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8월 31일
시작하며,
요즘은 인공지능이 대세라고 한다. 기술 발전의 혁신이라면서 여기저기서 떠들어대고, 여러 가지 모델도 많고 사용 팁도 넘쳐난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나는 그런 거 잘 모른다.
남들이 뭐라든, 나는 나만의 엉뚱하고도 신박한 방식으로 인공지능을 사용해 보고 싶었다.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방법으로, 아니, 사실은 누구나 시도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별로 하지 않는 그런 것 말이다. 그래서 오늘은 나의 평생 동반자인 ADHD 덕분에 인공지능과 고군분투하며 나의 한계를 확장해 나간 이야기, 앞선 글에서 말했듯 때로는 그 인공지능이랑 같이 해겷해나간 이야기를 할 것이며, 나를 족쇄처럼 붙잡았던 이야기까지 풀어보려고 한다.
이 이야기가 혁신적일 리는 없다. 그저 일단 저지르고 보는 내가, 아무런 팁도 없이 인공지능과 어떻게 씨름해 왔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시시하고, 어쩌면 조금 웃기지도 않은, 뻔한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누군가에겐 신선하게 다가가거나 소소하게 입꼬리를 올리는 경험이 될 수 있길 바라면서 적어본다. 어렵게 생각하지 말라고, 이렇게 그냥 저질러보는 자의 이야기를 인공지능과 함께 이어가고 있다는 것을 전하고 싶다.
막상 풀어갈 이야기는 그냥 일기에 가깝다. 나의 특유의 산만함과 주의력결핍으로 인해, 마치 미로 속을 달리는 것처럼 이야기가 여기저기로 튀어 혼란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점도 즐길 수 있다면 너무나 감사하겠다는 마음을 전한다. 엉망이라 미안하다는 말보다는 이 혼란을 즐겨주기를 진심으로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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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앞으로 써보기 위해 내가 챗 gtp에게 최근에 내렸던 명령이다.
오늘은 캡쳐본 사진이 많이 들어갈 예정.
우리 인공지능님께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당장 써먹을 이미지가 없는 걸?
난 쌈뽕 하고 깔롱 한 표지를 추가하고 싶은걸? 이왕 저지를 거 완벽이나 대단함은 없지만 꽤 그럴 싸하게 저지르자는 게 늘 나의 첫 발걸음이다.
첫 번째, 단순함을 추구하는 이미지 제작하기
무언가 창작할 때 생각할 것은 최대한 심플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복잡한 과정을 생략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바로 단순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면 깔끔하고 눈에 확 들어오지 않겠는가. 나는 고흐도, 피카소도 아니고 예쁜 아이돌도 아니니까,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는 그런 포스터를 만드는 디렉터도 아니니까. 그래서 인공지능에게 부탁했다.
“나 그림판 키기도 귀찮고, 패드로 그림 그리기엔 영상 시청 중이니까, 네가 대신 그려줘. 나 포토샵도 못한단 말이야!”
폰을 들고 챗GPT 어플을 실행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입력한 명령은 간단했다. “챗GPT랑 가장 친한 ADHD라는 주제로 그림을 그려줘.” 처음 받아본 결과물은... 글쎄, '고등학교 기술•가정 교과서 표지 같다'는 느낌이었다.
색감은 왜 저런지 답답하기만 하고, 전혀 내가 원하는 느낌이 아니었다. 색감이 너무 중학교 1학년 시절의 그 노년의 숏컷 파마 선생님이 입고 다니시던 롱스커트 같았다. 선생님께는 잘 어울리지만, 내가 입으면 그저 개나리 갑옷이 될 그 스커트 같은 느낌.
'하, 내 명령을 못 알아듣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챗GPT는 나의 명령을 너무도 잘 수행하고 있었다. ADHD의 복잡한 생각을 다양한 색감과 아이콘으로 표현했고, 그 표현을 사람 실루엣의 머리에서 시작하게 하여 주제의 직관성을 살렸다.
어라? 인공지능이 내 명령을 너무 잘 수행했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럼 문제는 내 명령이었다는 것 아닌가! 더 디테일하게 설명해야 할 수밖에 없었다.
두 번째 시도: 디테일한 설명 추가
그렇게 나는 다시 도전했다.
"교과서 같아서 싫어. 복잡해 보여서 싫어."
이렇게 구체적으로 싫은 점을 나열하며 새로운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역시나 마음에 들지 않는 결과가 나왔다.
“나 유료 구독자인데 너무 욕심내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다른 내가 속삭인다.
"돈만 내면 다야? 그래도 좀 촌스러운 거 아니야?" 하지만, 이번엔 좀 더 디테일하게 명령해야 했다.
"사람의 옆모습을 빼달라"고.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얘는 학습을 제대로 안 하나?
얼굴을 빼달랬더니 전신 옆모습이 나왔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너무 답답하고 짜증이 났다.
점점 혼돈의 카오스로 빠져드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사람 실루엣과 그림자만 보여줘.” 아예 새롭게 명령을 내려야 했다.
성공적인 결과와 그 한계
드디어, 처음으로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왔다. 하지만 역시나 완벽하게 사용하기에는 애매한 부분이 너무 많았다. 처음엔 "아, 드디어 됐다!" 하고 기뻐했지만, 막상 실제로 사용하려고 하니 문제가 보이기 시작했다.
책 중심부가 제목에 가려져 안 보인다는 점
이게 큰 문제였다. 표지 디자인에서 중심부는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 제목이 그 중요한 부분을 가리고 있다니! 원래 의도한 그림의 느낌과 강조하고 싶은 요소가 제목 아래에 묻혀버린 것이다. '아, 이래서는 안 되는데...' 하며 실망했다.
전체적으로 크기가 맞지 않는 점
책의 표지 크기가 정사각형이 아닌데, 인공지능이 만든 이미지는 마치 정사각형 표지에나 어울릴 법한 비율이었다. 책의 세로 길이가 더 긴데, 가로와 세로 비율을 맞추지 못해서 사용하기 어려웠다.
"이래서야 책 표지로는 쓸 수가 없잖아!" 하며 다시 크기와 그림의 방향에 대한 수정 사항을 다시 요청했다.
이번엔 제대로 될까 싶었는데,
또 이상하게 해석했는지 결과물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 이게 왜 이렇게 나온 거지?' 하고 당황스러웠다.
설명을 보면 챗GPT는 내 명령을 그대로 수행했다고 주장한다. '
와! 이걸 어떡하지? 얘 바보일까?' 하고 속으로 한탄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문제가 있는 것은 챗GPT가 아니라 바로 나의 명령이었다.
지도자는 나다. 리더는 나라고! 끌려가는 게 아니라 끌고 가는 것은 나다.
그래, 어쩔 수 없다. 계속 끈기를 가지고 명령을 내리는 수밖에. 내가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인공지능을 괴롭혀야 했다. “계속해보자. 포기하지 말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다시 첫 번째로 돌아가서,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부터 찾아야 했다.
계속 끈기를 가지고 명령해 보자. 어쩔 수 없잖아, 내가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인공지능을 괴롭히는 수밖에.
그럼 다시 첫 번째, 내가 원하는 것부터 찾기! 유연한 사고로 명령 수정
다시 생각해보자. 나의 명령이 이미 잘못 인식되고 있는 것 같다면, 그냥 명령의 키워드를 바꾸는 게 낫지 않을까? 인공지능보다야 내가 더 유연하게 생각할 수 있을 테니, 내가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 수 있도록 응용 가능한 표현 방식으로 유도해야 한다. 제발 내가 더 유연할 거라면서 스스로를 다독였다. 그러면서도 고민했다.
‘인공지능과 사람의 조화인데, 심플하길 원해. 분위기나 색감은 차갑고 어두운 것과 정반대되는 색을 사용해서 눈에 띄면서도 간단하게 만들면 좋겠다!’
그때 생각났다. 사람의 실루엣을 이용해서 사람 혹은 인공지능을 떠올리게 하고 싶었다. 위에서 처음 받은 그림에서 사람 옆모습이 촌스러운 느낌을 주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인공지능을 떠올리게 하는 이미지였다. 그래서 실루엣의 활용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고정관념을 떨치기 힘들지만, 아직 오래 고민해보지 않았으니 괜찮다. "조금 더 생각해보자. 분명 방법이 있을 거야."
최종 결과물과 수정의 한계
이어지는 주 과장의 명령은 매우 구체적이었다.
“마치 살인자의 흑막에 숨겨진 것 같이”
표현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내가 이런 요청을 한 이유는 간단했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소설책의 표지, 특히 스릴러 장르의 책 표지에는 스릴과 공포감을 조성하기 위해 사람의 실루엣과 그림자를 다소 포함하는 경우가 많다.
까만 그림자나 실루엣을 강조하기 위해 단색을 사용하거나 심플하게 디자인하는 것이 일반적이지 않은가? 딱 떠오른 게 스릴러 장르였기 때문에 저렇게 명령을 내린 것이었다.
디즈니에서도 마녀와 악당들의 그림자는 늘 길고 강조되기 마련이다. 그들의 실루엣을 검게 표현하여 흑막의 존재를 예고하는 방식이 아닌가. 물론, 인공지능이 내 이야기에서 흑막의 역할을 할 리는 없겠지만, 어떤 면에서는 아직 그리 멀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내가 원했던 것과 매우 흡사한 결과물이 나왔다. 사람 그림자를 크게 키워주고 방향을 바꾸어 달라고 여러 번 요청한 끝에 얻어낸 결과물이었다. 그러나, 사람 그림자가 겹치는 최종 결과물을 보니, 갑자기 피로가 몰려왔다. “내가 인공지능을 이끌려 했지만, 결국 내가 끌려가버렸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내심 싸움에서 졌다고 치자.
사실 일부 사람 형태의 그림자를 하얀색으로 바꾸고, 약간 다른 존재로 느껴지게 하고 싶었는데, 그렇게 할 만한 적절한 명령이 떠오르지 않았다. 내가 원하는 완벽함에 가까운 결과는, 결국 인공지능보다는 포토샵과 내 손의 콜라보로 만들어내는 것이 더 빠르고 정확할 거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어쨌든, 내가 원했던 것과 매우 흡사한 결과물이 나왔다. 사람 그림자를 크게 키워주고 방향을 바꾸어 달라고 여러 번 요청한 끝에 얻어낸 결과물이었다.
그러나, 사람 그림자가 겹치는 최종 결과물을 보니, 갑자기 피로가 몰려왔다.
“내가 인공지능을 이끌려 했지만, 결국 내가 끌려가버렸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내심 싸움에서 졌다고 치자.
사실 일부 사람 형태의 그림자를 하얀색으로 바꾸고, 약간 다른 존재로 느껴지게 하고 싶었는데, 그렇게 할 만한 적절한 명령이 떠오르지 않았다.
내가 원하는 완벽함에 가까운 결과는, 결국 인공지능보다는 포토샵과 내 손의 콜라보로 만들어내는 것이 더 빠르고 정확할 거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포토샵의 필요성
문제는 나의 개인 노트북에 포토샵이 설치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었다. 게다가, 무엇보다도 인공지능에게 포토샵 사용법을 물어보면 알려주겠지만, 그 과정이 너무 귀찮았다.
가장 좋은 방법은 사실 포토샵 외에 내가 원하는 작업을 위해 모바일에서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플랫폼이나 앱과 그 사용법, 특징을 알려달라고 하는 것이겠지. 하지만 그런 욕심은 버리기로 했다. 나는 단지 명령하는 자일 뿐이지, 창작자가 아니기 때문에, 챗GPT가 만들어 준 디자인을 그냥 테두리만 잘라서 쓰기로 했다.
이 결과물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챗GPT 없이는 이렇게 빠르게 만들 수 없었을 테니까.
나 스스로 창의력을 발휘할 수도 있었지만, 내가 원하는 결과에는 ‘빠르고 간편한’ 이라는 조건이 내포되어 있었다. 노트북은 꺼져 있고,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기 싫었으니까. 이 무더운 여름의 후반부에서는 움직임이 많아질수록 땀만 나는 법.
모든 게 변명이지만 그럴싸하지 않은가!
그래서 나는 포기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로 했다. 창의적인 질문을 하는 것도 잊었지만, 뭐 어쩌겠는가.
저작권 신뢰에 대한 의문
이렇게 해서 나온 표지가 언제 또 바꿔질지 모르지만, 일단은 여기서 만족해 보려고 했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떠올랐다. "이게 정말 저작권에 문제가 없을까?" 또 한 번 걱정이 밀려왔다. 성인 ADHD인 나는 이 젊은 여름날 찜통더위에도 궁금한 걸 가만히 두지 못하는 사람이다.
다시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챗GPT가 저작권에 대한 걱정에 대해 안심시키는 답변을 주었지만, 정말 그 말을 믿어도 될까?
'그래, 그럼 내가 직접 대표 검색창에 검색해 보면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검색어가 무엇이었는지 잊어버렸다. 나는 또다시 챗GPT에게 의존하게 되었다.
"어라, 이러다 내가 오리나 씨처럼 되어가는 건 아닐까?"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의 오리나 씨처럼, 챗GPT 없이는 아무것도 못하는 수동적인 모습이 자각되었다.
일단 이 궁금증부터 해결해야겠다. 그래서 유명한 제작사를 넣어도 되냐고 물어봤더니, 챗GPT의 대답은 애매모호했다.
"믿을 수 있는 답일까?" 나는 다시 생각에 빠졌다. 적어도 인공지능은 거짓말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틀릴 수는 있겠지. 결론적으로 만족스럽지 않은 대답이었다.
"나, 너를 신뢰할 수 있을까?"
만약 챗GPT가 저작권을 주장하면, 그때는 내가 만든 창작물이 사라질까? 질문한 사람의 창의성은 무시되는 것인지 궁금해졌다.
왜냐하면, 이 창작물은 내 명령 없이는 탄생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며 혼란스러워졌다. 생각이 많아지니 단순하게 생각할 수 없게 되었다.
사실, 그냥 알아서 검색하면 되는 일인데, 괜한 오기로 챗GPT와 씨름하며 미간의 주름만 늘리고 있었다. 근데 그 검색법을 잊은 나는 여전히 챗GPT에 의존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던진 질문은
"너와 한 대화를 올려도 되냐?"는 것이었다.
대답을 항상 구구절절하게 하는 챗GPT에게 이번에는 짧게 대답하라는 명령을 추가했다.
그런데 참 웃기다. 인공지능에게 오늘 했던 질문 중에 이 마지막 질문이 가장 만족스럽다는 점이.
제대로 된 대답이 드디어 나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 "진짜 제대로 된 답변을 한 번 얻었네." 이런 느낌이 들면서도 왠지 힘이 빠졌다.
나는 이제 씻고 친구나 만나러 가야겠다. 챗GPT와 씨름하는 데 온 힘을 쏟아붓는 것도 지쳐버렸다. 오늘은 여기서 끝내기로 했다. “오늘의 결과에 만족하자.” 생각이 많은 나는 또다시 인공지능과 몇 시간을 더 오기 있게 싸울지 모르니, 이제는 포기하는 법을 배워야 할 것 같다.
어쨌든, 원하는 조건을 어느 정도는 달성한 것 같으니까. 물론, 완벽하지는 않지만, 지금 이 순간에는 이만큼의 성과에도 만족하려고 한다. 나만의 맞춤형 책 표지를 만드는 이 여정은 끝나지 않았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그렇기에, 오늘의 경험을 바탕으로 내일은 더 나은 결과를 기대하며,
인공지능과의 고군분투 왁자지껄 동맹관계를 이어가 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