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의 삶은 매우 단순하다. 직장, 집, 운동이 전부이다. 연말이지만 친구도 별로 없어 약속도 많지 않다. 월, 수, 목은 무에타이를 가고 화, 금은 줌바댄스에 간다. 이렇게 운동을 해도 먹고 싶은 것을 다 먹으니 살은 빠지지 않지만 다이어트에 관해 욕심내지 않기로 한다.
무에타이를 시작한 후로 줌바댄스 시간은 그저 즐거운 시간일 뿐이다. 무에타이에 비해 운동량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줌바댄스 시간은 그냥 즐기기만 하면 된다. 저질 체력이었던 시절 무거운 몸을 이끌고 일주일에 2번 가는 줌바댄스 시간이 때로는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몸이 생각만큼 따라주지 않기에 운동을 하면서도 몸에 독이 쌓이는 느낌도 간혹 있었다. 요즘은 신나는 음악에 맞춰 다른 사람 눈치 보지 않고 나의 에너지를 건강하게 발산하는 이 시간을 무한 애정한다. 그에 비해 무에타이도 내가 좋아하는 시간이긴 하지만 40대 아줌마가 하기에는 너무나 힘든 운동인 건 확실하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은 여기서는 통하기 힘들다.
신기하게 갈수록 무에타이도 덜 힘들어지고 있다. 물론 여전히 숨이 턱까지 차고 매우 힘들지만 요즘에는 '할만한데?'라는 생각이 든다. 체육관에 가면 기본 달리기를 위한 체력 쌓기를 하는 것이 루틴인데 매번 할 때마다 엄청 힘들다. 4개월째 꾸준히 하고 있지만 도통 적응이 되지 않는 3분씩 2라운드 달리기가 나에게는 제일 힘든 시간이다. 그런데 요 며칠 달리기를 할 때 예전의 나에 비해서 덜 힘든 게 느껴졌다.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면 여전히 속도는 매우 느리지만 확실히 달리기를 할 때 괜찮은 느낌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3분 타이머가 시작됨과 동시에 여기저기서 '파이팅!' 소리가 들린다. 뛸 때 관장님이나 사범님이 몇 분이 지났고 몇 분이 남았는지 큰소리로 알려준다.
"1분 지났습니다!"
뭐? 이제 1분 지났다고?
"절반입니다."
아직도 절반이나 남았다고?
달리기를 하면서 매번 드는 생각은 이와 같았다. 하지만 어제 달리기는 좀 달랐다. 분명 퇴근 후 안마의자도 하지 않고 바로 체육관으로 달려왔는데 오전에 먹은 믹스커피의 힘인지 몰라도 달리기가 할 만하였다.
"1분 지났습니다!"
벌써 1분이 지났다고?
"1분 남았습니다!"
1분밖에 안 남았다고?
이런 생각이 저절로 들어 기분이 좋고, 기분이 좋은 만큼 힘도 덜 드는 것 같았다. 매우 신기했다. 운동을 열심히 한다고 했지만 눈으로 크게 변화되는 것은 없고 체력도 나만 느낄 수 있는 아주 주관적인 영역이라 처음으로 드는 이런 느낌이 신선했다. 3분씩 뛰는 게 해본 사람은 정말 쉽지 않다는 것을 안다. 마치 1분 플랭크를 할 때와 비슷한 느낌이다. 30초의 시간 동안 호흡을 가다듬고 2라운드 3분 달리기를 했는데 역시나 또 할만하였다. 예전의 나는 30초 동안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죽을 듯이 2라운드를 달렸는데 달리기를 산뜻하게 끝낸 뿌듯한 느낌이 참으로 좋다.
하루에 백번 스쾃을 하고, 자기 전 1분 동안 플랭크를 한 지 100일이 넘었다. 힘든 과정에서도 이것만큼은 지키려고 노력한다. 나중에 근육마이너스 통장을 쓰지 않기 위해 지금부터 열심히 근육저축을 하고 있다. 바쁜 일상에서 운동하는 것은 쉽지 않으나 운동을 우선순위에 두면 어떻게든 하게 된다.
무에타이를 한 날은 밤에 골아떨어지고 다음날 스마트 워치에 수면점수가 '좋음'으로 뜨면 그날은 컨디션이 좋다. 당연한 말이지만 또 그 컨디션으로 운동을 열심히 하고 밥도 잘 먹고 밤에 잘 자면 좋은 몸상태를 갖게 된다. 이런 작은 습관이나 경험을 쌓아 나를 만들어가고 다듬어 가는 중이다.
그 좋은 컨디션으로 학교에서 우리 반 아이들과 즐겁게 생활할 수 있다. 일이 많고 피곤하면 아이들에게 신경을 덜 쓰게 되는데 컨디션이 좋은 날이면 아이들에게 다정하게 농담도 건네고 더 많이 웃는 나를 발견한다. 체력 관리를 한 후에는 보다 더 다양한 수업활동을 연구, 적용하고 노력하는 열정적인 나를 보게 된다. 집에서도 마찬가지다. 즐거운 마음까지는 아니지만 불평 없이 집안일을 하고 나를 더 아끼기 위해 얼굴 팩이나 반신욕으로 나를 돌본다. 가족에게 잔소리는 아직 많이 하지만 예전보다 줄었고 가족을 위해 신경 쓰는 나를 바라본다. 과자, 초콜릿을 아직 끊을 수 없지만 줄이려고 노력하려는 나를 기특하게 생각한다.
"다정함은 체력에서 나온다", "체력이 곧 인성이다"라는 말은 진짜였다. 마음가짐으로만 실천하기에는 부족하다. 정신력으로만 버티기에는 한계가 있다. 다이어트에 욕심을 부리지 않고 잘 먹고, 잘 자고, 잘 쉬고, 운동하는 삶이 나의 체력을 만들고 그 체력이 나의 인성과 성격에도 영향을 끼친다. 스트레스 없는 삶은 없다고 확신한다. 스트레스에 항상 노출된 현대사회에서 건강하게 회복탄력성을 높이고 싶으면 운동을 통한 체력을 기르면 된다. 현실이 시간 내서 운동하기 힘든 여건이라면 일단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