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 pan
사진: Unsplash의Julio Lopez
수년 전, 음악학원에서 한 학생이 악기를 가져왔다. 커버는 UFO같이 생겼고, 악기는 더욱 우주선 같았다. 그리고 다른 도구의 도움 없이 손으로 두드려 소리를 냈다. 단순하고 원초적인 울림이라고 생각했지만 가만히 듣다 보니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히는 힘이 있었다. 고요함을 찾을 때 나는 이 울림의 맛이 떠오른다. 오늘의 메뉴, 악기 '핸드팬'을 소개한다.
핸드팬의 모델은 스위스에서 개발된 '행(Hang)'을 모델 삼아 만들어진 체명악기(몸체가 진동하여 소리를 내는 악기)이다. 2000년대 초 행의 출시 이후, 여러 제작자들을 통해 다양한 소리와 디자인을 가진 모델들이 탄생했으며, 이를 통칭하는 것이 바로 핸드팬이다. 아래의 연주 영상에서 핸드팬의 소리를 들어볼 수 있다. 독일 핸드팬 연주자 Malte Marten의 연주와 함께 오늘의 킥을 소개해본다.
https://www.youtube.com/watch?v=NSKxvLWqyOY
Kick1. 듣기 편한
핸드팬은 여러모로 편하게 들을 수 있다. 제작 시에 정한 음계를 가지고 있고, 손으로 두드려 소리를 내기 때문에 귀를 긴장시킬 필요가 없다. 영상 길이가 무려 1시간이 넘지만, 마음을 가라앉히고 무거운 생각을 떨쳐주는 듯해서 가만히 앉아 듣다 보면 빠져들게 된다. 치열한 삶을 떠나 잠시나마 마음의 휴양지를 찾는다면, 핸드팬의 세계는 제격이라 말하고 싶다.
음계에 대해서 조금만 더 이야기를 해보자면, 연주에서 사용된 영상은 D minor 음계와 가까운 D Aegean(디 에게안) 음계를 사용했다. 이 스케일은 보통 Double Harmonic Major 혹은 Hijaz-like Scale로도 불리며, '레 - 미 - 파 - 솔 - 라 - 시♭ - 도♯ - 레'의 구성을 가지고 있다. D 마이너 음계와 중심음을 공유하지만, C♯(도#)와 같은 음이 포함되어 있어 더 이국적인 색채를 만들어낸다.
디 에게안은 그리스·중동·발칸 민속 음악에 자주 쓰이는 독특한 스케일이기도 하는데, 어떤 음악적 이론을 생각하지 않아도 듣고 있다 보면 이국적이고, 신비롭고 몽환적인 이미지를 연출한다. 우리나라 또한 아리랑과 같이 독특한 음계를 사용해서 민속적인 음색이 드러나는데, 여기에서 우리의 귀에 접점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Kick2. 접근성
피아노를 전공한 나는 늘 아쉬운 마음이 있다. 피아노는 어디서나 연주할 수 없을뿐더러, 연주할 때마다 내 악기가 아닌 다른 피아노와 호흡을 맞춰야 한다. 모두 같은 형태로 보일 수 있지만, 다르다고 말하고 싶다. 건반의 무게, 누를 때의 감각, 소리, 페달링, 피아노의 크기 등 연습하던 환경과 달라 아쉬운 마음이 항상 남았다.
하지만 핸드팬과 같은 악기는 허락되는 장소라면 어디서든 연주할 수 있다. 영상 속 연주자처럼 산에서 연주할 수도 있고, 바닷바람과 파도소리를 들으며 연주할 수도 있다. 그래서 악기를 좋아하고, 내가 소리를 내는 것을 좋아한다면, 핸드팬의 세계에 입문해 보는 것도 좋은 선택지가 될 것 같다.
힘들고 더운 하루의 짐을 풀고, 울림의 맛을 잠깐 느껴보면 어떨까.
Bon Appét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