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안개 자욱한 날 아침에는
두려움을 신고 신중함을 끼며
엑셀을 밟고 핸들을 쥔다
긴장을 입고서
나 걸을 때 몰랐지,
안개속에서 나타나는 형체가
나 늘 지나치는 평범한 길,
그림처럼 그려줄 줄은
스스로를 백짓장 삼아서
서서히 들어나는 형태를 스케치하고
그 가로수와 건물, 버스를 예쁘게 색칠하면서
한 편의 영화를 상영해
아, 이 길의 횡단보도는 노란색이고
그린마더의 조끼색이 참 예뻣구나
초등학교 앞 편의점 건물은 지붕이 있고
맞은편에 가로수가 잎이 무척 빽빽하다
건물의 지붕까지 형태가 보이기 시작하면
그 앞 가로수의 스케치가 시작된다
그럼 보도블럭의 낙옆색 벽돌이 색칠되고
건물 색일이 시작될 쯤, 가로수는 완성작이 된다
역동적인 아이들이 귀여운 책가방과 함께
그 웃음소리를 뻗어내며 안개속에서 나타단다.
정차한 버스의 미완성된 뒷모습에서
낮은 차체의 구조를 느낀다.
안개의 그림 속으로 주행한다
안개가 그리는 그림속으로 깊이 빠저든다
나도 저 그림속으로 들어간다
내 뒤로 오는 사람에겐 나도 풍경이 되겠지
가끔 붉은 신호등 빛이 안개사이에
툭 나타나 공포감을 조성해도
안개는 붉은 물담 떨어진 듯 그 중심으로 슥슥
그림을 예술같이 잘도 그려낸다.
너무 빠르지 않지만, 걷는 것 보다 조금 더 빠르게
차창 정면 유리를 스크린 삼아
엑셀과 브레이크를 마우스 삼아
운전석을 관람석 삼아본다
저 뒤에 승용차, 어떤 영화를 보고 있을까
내가 담긴 스케치는 어떤 풍경이지
하늘이 안보이니 가장자리가 히미해서
더 환상의 나라 속에 온 것 같다
이 그림속으로 들어가는 나
한 편의 예술작품이 된 기분으로
매일같이 지나가던 이 풍경속에서
안개가 그린 그림속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