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토요일, 계기교육 활성화를 위한 현장 답사 직무연수에 다녀왔다. 주로 5.18 민주화운동에 관한 내용으로서 우리 5학년 학생들에게 어떻게 적용시킬 수 있을지 많은 고민을 해볼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현장 답사 전날에는 5.18 민주화운동의 역사와 의미, 교육 실천 사례를 집합연수 강의에서 자세히 살펴보았다.
수많은 계기교육 중 5.18 민주화운동에 초등교사로서 보다 관심을 갖게 된 시점은 작년부터이다. 그전에는 오늘날 민주주의를 위한 우리나라의 가슴 아픈 역사 정도라고만 생각했고 1회성 계기교육을 다른 선생님들처럼 형식적으로 했을 뿐이었다. 우연한 기회로 소극장에서 하는 5.18 민주화운동 연극을 보았고, 이후 시민이 직접 만들어 가는 낭독극에 참여하였으며 이를 통해 그 아픈 역사에 대해 더 가깝고 깊게 다가가고 싶었다.
집합연수 첫 시간에는 5.18 민주화운동의 역사와 의미를 다루었다. 강사로 오신 한 중학교 역사선생님의 질문으로 강의가 시작되었다.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
많은 사람에게 울림을 준 한강 작가의 질문을 듣고 나 또한 울컥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이에 대한 나의 대답은 당연히 "그렇다"였다. 5.18 비상계엄이라는 역사를 겪었기에 12.3 비상계엄에서 광주의 참극과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픈 역사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었던 건 많은 사람들이 역사를 잊지 않고 기억해 주어서 가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교사로서 우리 어린이들이 역사를 잊지 않고 올바르게 이어나갈 수 있도록 내가 먼저 계속 깨어있어야겠다는 다짐을 하였다.
5.18 전개과정을 쭉 들으며 1980년 5월 18일 전부터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고, 당시 전남대 학생회장 박관현 님의 육성연설도 들을 수 있었다. 민족민주화성회를 경험하고 '다시 모이자'라는 약속을 기억한 시민들에 의해 5월의 광주 역사가 시작되었다. '소년이 온다' 실제 주인공인 문재학 님의 어머니 김길자 님의 인터뷰도 보았고 날짜별로 주요 사건도 되짚었다. 삶과 죽음의 경계 속에서 약속과 연대, 공동체정신을 보여준 광주시민들의 사진을 보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그 중 너무나 마음이 아팠던 건 10대와 20대들의 안타까운 희생이 너무나 많았다는 사실이다. 내가 그 당시 광주의 젊은 시민이었다면 그들과 똑같은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떠올랐고 자신있게 '네'라는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연수 두 번째 시간에는 5.18 교육 실천 사례를 중점적으로 다루었다. 중학교 선생님의 강의로 초등학교 고학년을 가르치고 있는 나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 강사님이 "5.18 수업 왜 할까?"라는 질문을 던지셨다. 아직도 광주 시민을 혐오하는 발언이 사용되고 있고,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을 정확하게 고쳐나가기 위해서는 꾸준히 지도를 해야 하기 때문임이라고 말씀하셨다. 강사님 표현으로는 "지치지 않는 자가 이긴다"였다.
확실히 중학교 수업이라 초등학교 수업과 달리 심도가 있었다. 이를 조금 쉽게 변형하면 초등학교 고학년 학생들에게도 적용시킬 수 있을 것 같아 유심히 보았다. 역사수업에서 적용하는 수업뿐 아니라 국어 시간에 '식스틴'이라는 제목의 책을 읽고 서술자의 눈으로 5.18을 새롭게 바라보는 수업을 보여주셨다. 특수부대에서 교육받고 광장에 투입된 계엄군의 총인 식스틴의 눈으로 바라본 5.18은 과연 어땠을까? 진실을 몰랐던 서술자(식스틴)가 진실을 알고 생각을 바꾸는 과정에 독자도 함께 몰입하여 5.18의 진실에 공감하게 된다는 내용이었다. 책을 읽고 학생들이 쓴 느낀 점을 보았는 생각이 너무나 기특하여 매우 감동하였다. 책을 읽고 난 후 시로 표현한 작품은 중학생들이 쓴 시라는 생각이 안들 정도로 가슴 아픈 우리 역사를 잘 표현하기도 하였다.
역사수업에서는 5.18 바로 알기(잘못된 내용 바로 고치기), 한문수업에서는 오월루 비문 읽고 내용 파악하기, 영어수업에서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5.18에 대한 글을 해석해 보고,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5.18 정신을 알아보기, 도덕수업에서는 진정한 사과에 대한 내용 알아보기, 미술수업에서는 5.18 미니북 제작하기, 캘리그래피 써보기, 5.18 사적지 컬러링 북에 색칠하기 등을 소개해주셨다. 강사님의 중학교에서는 프로젝트 학습도 많이 하여 모든 교과 선생님들이 교육과정을 재구성하는 '상생'의 모습을 실제로 실천하는 게 매우 인상 깊었다.
다음날은 이 직무연수에서 제일 기대하였던 '전남의 5.18 민주화운동'을 알아보기 위해 목포와 나주로 현장답사를 떠났다. 유달산 노적봉, 목포 옛 일본영사관(목포근대역사문화관 1관), 동양척식주식회사 목포지점(목포근대역사문화관 2관), 4.19 혁명 기념비, 목포 민주화운동의 중심지인 안철 가옥(구 동아약국), 목포역 광장의 5.18 민주화 운동 사적비와 5월 걸상, 서산동 시화마을, 나주의 남고문 광장 및 금성관에 갔다. 강사로 오신 고등학교 역사선생님들이 자세하게 설명해 주어 몰입이 잘 되었다. 역사책에서만 보던 곳에 직접 가니 현장감이 생생히 살아 역사 공부가 왜 재밌는지 이해가 갔다.
역사를 잊지 않기 위해 초등학교에서도 학생들 눈높이에 맞게 계기교육을 꾸준히 한다. 작년 9월에 우리 학교로 새로 부임하신 교감선생님도 5.18 민주화 운동 계기교육에 더 특별히 관심을 가지고 신경을 쓰셨다. 5.18 민주화 운동에 깃든 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학생들의 다짐 한 마디씩을 쓰는 활동을 학년별로 진행하였다.
5.18 민주화운동에 관한 전개과정을 보여 준 후 일상생활 속에서 연대, 민주정신, 나눔, 공동체정신, 평화, 인권 등을 실천할 수 있는 다짐을 포스트잇에 붙여 역사를 다시 돌아보게 하였다. 물고기 모양을 만들어 표현한 3학년의 멋진 아이디어가 매우 돋보였다. 여러 물고기들이 한마음이 되어 독재와 탄압을 상징하는 검은색 물고기를 쫓아내는 장면에서 연대의 큰 힘을 느낄 수 있었다. 4학년의 민주버스를 둘러싸고 있는 별모양과 하트모양의 메시지가 민주주의를 지켜주고 있는 듯 보였다. 5, 6학년은 고학년답게 내용이 아주 훌륭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1층 중앙현관에 교감선생님이 직접 전시까지 해주셔서 아이들이 더 뿌듯할 것 같았다.
-모둠 활동 중 문제가 생겼을 때 서로 싸우지 않고 대화나 투표를 통해 사이좋고 평화롭게 결정하겠습니다.
-우리를 위해 싸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의 평화와 민주주의를 위해 힘써주신 것도 감사합니다.
-협동이 필요한 순간에 최선을 다하고, 누군가 도움을 요청하거나 도움이 필요할 때 최선을 다해 도와주겠습니다.
-친구를 무시하거나 차별하지 않겠습니다.
-저와 다른 사람의 인권을 소중히 여기겠습니다.
-5.18 때 희생하신 분들을 잊지 않겠습니다.
역사를 잊지 않고 그 정신을 이어가기 위한 우리 초등학생들이 너무나 기특하였다. 학교에서 오월쿠키도 사주셔서 아이들과 맛있게 먹기도 하였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이번 연수 때 배웠던 내용을 우리 반 미술 시간에 적용해 보았다. 캘리그래피에 '임을 위한 행진곡' 가사와 민주주의에 관한 글귀를 쓰고 꾸며 보았다. 한 글자씩 정성 들여 써가는 우리 아이들을 보니 어렸을 때부터 역사수업이 매우 중요함을 다시 느꼈다. 이면지에 연습을 여러 번 한 후 붓펜으로 캘리그래피를 쓰게 하였는데 진지하게 참여하는 모습에서 미래의 희망이 보였다. 낙관처럼 보일 수 있게 빨간색으로 이름도 출력해서 붙이게 하였더니 꽤 그럴듯하여 아이들의 만족감이 매우 높았다.
이번에 캘리그래피도 열심히 연습하고, 역사연수도 들어 수업에 적용하니 매우 뿌듯하였다. 동학년 선생님들과 공유도 하여 상생과 연대의 중요성도 실천할 수 있었다. 교사가 관심이 있는 만큼 학생들에게 잘 전달하고 깨달음을 얻을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줄 수 있다.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행할 수 있다. 역사 교사가 아니라 역사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은 많이 알지 못하지만 초등수준에서 아이들이 많이 접하면 그 점들이 모여 중학교에서는 선들로, 고등학교에서는 면으로 만들어질 것이라 자신한다. 아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일상생활에서도 우리 아이들이 인권과 공동체 정신을 잘 실현할 수 있도록 교사로서 항상 깨어있도록 노력해야겠다.
45주년 5.18 민주화운동
숭고한 희생, 기억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