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ion.T - 해피엔딩.
나는 '말하는 듯 노래하는 가수'를 참 좋아한다. 가사가 들리기 때문이다. 독특한 음색이나 높은음까지 올라가는 가창력도 좋지만, 나는 어느 순간에는 가사와 음악의 전체적인 분위기에 몰두하는 경우가 많다.
무겁지 않은 비트, 반복적인 음악의 진행 속에서도 저 멀리서 새로운 소리가 들려오는 감칠맛에 당연하지 않은 뜻이 담긴 가사. 자이언티의 음악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BlFlttzDX74&list=RDBlFlttzDX74&start_radio=1
해피엔딩은 2023년 12월 6일 발매된 자이언티의 정규 3집 앨범 [Zip] 수록곡이다. 그의 인터뷰에 따르면, 이 곡은 '해피엔딩'이란 뭘까, 물어보는 내용이라고 설명한다. 또 이 단어가 갖는 함의를 직설적으로 탐구하고 싶었다고 말하기도 하고, 제목과 가사 간의 간극, 기대와 현실의 충돌 같은 주제를 담고 있다고 표현했다.
Kick. 1 오래들을 수 있는 매력적인 비트
난 가끔 이 노래를 들을 때 생각을 하기도 하고, 어떤 업무를 하기도 하는데, 이 노래가 지나갈 때면 다른 노래를 틀지 않고, 1시간 연속재생을 틀어놓는다. 그만큼 노래의 전체적인 속성이 과하거나 듣는 데에 무리를 주지 않는다.
그 요인들을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레트로한 사운드의 드럼 비트, 어쿠스틱 기타, 잔잔하면서도 감정선을 부여해 주는 건반(EP), 곡의 정체성을 살려주는 루프들이 생각을 머금게 해주는 것처럼 자연스럽고 자극적이지 않다. 그래서 이 노래를 오래 듣는 데는 무리가 없어 보인다.
가끔 잠깐 생각에 잠기고 싶거나, 반대로 멍 때리고 싶은 순간에 이 노래를 찾는다면, 번지수를 정확하게 찾았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Kick. 2 차근히 생각해 볼 만한 노래
난 이 노래의 첫 문장이 너무 인상적이다. "문장과 문장 사이의 거리." 눈으로 보기에는 그저 띄어쓰기 한 칸의 거리로 보일 수 있지만, 이 말을 골똘히 생각해 보았을 때 참 길게 느껴졌다. 자이언티도 손가락 한 마디 정도의 거리라고 표현하지만, 자신이 생각한 지점까지 오는데 몇 달이나 걸렸다고 그 거리를 표현했다.
생각이나 말이 이루어지는 시간이나 과정을 생각해 보면, 꽤 길고 무거운 때가 많은 것 같다. 그런데 지나고 보면 손가락 한 마디만큼 짧게 느껴지기도 한다. 참 야속하다.
또 좋아하는 표현이 있다. "끝나지 않았으면 싶은 영화처럼 결론짓고 싶지 않은 감정과 생각들"이라는 문장이다. 여유롭게 여러 사람들과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 온다면, 각자에게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장면이 있는지 물어보고 싶다.
그리고 덧붙이고 싶은 질문, "당신의 해피엔딩은 무엇인가요?"이다. 사실 통 요즘에는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오는 터라, 내 인생을 길게 보는 생각은 잠시 접어둔 참이었다. 이 노래를 들으면서 나의 해피엔딩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이렇게 자이언티의 의도와는 조금 다른 생각일 수 있지만, 이런저런 나의 생각을 찬찬히 살펴볼 수 있게 해주는 좋은 곡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사
문장과 문장 사이의 거리
손가락 한 마디 정도의 거리지만
나는 여기까지 오는데
몇 달이나 걸렸지
끝나지 않았으면 싶은 영화처럼
결론짓고 싶지 않은 감정과 생각들
해피엔딩
뭘까
며칠 동안 책을 품고 지내면서
한 줄도 읽지 않았어
침대 베개 옆에 두고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이야기는
이미 시작되었고
우린 빈 종이
맨 앞줄에 서있지
일기를 써보라고
너의 하루를 적어보라고
그리고 부끄럽지 않다면
꼭 한 번 들려달라고
무슨 생각인진 알겠는데
난 이렇게 끝내고 싶진 않아
해피엔딩
뭘까
문장과 문장 사이의 거리
손가락 한 마디 정도의 거리지만
나는 여기까지 오는데
몇 년이나 걸렸지
끝나지 않았으면 싶은 영화처럼
결론짓고 싶지 않은 감정과 생각들
해피엔딩
뭘까
해피엔딩
올까
해피엔딩.
여러분의 해피엔딩을 응원한다.
Bon Appét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