에 일어나하는 고정된 루틴은 양치질, 물 한 모금, 세수와 간단히 선크림 바르기, 그리고 곧장 밖으로 나가기다. 그 다음 집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있는 카페에서 아메리카노를 테이크 아웃하기.
집에 커피 머신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굳이 이런 비용을 지출함은 어떻게 해서든 하루의 시작을 밖으로 나가서 거리의 활기참과 분주함, 그리고 여름의 햇빛을 즐기려는 목적에 있다.
재택근무 특성상, 의식적으로 아침 루틴을 만들지 않으면 일어나자마자 반자동적으로 몸이 모니터 앞으로 가 있다. 당장 어제 못 끝낸 일이 있다면 sync-up 미팅 전까지 진전을 보여야 된다는 생각을 할 때도 있고, 또는 미리 일을 시작해서 하루를 조금 더 여유롭게 마무리하고 싶다는 마음이 앞설 때도 있다.
그래서인지 “커피를 테이크 아웃 한다”는 핑계로 밖에 나가는 것이 나에게 확실한 행복을 준다.
매일 아침 커피를 테이크 아웃하는 카페는 아메리카노 가격이 $3.05에 원두도 내가 좋아하는 신 맛이어서 자꾸만 발길이 간다. 보통 판매세(sales tax)까지 붙으면 커피 가격이 기본 $4 (1300원 환율 적용 시 약 5,200원)부터 시작하는데 여기는 그동안 들린 곳 중 제일 저렴하다. 특히나 홈메이드 아몬드 크루아상이 한국에서 먹는 것만큼 바삭바삭해서 가끔 $4.8의 아몬드 크루아상도 테이크 아웃하게 된다.
카페에 가면 이미 나보다 하루를 더 일찍 시작한 사람들이 혼자서, 또는 둘이 앉아있는 모습을 목격한다. 노트북으로 자신의 일에 열중하고 있거나 둘이서 도란도란 얘기 나누는 모습을 보면 나도 모르게 스스로에게 '나도 오늘 하루 잘 살아야지'라는 다짐을 건넨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뼛속까지 카공 족이어서 그런 걸까.
특히 이러한 나의 아침 루틴은 일로 압박감을 받는 환경 속에서 평정심을 유지하게 만들어준다.
6월 동안 처음부터 끝까지 디자인 다큐먼트를 쓰고 코드 변경, 테스팅, 배포까지 해야 되는 프로젝트를 맡게 됐다. 매니저가 말하길, “이 프로젝트를 완수하려면 한 달이 조금 힘들 수 있다. 기한을 넘길 수도 있지만 너무 그것에 부담을 느끼진 말아라. 이번 프로젝트로 너의 역량이 어느 정도인지 (나도) 알아가는 시간이 될 것이다”라고 했다. 그 말은 결국 ‘잘 끝내야 된다’ 내용으로 귀결된다.
그래서인지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며칠 전부터 마음에 살짝 부담이 들었다. 주말에도 괜히 회사 랩탑을 한 번 슬쩍 열어보고.
그러나 앞서 말한 ‘커피 테이크 아웃하기’라는 작은 사치를 부린 뒤로, 지난 몇 년간 일 외에도 압박감이나 스트레스를 받는 환경에서 과자 한 봉지를 뚝딱 끝내는 습관이 개선되고 있다. 가끔 일 시작 전 아침 일찍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성경을 묵상하고 노트에 적기도 하고, 감사 일기를 쓴 것도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한 달의 기한에서 반 정도 온 시점에 프로젝트에도 어느 정도 진전이 있게 됐다.
예전에는 무지성 절약을 했다면 지금은 스스로를 적당히 풀어준다.
커피를 끊으면 제일 좋겠지만 아직 그 단계까지 가지는 못했다.
언젠가 적절하게 몸 건강, 마음 건강 다 유지하는 루틴을 마련하기를 바라보면서,
오늘 하루도 잔잔하고 안온하게 보내게 해 주심에 감사하며,
일단은 하루 만원의 행복을 더 누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