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h/Busoni - Chaconne from Partita No.2
나에게 바흐의 음악은 재미있고 흥미로운 존재는 아니었다. 클래식 음악에 있어 기초라고 생각할 만큼 중요하하며, 공부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여러 성부로 진행되는 노래와 곡의 형식에 맞춰 밸런스를 갖추어야 하는 바로크시대 음악(바흐의 음악이 대표적이다.)은 듣기에 평화롭고 쉬워 보일 수 있지만, 많은 연습과 집중을 요한다.
하지만 바흐에게도 낭만작품이라고 할 만큼 감정이 느껴지는 작품이 있다. 마치 인생을 그려놓은 작품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슬픔을 슬픔으로 위로한 듯한 오늘의 곡은 바흐/부조니 샤콘느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dOHiI_5yycU
* 본 영상은 저작권상 재생이 어려우므로, 유튜브 채널에서 청취하기 바란다.
작곡(원곡)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 (J.S. Bach, 1685-1750)
원곡은 Partita No. 2 in D minor for solo violin, BWV 1004 중 5악장인 "Chaconne"이다. 샤콘느는 반복되는 저음 진행(오스티나토) 위에 변주를 쌓아 올리는 바로크 시대의 변주곡 형식으로, 15분이 넘는 방대한 단악장 변주곡이다. 단일 바이올린 작품 중 가장 장대한 규모와 깊이를 지닌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곡에 대한 해석은 크게 종교적인 내용을 담았다는 해석과 바흐의 개인적인 상실(첫 번째 아내 마리아 바르바라의 사망과 관련)을 반영한다는 해석으로 나뉜다. 개인적으로는 이 두 가지가 복합적으로 담긴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편곡
페루초 부조니 (F. Busoni, 1866-1924)
이탈리아 출신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부조니는 바흐의 음악을 19세기말 ~ 20세기 초에 낭만주의적으로 재해석하여 많은 편곡을 남겼다.
바이올린 솔로를 위한 곡이었던 샤콘느는 부조니를 통해 피아노 독주곡으로 편곡되었다. 피아노의 폴리포니(다성부 표현), 풍부한 화성, 페달링, 낭만적 표현을 덧붙여서 원곡에 감정이 다채롭고 짙어졌다. 피아노의 발전도 바흐의 작품과 감정을 잘 담을 수 있는 하나의 요소가 된 것 같다.
연주
엘렌 그리모 (Hélène Grimaud 1969~)
프랑스 남부의 아를 근처 Aix-en-Provence에서 1969년 11월 7일 태어난 그리모는 열세 살 때 파리 음악원(Conservatoire de Paris)에 입학해, 1985년에 최우수 성적으로 졸업했다. 어린 나이에 Rachmaninoff 피아노 소나타 2번 녹음으로 “Grand Prix du Disque”를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라흐마니노트 소나타는 피아노 음악에서 방대하고 무거운 곡으로 유명하다.)
그녀의 바흐/부조니 샤콘느에 대한 연주는 "Let Busoni be Busoni", "그녀는 자신의 그림자와 함께 춤추는 듯한 연주를 한다.", "피아노를 거의 반 마일까지 울려 퍼뜨렸다."와 같은 찬사가 쏟아졌다. 만약 시간여행이 가능하다면, 2001년 베를린 필하모니의 카머무지크잘(Kammermusiksaal)로 가서 이 연주를 직접 듣고 싶다.
Kick 1. 곡의 흐름에 집중해 보세요
메인 테마로 시작해서 끝없이 변주되는 듯한 이 곡은 감정선의 높낮이를 섬세하게, 극적으로 담아냈다. 음악에 집중하고 있으면 나의 감정 또한 움직이는 듯하다. 나를 위해 대신 울어주는 연주가 있다면, 엘렌 그리모의 바흐/부조니 샤콘느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Kick 2. 절제
음악에서 절제는 굉장히 어렵다. 사람이 감정에 따라 심장박동이 변하듯이, 어떤 감정을 느끼고 어떤 상태이냐에 따라 음악과 연주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더욱이 낭만주의적 편곡을 거치면서 노트(음표) 또한 더욱 많아졌다. 어려운 부분에서는 자칫 흥분하거나 테크닉에 집중하면서 곡의 전체적인 흐름을 깰 수 있다. (물론 대가의 반열에서는 이미 테크닉이 완성되어 있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없는 부분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엘렌 그리모는 연주의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의 페이스대로, 홀 전체에 울림을 전달했다. 그야말로 굉장한 절제와 집중의 연주이다.
슬픔에 잠기고 싶은 날엔, 바흐/부조니 샤콘느로 위로받기 바란다.
Bon Appét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