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서재페를 다녀왔다. 사실 내 개인적인 취향에는 금/토요일 라인업이 더 마음에 들었지만 일행과 시간을 맞추다 보니 일요일에 가게 되었다. 최근 몇 년간 이렇게 날씨가 좋은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황홀한 날씨에 잔디마당에서 외국 가수의 라이브 음악을 BGM 삼아 들으며 널브러져 있는 게 정말 행복했다.
그렇게 하염없이 늘어져 있다가 장기하의 공연을 보러 이동했다. 소규모 야외무대에서 공연이 진행된지라 멀리 앉았음에도 가수와 꽤나 가깝게 느껴졌다. 노래 두어 곡을 먼저 불렀는데 처음 듣는 노래였지만 장기하만의 스타일이 뚜렷해서 그런지 낯설지 않았다. 노래 중간에 갑자기 어미에 음을 뚝 떨어뜨린다거나, 갑자기 볼륨을 확 키운다거나 하는 게 유쾌하고 경쾌했다.
두 번짼가 세 번째 노래가 끝나고, 장기하는 다음에 부를 곡을 소개해주었다. <나란히 나란히>라는 곡은 본인이 이별 후 느낀 감정들을 고스란히 담은 곡이라고 했다. 이별 후 '나는 정말 잘해줬는데, 그 사람이 원한 건 과연 그게 맞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곡을 썼다고 한다. 그리고 그 비슷한 시기에 문득, 그때 여자 입장에서는 마음이 어땠을까를 생각하며 <밤양갱>이라는 곡도 썼다고 한다. 그리고 <밤양갱>은 5년이라는 시간 동안 곁에 머물러 있다가, 주인을 만나 세상에 빛을 보게 되었다.
비비의 <밤양갱>을 참 즐겨 들었지만 이런 스토리가 있는 줄은 몰랐다. 처음에 곡을 들었을 때 비비가 이렇게 귀염뽀짝한 노래를 부른 게, 그리고 장기하가 이렇게 귀염뽀짝한 곡을 쓴 게 신기하다고만 생각했다. 특히 갈색 무지 배경에서 비비가 <밤양갱>을 부르는 영상은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몇 번을 돌려봤다. <밤양갱>은 내게 들으면 기분 좋아지는 노래, 행복해지는 노래였다.
장기하는 <나란히 나란히>와 <밤양갱>을 연이어 불러주었다. <밤양갱>을 공연에서 본인이 직접 부르는 건 처음이라고 했는데, 첫 라이브를 들을 수 있어 좋았다. 장기하가 부르는 <밤양갱>은 비비의 <밤양갱>과는 또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스토리를 알고 노래를 들어서 그런지 엄청 슬픈 이별 노래를 들은 느낌이었다.
서재페에서 다양한 음악을 들었지만 집으로 가는 길에 나의 뇌리에 가장 남는 곡은 <나란히 나란히>와 <밤양갱>이었다. 에어팟을 꽂고 비비의 <밤양갱>을 다시 들었는데 곡이 굉장히 울적하게 다가왔다. 분명 같은 곡인데 이렇게 다른 느낌을 준다니 참 묘하다. 그런데 그 느낌이 싫지 않아 자꾸만 곡을 다시 듣고 싶어 진다. 상대방이 원한 건 그저 달디단 밤양갱이었다는 사실은, 왜 기어이 이별을 해야만 깨달을 수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