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장비, 좋은 피아노 그리고 좋은 연주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거쳐가면서 독일 입시에도 영상시험이라는 문화가 생겼다. 24년도 여름학기, 겨울학기를 지원하면서 학기마다 반 이상의 학교는 영상시험을 1차로 진행되었다. 엔데믹 이후 영상시험을 폐지하는 방향으로 가는 학교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꽤 많은 학교들이 영상시험을 진행한다. 그래서 많은 대학을 지원하게 되면 영상시험은 거쳐갈 수밖에 없는 관문이 된다. 이번 스텝에서는 영상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미리 알고 있으면 좋을만한 부분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2024년 여름학기를 위해 처음 영상시험을 준비했을 때 가성비를 추구했던 나는, 평소 연습하던 연습실과 근처에 있던 홀을 예약하여 녹화를 감행했다. 영상을 어느 정도 편집할 수 있었고, 악기용 마이크를 사용하면 그래도 시험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영상은 찍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내가 쓸 수 있다고 판단되는 영상이 나오기까지는 험난한 과정의 연속이었다. 음악 이외에도 영상에 필요한 모든 것을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해야 했기 때문이다.
복장, 자기소개, 촬영 구도, 마이크의 위치, 주변의 소음, 피아노 조율, 녹음시간, 체력, 영상촬영 이후 편집 등을 고려해야 했고 이 모든 것을 갖추어 영상을 찍는 것이 결코 순탄치 않았다. 전문가의 장비와 지식, 경험, 기반을 가지지 않은 채 단시간에 좋은 영상을 제작할 수 있을 거라는 나의 큰 오산이었다. 감사하게도 영상시험에 합격했던 학교도 있었지만, 다시 영상을 촬영해야 한다면 전문 장비와 담당자가 있는 홀에서 영상을 촬영해야겠다는 마음을 점차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 겨울학기 영상시험에는 여러 홀을 비교한 후 전문장비와 담당자가 있는 홀에서 영상을 촬영했다. 비용은 비싸도 영상 소리를 듣자마자 그 값어치가 느껴졌다. 소위 "클래스"가 달랐다.
홀 담당자를 통해 전달받은 영상을 간단하게 영상의 순서만 정리하여 겨울학기 영상제출은 마무리가 되었고, 다른 것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전 학기보다 더 많은 학교의 1차 영상시험에 합격했다. 여러분이 직접 영상을 찍고 제작하려 한다면 꼭 다시 한번 생각해 보기 권한다. 우리에게 시간은 한정적이고, 준비할 것은 많다.
자기소개
영상 초입에 자기소개는 꼭 들어가는 것이 좋다. 독일어로 나를 소개하는 것과 동시에 나에 대해서 어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디서 언제 태어났는지, 어떻게 음악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대학에서 무엇을 배우고 싶은지 등의 답변을 1-2분 내외로 정리하여 담으면 된다. 독일어를 첨삭받을 수 있는 분이 있다면, 자기소개를 작성해서 첨삭도 꼭 받아보기 바란다.
냉정하게 멘탈관리하기
내가 생각하는 냉정한 멘탈관리란, 계획해서 대비하는 것이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그 상황에 대한 대비가 되어있다면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있다. 냉정한 멘탈관리는 영상을 촬영한다면 꼭 필요하다.
녹화당일을 상상해 보자. 연주홀에 도착해서 촬영 장비가 셋팅된 후에 곧바로 녹화를 진행한다. 큐싸인이 나에게 전달되는 순간부터는 내가 모든 것을 이끌어야 한다. 여기서 변수 하나를 던져보자. 첫 번째 곡이 생각대로 녹화가 되지 않았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할 것인가? 대관을 넉넉하게 했다면 첫 번째 곡에 대한 녹화를 조금 더 진행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두 번째 곡, 세 번째 곡 중에서도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가 생긴다면 같은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인가? 같은 선택을 하게 된다면 전체적인 딜레이가 발생해 녹화의 막바지에 가까울수록 급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 급해지면서 흔들리는 나의 멘탈을 잡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러한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녹화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 행사를 운영하는 사무국처럼 녹화에 필요한 모든 계획을 꼼꼼히 세우는 것이다. 녹화 하루 전부터 컨디션을 잘 조절해야 하고, 녹화 당일 홀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녹화가 끝나는 시간까지(+딜레이 시간까지 고려하여) 곡마다 녹화 시간을 정한다. 여기서 정한 녹화 시간은 타이트하게 지켜야 하는데, 촬영 시작부터 끝까지 동일한 컨디션이 아니기 때문이다. 촬영이 길어지면 극도로 집중하고 긴장하기 때문에 시간이 흐르면서 집중력과 체력은 자연스럽게 소진된다. 한 번의 일정으로 온전한 결과물을 얻기가 어렵다면 두 번 정도로 쪼개어 촬영하는 것도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내가 연주자임과 동시에 매니저와 감독의 역할을 겸하여 나를 케어해 주자.
꼼꼼한 검수는 필수
영상 촬영을 마친 후 내가 이용했던 홀에서는 먼저 전체 영상을 받고 그 영상에서 시간을 지정하여 파일을 나눠 제공해 주는 방식으로 영상을 받을 수 있었다. 이제 파일을 제출하는 일만 남았는데, 이 시점에서 실수가 발생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여러 대학에 영상을 제출해야 하고 학교마다 입시곡이나 원하는 형식이 달라 파일을 학교에 따라 가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체 녹화 영상을 모두 본 후에 연주홀 측에 시간(시, 분, 초)을 전달하면서 잘못된 시간을 기입할 수 있고, 추가로 필요한 영상(자기소개)을 병합하지 못할 수도 있고, 편집본을 받았을 때 수정하고 싶은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 그래서 이 시점에서 내가 꼼꼼히 영상을 검수하지 않는다면 잘못된 영상이 제출될 수 있으니 특별히 조심해야 한다.
영상 촬영과 녹화본을 잘 편집해서 제출했다면, 이제 시험결과가 나오기까지 기다림과 인내 그리고 현장시험을 위한 충분한 연습과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Question
1) 영상을 촬영할 일자와 장소를 계획하셨나요?
- 촬영일자는 내 곡의 완성도와 입시의 시기를 잘 고려하여 결정해야 합니다.
2) 영상촬영할 홀의 촬영장비에 대한 스펙을 확인해 보셨나요?
- 잘 모르더라도 규모가 어느 정도 있는 홀에서는 영상촬영 스펙을 기재해 주고, 샘플영상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꼭 확인해 보세요!
3) 여러 홀을 비교해 보셨나요?
- 최소 3개 이상의 홀을 비교해 보기를 권장합니다.
4) 촬영 당일의 나의 녹화일정을 적어보세요.
* 만약 직접 촬영 및 제작을 한다면,
1) 간단하게라도 마이크에 대해 알아보고, 성능이 좋은 악기용 마이크를 구입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2) 일정을 정한 후 변경하지 않도록 합니다. (스스로 촬영하기 때문에 다양한 이유로 미룰 수 있습니다.)
3) 피아노의 컨디션이 좋은 곳에서 촬영하는 것이 좋습니다.
4) 촬영된 영상들의 파일 이름이나 타임라인을 편집하기 용이하도록 정리합니다.
5) 편집을 진행하되, 나중을 대비해서 원본을 꼭 따로 저장하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