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보이는 것, 마음에 보이는 것

by 현진

보는 것은 단순히 눈으로 보는 일이 아니다.


우리는 흔히 더 많이 알아야 한다고 믿는다. 더 많은 정보, 더 많은 설명, 더 많은 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진정으로 본다는 것은 모든 것을 담으려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중요한지 알아채는 것이다.


나는 사진을 찍으며 처음으로 이 진리를 배웠다. 사진은 기다림의 예술이다. 빛이 깜빡이며 사라지는 순간, 움직임이 멈추기 직전의 긴장감,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감정이 순간적으로 드러날 때를 기다린다. 사진은 억지로 순간을 만들어내지 않는다. 진실이 자연스럽게 드러날 때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 나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며 새로운 시선을 배우게 되었다. 사진은 이미 존재하는 것을 담는다. 하지만 그림은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시작된다. 그림은 나만의 시선으로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비울지 선택하며 만들어진다. 한 줄 한 줄, 선과 여백이 만나면서 그림은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드러낸다.


이 깨달음은 나의 시선을 세상으로, 그리고 사람들에게로 확장시켰다. 사람을 보는 것도 그림과 같다. 그들의 모든 것을 알 필요는 없다. 오히려 말과 행동, 그리고 침묵 사이에 담긴 미묘한 차이를 느끼는 것이다. 그들의 시선이 머무는 곳, 멈추는 순간, 그리고 피하는 주제 속에서 그들의 진심이 드러난다.


한국에는 눈치라는 단어가 있다. 눈치는 단순히 관찰하는 능력이 아니다. 눈치는 마음으로 세상을 읽는 법이다. 말과 말 사이의 침묵을 읽고, 억지로 지은 미소 뒤에 감춰진 무게를 느끼며, 단어가 닿지 못하는 진실을 알아채는 것이다.


눈치는 단지 사람을 이해하는 방법일 뿐만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태도이기도 하다.


삶에서도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보려고 애쓴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들은 우리가 멈추고 주의를 기울일 때만 드러난다. 그 진실은 더 많이 알아내려는 노력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우리 앞에 존재하는 것 속에 있다. 그림을 그릴 때, 나는 선만 그리는 것이 아니라 여백을 남긴다. 여백은 단순히 비어 있는 공간이 아니다. 그것은 선을 살아나게 하고, 그림을 완성시킨다.


삶도 이와 같다.


여백이 없다면 진정으로 중요한 것들은 드러나지 않는다. 삶에서 여백이란 잠시 멈추는 시간, 욕심을 내려놓는 순간 속에 존재한다. 그 순간에 비로소 우리는 중요한 것들을 볼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다시 종이 앞에 앉는다. 삶을 기록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본질을 느끼고 머무르기 위해. 그리고 선과 여백 속에서 내가 본 진실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도록. 세상과 사람들 속에서 진실을 알아채는 연습을 하며, 매 순간에 머물기 위해. 보는 법은 완성되는 일이 아니라, 끊임없이 연습하고 실천해야 하는 삶의 태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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