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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과장 Sep 03. 2024

9월의 첫날

2024년 9월 1일

“왜 아직도 해가 화나있을까”

 9월 첫날, 눈 뜨자마자 느껴지는 열감에 내심 실망하고 지겨운 여름이 아직도 진행중인지 지쳐버려 툭 허공에 뱉어낸 말이다.

그래도 가을이 스멀스멀 시작 되고 있다고, 마치 암살자처럼 알게 모르게 내 바쁜 삶 속에 스며들어 이 열기를 어느순간 죽여줄것이라 믿어볼만한 9월이 시작되었다.

9월이면 가을이라고 생각했던 머리에 피도 안마른 초딩 시절에는 몰랐지만, 20대가 되어보니 9월까지 덥더라. 그걸 체감하기 시작하고 매년 9월의 시작은 실망와 지침으로 시작하게 된 것 아닌가 싶다.


특히 8월 생인 내게, 제일 가깝지만 늘 제일 먼 9월은, 8월의 감사와 기쁨을 머금고 다음 8월까지 버텨내야 하는 첫 허들같은 달이다. 생일의 기쁨과 사랑으로 이듬해를 버텨내는 나에게 다음 해 생일이 오기전까지, 이 사랑은, 디스토피아에서 살아남기 위해 내게 주어진 식량을 소중히 하듯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너무 아껴먹어도 나의 정신 건강은 금방 굶주려서 나약해지니, 잘 판단해서 꺼내먹야 한다. 그런 사랑이다. 9월은 소리소문 없이 찾아와서, 내게 사실 9월 1일은 9월의 시작이라 느껴지지 않는다.

열받은 태양이 자러갈 때 쯤, 8월에는 기대도 못했던 까만 밤이 시원해지기 시작하면 그 때 9월을 느끼고 암살자처럼 다가오는 가을을 느낀다. ‘아 태양한테 마취총좀 싸주라, 얼른 시원해지게’ 이글이글 얼마나 화를내던지, 이런 여름에 태어나 나도 불같은 성격일까, 사자자리를 타고나 다른 별자리 보다 포효를 잘 하나 생각해본다.

그 고리의 끊어내는 9월이 명확하게 시작하지 않아 아쉽지만, 그래도 와줘서 고맙다고 해야겠지, 이 지겨운 더위가 그리워질 겨울을 준비하기 위해서, 너 없이 어떻게 그 낭만을 시작하겠니.

푸르고 높은 하늘, 공활한 거리에 낙옆을 밟는게 쌀과자 씹듯 즐거워질 가을의 시작이 곧 다가온다. 이미 스타터는 끊어졌겠지, 공허함과 모순된 풍요로움 그 두가지 키워드가 다 있는 가을은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고 말 해도 될 9월 1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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