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팀과 디뎀의 평화로운 안식처에서 푹 쉬면서 여독을 풀었다. 손님을 일주일이나 집에 들이는 일은 생각보다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했다. 감사의 대접으로 근사한 저녁을 사고 싶다고 말했다. 디뎀은 터키의 전통 식당을 보여주고 싶다 했지만, 가격이 조금 비싼 탓에 추천하기를 망설였다. 그곳은 한정식처럼 음식이 코스 요리로 나오고 흥이 무르익으면 사람들이 노래도 하고 춤도 추는 곳이라고 했다. 일 인당 3만 원 정도로 터키 물가에 비해 비싼 곳이지만 한정식 식당보단 훨씬 저렴했고 뭐든 전통적이라면 가격을 떠나 경험부터 해보고 싶었기 때문에 흔쾌히 가자고 했다. 그리고 금요일 팀과 디뎀이 일을 마친 저녁 우리는 유럽 대륙 쪽으로 건너가 그 식당으로 향했다.
식당 안으로 들어섰는데 구조가 참 흥미로웠다. 야외에 테이블이 한 100명 정도는 거뜬히 앉을 수 있을 만큼 많이 놓여 있었는데 이곳은 한 빌딩과 빌딩 사이었다. 그 사이를 아름다운 조명과 조화 장식으로 고급스럽게 잘 꾸며놓았다. 처음 들어섰을 때 몇 테이블을 제외하고 텅 비어있었지만, 시간이 조금 흐르자, 하나둘씩 사람들로 채워졌다. 그리고 각종 소스와 빵이 먼저 나왔다. 이런 각종 소스를 딥(Dip)이라고 하는데 신선하고 너무 맛있었다.
음식이 테이블 위에 놓이는 시간, 밴드가 나타나 각 테이블 앞에 머무르면서 튀르키예 전통 음악으로 생각되는 곡을 연주했다. 흥이 넘치는 이 음악은 흡사 한국의 트로트 같기도 했다. 술이 어느 정도 들어가고 음악이 무르익자, 하나둘 사람들이 일어나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이곳에 온 사람들은 남녀노소 모두 옷을 잘 갖추어 입고 왔는데 보통 이런 식당은 졸업식이나 생일 등 축하할 일이 있을 때 온다고 했다. 우리 뒤쪽의 테이블에는 이십 대부터 중년 정도 되어 보이는 여자들 대여섯 명 정도 클럽에 가서 입을만한 딱 붙는 탑과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음악에 맞춰 신나게 소리높여 노래를 부르더니 급기야 흥을 주체하지 못해 일어나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조금 있으니 식당 전체 사람들이 밴드가 연주하는 노래에 맞추어 합창하기 시작했다. 나이가 어리든 많든 남자든 여자든 상관없이 흥겹게 노래를 목청 높여 불렀다. 디뎀도 고래고래 노래를 부르더니 흥을 주체하지 못해 일어섰다. 나는 가사를 몰라 함께 노래해 주지 못했지만 춤을 출 수는 있었다. 그래서 벌떡 일어나 그녀와 함께 춤을 추었다. 식당에 가기 전부터 나올때까지 디뎀은 밥값이 너무 비싸다며 본인 것은 본인이 내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전통적인 튀르키예 분위기 식당을 보여주고 싶었지만, 비싼 것이 내내 마음에 걸렸던 모양이다. 제발 우리를 받아준 호의에 감사할 기회를 달라고, 겨우 그녀를 뜯어말려 마침내 우리가 계산했다.
이렇게 전세대 불문하고 모두 함께 동네가 떠내려갈 듯 신나게 합창할 수 있는 곡이 대한민국에 몇 개나 있을까? 이십 대와 지금 나의 세대가 혹은 할머니 할아버지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음악이나 활동이 어떤 것이 있을까?
독일에선 이십 대와 육십 대가 재즈클럽에서 함께 음악을 감상하며 즐기고, 튀르키예 전통 식당에서는 온 세대가 함께 노래 부르고 춤을 추고 있었다. 이 나라들도 깊이 들여다보면 물론 세대 간의 갈등도 왜 없겠냐 만은 다 같이 함께 할 수 있는 무언가 있다는 것이 참 부러웠다. 그리고 열정적으로 춤추고 노래하는 이들이 한국인과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우리가 형제의 나라인 건가?
나는 튀르키예 사람들이 점점 좋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