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송도 해안가 근처 '바다쏭'이라는 카페에 갔다.
바다를 볼 수 있는 카페라는 얘긴 들었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로봇 친구가 있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카페 입구, 야외에 서 있는 이 친구의 이름은 '천사로봇'이다.
스틸 조형물 '천사로봇과 함께' by 바다쏭카페
복잡한 스틸 구성품으로 견고하게 만들어진 이 친구는, 약 2.5미터 정도 키에 섬세한 스틸 날개를 달고 있다.
가슴에 빛나는 헤드램프와 함께 양손으로 든 깜빡이는 하트모양 심장을 애잔하게 바라보고 있다.
이 로봇 친구를 보니, 트랜스포머의 '옵티머스 프라임'이 생각나 가슴이 벅차올랐다.
옵티머스 프라임은 오토봇 군단(착한 로봇 군단)의 리더이다. 어리석고 연약한 인간들을
디셉티콘 군단(나쁜 로봇 군단)으로부터 구해준 따뜻한 로봇, 나의 눈물샘을 늘 자극하는 멋진 캐릭터이다.
옵티머스 프라임, 영화 트랜스포머 1. https://prunnnn.com/55
내가 로봇을 좋아하는 이유는, 뭔가 뚝딱대며 애쓰는 모습에서 내가 보이기 때문이다.
난 요즘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T(생각 중심)'형 인간이다.
어쩌다가 T형 인간이 이렇게 막대해지는 세상이 되었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혼란스럽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성과중심의 한국 사회에선 감성적인 'F(감정 중심)'형 보다
T형 사람들이 각광을 받았다. (나만의 생각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감정을 공감하지 못하는 대표적인 인물로 T형 인간들이 공격당하고 있다.
T형 인간들의 어설픈 감정 표현을 '로봇 같다'고 비하해 사용하는데, 로봇을 사랑하는 인간으로서 가슴이 아프고 억울하다.
어찌 감정표현이 서툴고, 공감을 잘 못한다는 것이 약점이 되어야 하는가.
자신을 버린 엄마를 죽을 때까지 사랑한 영화 A.I의 가여운 인조인간, 데이비드.
텅 빈 지구에서 청소만 하다가 사랑하는 이브를 만나 삶의 목표를 찾는 용감하고 귀여운 월-E.
얼마나 사랑스러운 캐릭터 들인가.
사실 F형 인간들이 부럽긴 하다. 내가 알 수 없는 상대의 감정을 학습 없이 배우고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존경 받을만한 능력이다. 나도 닮으려고 노력한다.
공감하는 방법에 대해 여러 방법으로 자료를 수집한다.
상황에 따른 공감의 말을 연습하고 사람의 표정과 숨겨진 마음을 공부한다.
전혀 안 되는 건 아니지만, 큰 에너지가 드는 일이다.
자칫 방심하면 상대의 의도를 놓치고 서운하다는 말을 듣기 일쑤다.
이것은 뭐랄까. 말귀를 잘 못 알아들으면 어린아이들에게도 가차 없이 혼나는 AI 셋톱, '아리', 혹은 '지니'의 입장이랄까.
선천적으로 주어진 공감능력만 '따뜻함' 일까?
상처 주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애쓰는 것이 더 따뜻한 가치임을 알아줬으면 한다.
나와 같은 T형 인간들도 자주 혼나고, 서운하다는 공격을 받으면 나름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같은 상처를 받지 않기 위해, 혹은 서운함을 주지 않기 위해 로봇처럼 묵묵히 애를 쓴다.
그러나 F형 인간들이 나처럼 T형 인간의 마음을 헤아리기 위해 애쓴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공감해 달라고 하는 F형 인간을 위해 늘 수고하고 눈치보는 인간은 것은 결국 T형뿐이랄까.
천사 로봇 친구는 왜 따뜻한 심장을 갖고 싶었을까?
안쓰러운 마음에 이 글로 위로의 말을 전한다.
"따뜻한 심장을 갖지 않아도 괜찮아. 넌 그대로 완벽한 로봇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