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음식 2025

Menu_4 [안정과 감동이 필요할 때]

바흐 / 페트리 - 양은 한가로이 풀을 뜯고 , BWV 208

by 양현석

사진: UnsplashLuke Stackpoole


일상을 보내다 보면, 어딘지 모르게 불안할 때가 있다. 이를 해소하는 데에는 여러 방법이 있지만, 음악은 빠질 수 없는 존재일 것이다. 그중에서도 클래식은 안정을 되찾는 주소로 많이 쓰인다. 클래식은 어떻게, 왜 안정감을 주는 것일까? 그 답이 되어줄 오늘의 음식(音食)을 소개한다.




Menu_4 [ 바흐 / 페트리 - 양은 한가로이 풀을 뜯고 , BWV 208 - 신창용 Pf. ]

https://www.youtube.com/watch?v=NiXNY2GwDak&list=RDNiXNY2GwDak&start_radio=1

Changyong Shin. Bach / Petri – Sheep May Safely Graze, BWV 208. YouTube


작곡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 (J.S. Bach, 1685-1750)


'음악의 아버지', 학창 시절 수없이 회자되는 인물이다. 독일의 작곡가, 오르가니스트, 쳄발로 연주자였던 그는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화성, 대위법, 조성 음악의 기초를 세웠다. 베토벤 또한 "그는 Bach(실개천)가 아니라 Meer(바다)라고 불려야 한다."라고 표현한 만큼, 우리가 생각하는 위대한 작곡가들은 바흐의 음악을 뿌리로 두었다.


바흐의 작품 BWV 208은 1713년, 그가 바이마르 궁정의 음악가로 일하던 시절에 작곡한 수렵 칸타타이다. 수렵 칸타타는 사냥을 주제로 한 세속 칸타타 중 하나로, 종교적인 의미를 가지는 교회 칸타타와 대비되는 성격의 작품이다. 그중 9번째 곡인 '양들은 평화로이 풀을 뜯고'는 작센을 다스리는 공작 크리스티안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작곡된 아리아이다.


편곡

에곤 페트리 (Egon Petri, 1881-1962)


독일 태생의 네덜란드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에곤 페트리는, 페루치오 부조니(Feruccio Busoni)의 제자이며, 대위법과 바흐 해석에 정통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바흐의 곡을 낭만주의 해석으로 편곡하거나, 피아노 솔로에 맞게 작업했다.


바로크 시대에는 지속음을 위해 현악기나 바소 콘티누오('계속 이어지는 베이스'라는 의미의 이탈리아어)를 사용했는데, 페트리는 피아노 오른쪽에 위치한 울림을 주는 서스테인 페달을 사용했다. 페달을 사용함으로 낭만주의적 공간감, 색채감이 더해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루바토는 또 다른 차이점 중 하나이다. 원곡은 엄격한 박자와 균형 있는 리듬을 따르지만, 음악에 대한 문장과 문단의 시작과 끝을 알려주는 루바토를 부여함으로 감정선을 부각한다. 바흐의 원곡이 작센 공작에 대한 축하의 의미를 담는 '목적'에 중심을 두었다면, 페트리는 음악으로 표현된 감정선을 청중에게 전달하는 점에 중심을 두었음을 생각할 수 있다.


연주

피아니스트 신창용 (1994-)


대한민국 출신 피아니스트로, 미국 커티스 음악원과 줄리어드 음악원을 거쳤다. 2016년엔 지나 바카우어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1위를 수상하며 실력을 입증받기도 했다. 다수의 좋은 연주 중에서도 바로 오늘 소개하는 연주를 통해 신창용 피아니스트를 알게 되었다. 바로크와 낭만을 넘나드는 작품에서 각 선율을 노래하면서도 적절하고 흡입력 있는 루바토, 호흡으로 관중을 압도하는 연주였으며, 영상을 통해 충분히 이를 느껴볼 수 있다.


Kick 1. Inner Peace

우리는 '도레미파솔라시' 다음에 나올 음을 알고 있다. 그다음 순서인 '도'를 듣지 않으면 괜히 불편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렇게 도에서 시작해서 도로 끝나는 것을 보고 종지라고 하는데, 위의 이야기처럼 어떻게 풀어가느냐에 따라 감정선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이 곡에서는 그 시작과 끝 사이를 아름다움이 느껴질 정도로 안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처음 시작되는 테마는 곡이 끝날 때까지 맴돈다. 가장 중요한 노래가 되었다가, 다른 선율에서 노래를 뒷받침하는 선율이 되었다가, 어디선가 다시 주선율로 돌아온다. 이러한 대위법적 전개는 연주하는 입장에서 어려운 테크닉으로 꼽히는데, 모든 소리를 들으며 노래의 밸런스를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신창용 피아니스트는 매우 섬세하게 잘 풀어내고 있다. 화성의 조화가 이루어지면서 처음에 들었던 테마가 어디선가 들려오는 지점을 느꼈을 땐, 굉장한 안정감을 선사한다.


또한 이 곡에는 장식음과 같은 비화성음이 적다. 이는 음악 전반적으로 깨끗한 인식을 전달함과 동시에, 무겁게 느껴지지 않도록 한다. 자연스럽게 안정감과 평화의 감정을 느끼게 하는 작품은 진정한 예술이 아닐까.


Kick 2. 피아노

피아노는 해머로 현을 타격하여 소리를 내는 악기이다. '하나의 오케스트라' 로도 불리는 피아노는, 한 번에 여러 소리를 내고 그 울림들이 만나면서 아름다움이 더해지기도 한다. 이를 극대화할 수 있는 곡이 바로 페트리의 편곡 버전이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템포와 잔잔한 호수같이 지속되는 화음들은 바로크 시대와 낭만 시대를 동시에 느낄 수 있도록 한다.




마음을 한숨 돌릴 수 있게 해주는 곡.


Bon Appétit!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