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망이 된 실뭉치를 구석에 처박고, "나중에 하자"고 말하는 순간, 사실 나는 정리를 한 것이 아니라 방치한 것이다. 이런 행동은 생각보다 자주 일어난다. 눈앞에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그냥 미뤄버리는 습관은, 일시적인 해결책처럼 보이지만, 결국 마음을 무겁게 짓누른다. 엉킨 실뭉치는 사라지지 않고 그 자리에 그대로 있고, 나도 그 실뭉치를 언젠가는 풀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 생각은 마음 한구석에 불편함으로 남아, 끝내 나를 따라다닌다.
이런 방치의 반복은 일상에서도 쉽게 발견된다. 무언가를 해결할 의지도, 힘도 나지 않을 때, 우리는 그것을 무한정 미루기만 한다. 정리하지 않은 삶이 곧 어지러운 삶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나에게는 어지러움이 그 정의와 같다. 정리가 되지 않은 내 마음은 결국 내 주변의 어지러움과 닮아간다.
그래서 어지러울 때마다 나는 무작정 정리를 시작한다. 정리가 필요 없는 물건들조차도 손을 대고, 쓸모없는 것들을 정리하려 애쓴다. 머릿속이 복잡할 때, 물리적인 정리가 내 마음을 정돈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나에게는 물건을 버리는 일이 어렵다. 내가 정리에 소질이 없는 이유는 결국 이 '버리지 못함'에 있다. 물건을, 추억을, 감정을, 그리고 나의 가난한 마음을 버리지 못한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나는 내 가난한 마음을 언제쯤 정리할 수 있을까?'
삶을 살아가면서 쌓여가는 고민과 감정들이 마치 엉킨 실뭉치처럼 마음 구석에 자리 잡고 있다. 이 실뭉치들을 풀어내지 않는 한, 내 마음은 영원히 어지럽고 무겁게 남을 것이다. 하지만 실뭉치를 풀 힘도, 의지도 쉽게 나지 않는다. 이 엉킨 마음의 실타래를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늘 고민만 하며 시간을 보낸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정리하지 못한 마음을 잠시 구석에 밀어둔다. 아직은 정리할만큼 마주할 자신이 없다. 그런 9월 3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