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 Hüe - Fantasy for flute and piano
최근 한 플루티스트의 연주회를 관람하면서 기억에 남는 두 곡이 있었다. 그중에 한 곡을 검색하다가 유튜브에서 무려 17년 전의 한 영상을 발견했다. 최근에 업로드된 좋은 품질의 영상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가끔 디지털 풍화 속에서도 빛이 나는 연주들이 있다.
190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걸쳐 남아 있는 클래식 연주 영상들을 보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대가들의 무대 기록이 남아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단순히 영상 기록의 기술적 측면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당시의 거장들은 오늘날보다 훨씬 활발하게 전 세계 투어를 다니며 연주했고, 그 과정에서 방송사나 음반사, 혹은 공연 주최 측이 자연스럽게 공연 실황을 기록으로 남기곤 했다. 지금처럼 유튜브나 개인 채널을 통해 누구나 영상을 쉽게 공유할 수 있던 시대가 아니었기에, 이런 기록들은 하나의 중요한 문화적 아카이브로 기능했다.
2025년을 살고 있는 나에게 이러한 영상들은 소중한 보물과 같다.
https://www.youtube.com/watch?v=_iXpJ3YZTLE
작곡
조르주 휴 (G. A. Hüe 1858-1948)
건축가 가족 출신의 프랑스 작곡가이다. 오페라, 칸타타, 성악, 관현악, 실내악 등의 다양한 작품을 남겼고, 드뷔시와 포레를 포함한 동료 작곡가들의 칭찬과 지지를 받았다.
오늘 다루는 곡인 플루트 판타지는 1913년, 파리 음악원의 콩쿠르 시험곡으로 작곡되었다. (작곡되어 있는 작품들 중에서 과제곡이 선정되는 현대 콩쿠르와는 다른 문화라 신기한 점이다.) 당시 파리 음악원에서 활동하던 저명한 플루트 교수이자 휴의 친구이기도 한아돌프 헨네뱅 교수에게 헌정되었으며, 악보에는 “à mon ami Adolphe Hennebains, Professeur au Conservatoire de musique de Paris(파리 음악원 교수인 친구 Adolphe Hennebains에게)"라고 명시되어 있다.
이후, 이 작품의 인기가 높아지자 휴는 널리 연주될 수 있도록 1923년에 관현악 편곡을 진행했다.
연주
에이미 포터 (Amy Porter)
미국을 대표하는 플루티스트로, 연주와 교육 양면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뉴욕 타임스와 American Record Guide로부터 “빛나고 서정적인 연주” , “매혹적이고 고도로 숙련된 연주자”라 평가받은 바 있다.
특히 작곡가 마이클 도허티가 그녀에게 헌정한 협주곡 < Trail of Tear >를 초연하기도 했다. 곡을 헌정받을 정도의 연주가임을 생각하면, 작곡가 입장에서 그녀의 연주를 얼마나 신뢰하고 애정하는지 알 수 있다.
현재는 미시간 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호흡·명상·웰빙을 음악 수업에 통합한 “Anatomy of Sound” 워크숍을 운영해 플루트 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기도 했다.
Kick. 1 플루트의 아름다움
작곡 의도 자체가 플루트를 위한 곡이어서 그런지, 플루트에 대한 아름다움을 마음껏 표출할 수 있는 듯하다. 손가락과 호흡을 이용한 날렵한 음의 이동, 저음부터 고음까지 빠르게 왕래가 가능, 호흡이 실린 멜로디 표현, 혀를 이용해 공기를 순간적으로 막았다가 터뜨리듯 내보내며 발음을 만드는 텅잉과 같은 다양한 테크닉들이 압축되어 있다.
직접 들어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꼭 들어보길 바란다. 플루트의 매력에 푹 빠질 것이라 장담한다.
Kick. 2 눈을 감고 상상해 보세요
책을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그 장면을 상상하게 된다. 나는 음악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글은 없지만, 내가 상상하고 생각함으로 음악을 더욱 맛있게 연주할 수도, 들을 수도 있다.
클래식의 한 장르인 '판타지'는 이름처럼 상상과 밀접하기도 하다. 소나타처럼 엄격한 전개가 아니라, 즉흥적인 흐름과 갑작스러운 분위기 전환을 경험할 수 있다.
곡의 서두 일부를 발췌한 부분이다. 오선지 안에 일정하게 그어져 있는 세로줄을 '마디'라고 표현하는데, 그 한 마디 안에도 무수히 많은 음표들이 적혀있다. 이는 판타지의 특징 중 하나이기도 하다. 악보에 적혀 있어도 연주자가 즉흥적으로 연주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어떤 부분에서는 연주자에게 자유롭게 표현하기를 바라기도 한다.
그러니, 여러분도 이 음악의 흐름에 귀를 맡기고 어딘가로 떠나보는 것을 추천한다.
플루트의 매력을 알게 해 준 또 하나의 곡.
Bon Appét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