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의 이유
먼저 입시의 결과로, 나는 독일에 가지 못했다. 이에 나는 두 번의 도전이 충분하다고 생각했고, 새로운 모험을 떠나고 있는 중이다. 유학 입시의 과정을 직접 경험했고, 시간이 흘러 이 글로 그 단계들을 다시금 정리하면서 말하고 싶은 한 문장을 꼽는다면 아래와 같을 것이다
왜 말리고 싶은지, 마지막 스텝을 찬찬히 따라와 주길 바란다.
나도 그랬지만, 음악을 전공한다면 자연스럽게 음악으로 생계를 유지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유학을 다녀와서 교, 강사에 도전해 볼 수도 있고, 국내 석사와 박사 학위를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입시 선생님을 할 수도 있고, 학원을 차려서 학원 원장님에 도전해 볼 수도 있다. 자연스러운 생각의 흐름이라고 본다. 그렇다, 인생에 정답은 없다. 하지만 내가 자연스럽게 그 속에 속할 수 있다는 크나큰 착각은 금물이다.
유학 입시, 전문 연주자로 갈지 말지에 대한 기로에 서 있다면, 내가 제시하는 말리는 이유 세 가지에 대해 먼저 방어해보기 바란다. 하나라도 멈칫 한다면,
"말리고 싶다."
첫째, 돈이 많이 든다.
내가 했던 도전, 독일 유학 입시는 한 번 도전할 때 천만 원이 필요하다. 금액을 적어보겠다. 10,000,000원이다. 나의 경우 부모님과 가족, 사랑하는 아내가 도와주어서 감사한 마음으로 입시에 임했지만, 나 또한 알바를 병행하며 입시를 준비했다. 입시를 준비한다면 합격도, 불합격도 가정하기 때문이다. 도전은 귀하고 소중하지만, 정말 돈이 많이 필요하다. 책의 초입에도 언급했던 것처럼 '입시'에만 필요한 금액이다. 조금이라도 금전적으로 고민이 되고 흔들림이 있다면 도전하지 않길 바란다. 때론 도전하지 않는 용기도 필요하다.
바흐, 하이든, 헨델, 모차르트, 베토벤 등 우리가 아는 많은 전설적인 음악가들도 돈을 받고 일로써 음악활동을 한 순간들이 많았다. 모차르트는 말년에 병, 빈곤으로 힘든 생활을 이어나갔던 대표 음악가이며, 슈베르트 또한 생전 경제적으로 평가받지 못했다. 슈만, 말러, 아이브스 등 우리가 아는 정말 많은 음악가들은 천재였지만 생계를 걱정해야만 했다. 여러분은 자신이 가난하더라도 지독하게 음악을 사랑할 수 있는가?
둘째, 공급이 너무나 많다.
한국에 돌아와서 한 번씩 공연을 갈 때면, 아는 얼굴을 보게 되거나 친분이 있는 분들과 인사를 나누게 된다. 가끔 음악가의 살아가는 현실적인 이야기와 같은 깊은 이야기도 하게 되는데, 슬프게도 이 이야기의 레퍼토리는 내가 대학을 다닐 때보다 더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그 이야기를 요약해 보면 이렇다. 독일/미국 음악대학 최고연주자/박사 과정을 최고점으로 졸업하고, 유명한 교수님을 사사하고, 콩쿠르를 휩쓸 정도의 휘황찬란한 프로필이 있는 사람이 있다. 그런데 그 프로필의 사람들이 이제는 주변에 너무 많다. 따라서, 좋은 프로필을 가진 사람들도 예술활동의 측면에서 쉽지 않은 시간을 이어가고 있다. 실제로 들었던 말을 빌려본다. "앞선 세대도 정착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데 뒷 세대는 과연 '잘' 살아남을 수 있을까?" 정말 진지하게 고민해보아야 한다.
공중 화장실에서 울려 퍼지는 유명 오케스트라, 연주자의 음악에 집중해 본 적이 있는가? 예전에는 배경음악처럼 생각했는데, 지금은 생각이 많아진다. 내가 생각지 못한 곳의 클래식 음악에 대한 수요가 있고, 그 수요에 내가 하나의 공급이 되기 위해선 어떤 프로필을 만들고, 어떤 경쟁을 해야 할까.
'이 실력으로 먹고살 수 있을까?, 나중에 뭐 하지?' 등의 고민을 한다면 지금 하는 전공 외에 새로운 세상을 꼭 알아보고 경험해 보길 강력하게 권한다. 음악으로 먹고살 수 있는 연주자들은, 이미 어린 나이에 일정한 반열에 올라가 있다.
셋째, 1등의 1등만 살아남는다.
사람들은 유명하고, 그 시대에 좋은 연주자라고 평가받은 연주자에게 열광한다. 한국은 유독 그 현상이 뚜렷해 보인다. 하지만 그 정점에 오르기 전까지는 나를 알리기에 앞서 생존조차 힘들 수 있다. 정점이라 함은 이미 좋은 서포트를 받고, 좋은 선생님을 만나, 연주자의 완벽한 커리어를 갖춘 음악가들을 뜻한다. 우리 머릿속에 있는 아티스트들이 이에 속한다. 음악은 노력은 필수이고, 운과 경제력도 뒷받침되어야 한다. 음악이 좋고 사랑해서 그것으로 생계를 이어나가겠다는 것은 너무나 위험한 도박이다.
그럼에도, 다 필요 없고 끝을 봐야겠다면 이것만은 꼭 해보자. 여러분이 어떤 연주나 레슨, 강연 등 음악가로서 경제활동 하나를 했을 때, 벌 수 있는 돈을 책정하고, 그 돈이 내가 앞으로 살아가기에 괜찮은 금액인지 꼭 확인하자. 대충 하지 말고, 한국 평균 소득과도 비교해 보고, 4대 보험, 세금, 결혼, 자녀계획, 노후.. 한번쯤은 깊게 생각해봐야 한다. 내가 살아야 음악을 할 수 있다.
한국에서 클래식이 많이 성장했다고 하지만, '대중음악'이라는 장르는 따로 있다. 많은 사람들이 쏟아지는 대중음악 속에서 콘텐츠를 소비한다. 음악시장의 규모만 간단하게 바라보아도 차이가 많이 나는 것은 금방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전공한 클래식 음악은 대중음악이 아님을 인식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잘 찾아보지 않는다. 나도 돌이켜보면, 학부생 때는 지금보다 더 닫혀있던 것 같다. 내가 서 있는 곳의 시장은 어느 규모인지 눈에 불을 켜고 지켜봐야 한다. 그래도 살 둥 말 둥이다.
전공을 하면서도 음악이 아닌 다른 과로 복수전공을 해보거나, 할 수 있는 한 음악 외의 다양한 분야의 경험과 공부를 해보았으면 한다. 어려서부터 악기 연습과 대학만 바라보고 달려왔기 때문에, 그만큼 다른 세상도 경험해 보았으면 좋겠다. 아참, 영어는 꼭 배우자. 세계의 많은 예술가들, 더 나아가 세계에 있는 다양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면 나에게 없던 세상이 펼쳐질 것이다. 나도 이참에 영어에 열심히 관심을 가져보려 한다.
이상 내 주위에서 얻을 수 없는 조언들과 팁이었다. 솔직히 이 글과 지식에 질투도 난다. 나는 다 지나가고 나서, 몸으로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마음은 예쁜 학으로 접어보기로 했다. 그 글과 지식은 본인이 귀를 열고 마음을 열어 담았을 때 자신의 것이 되는 것이니까. 단 한 사람에게라도 도움이 되고 영양분이 되는 글이었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마지막 스텝의 마침표를 찍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