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성찰

by 현진

삶은 고요한 강물처럼 보이지만, 그 흐름 속에는 날카로운 선택의 순간들이 숨어 있다. 올해 나는 그 선택과 마주했다. 상실과 슬픔이 덮쳐올 때, 삶은 단순히 흘러가지 않는다. 우리는 그 흐름 속에서 멈출 것인지, 아니면 나아갈 것인지 결단해야 한다. 살아간다는 것은 더 이상 자연스러운 상태가 아니다. 그것은 스스로 해야 할 선택이 되었다.


한때 나는 삶이란 균형을 찾는 과정이라 믿었다. 언제 행동하고 언제 내려놓아야 하는지 배우는 것, 강물에 저항하지 않되 자신을 잃지 않는 것이 평화의 길이라 여겼다. 그러나 올해 나는 깨달았다. 고요한 길이란 진정으로 고요하지 않다. 그 길은 우리에게 행동을 요구한다. 단순히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의지로서 강물과 함께해야 한다.


삶의 강물은 우리를 강제로 끌고 가지 않는다. 흐름에 몸을 맡긴다는 것은 저항하지 않는 것이지만, 그것은 결코 수동적인 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용기다. 우리는 모든 것을 잃고, 바닥에 무릎 꿇은 후에야 다시 물살 속으로 걸어 들어갈지 선택할 수 있다. 떠밀리듯 사라질 것인지, 아니면 강물과 함께 스스로의 길을 만들 것인지.


과거는 결코 우리를 떠나지 않는다. 과거는 우리가 걸어온 길이며, 우리를 형성하는 힘이다. 하지만 그것에 매달릴 때, 과거는 우리를 감싸는 부드럽고 달콤한 감옥이 된다. 그곳은 따뜻하고 안전하다. 그러나 그 안에 오래 머물면, 우리는 조금씩 삶에서 멀어진다. 삶은 과거를 짊어지는 것이지만, 그것에 갇히는 것이 아니다. 과거를 발판 삼아 현재를 살아가는 것, 그것이 진정한 삶이다.


그러나 흐름 속에서 우리의 역할은 한정적이다. 물살을 거스르려는 욕망, 이미 사라진 것을 되돌리려는 집착은 결국 무의미하다. 강물은 우리가 그릴 수 없는 방향으로도 흘러간다. 우리는 통제할 수 없는 것들에 얽매이는 대신, 손이 닿는 곳, 우리 안에 있는 작은 흐름부터 움직여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삶의 무게를 덜고 앞으로 나아가는 방법이다.


결단은 고요함 속에서 시작된다. 그것은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물살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행동들을 발견하는 것이다. 물처럼 부드럽지만 단단하게, 삶의 무게를 견디며 나만의 흔적을 남기는 것이다. 바위에 물길을 내듯, 우리의 결단은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느리지만, 분명한 변화를 만들어 낸다.


나는 올해, 삶은 단순히 견디는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고요는 고요가 아니라 정체다. 고요함이란 삶의 흐름 속에서 방향을 잡는 것이다. 물길을 거슬러 오르지 않으면서도, 내가 흘러가야 할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다. 행동은 움직임이 아니라, 나 자신과의 약속이다. 내가 변화시킬 수 있는 작은 것들에 손을 뻗는 순간, 그 약속은 현실이 된다.


삶은 불완전하다. 계획도, 확신도 없다. 그러나 그 불완전함 속에서 우리가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다. 우리는 강물의 모든 흐름을 바꿀 수는 없지만, 강물 속에서 자신만의 작은 길을 만들 수 있다. 통제할 수 없는 것들은 물처럼 흘려보내고, 내 손길이 닿는 곳에서만 나의 결단을 새겨야 한다.


고요한 길은 쉼의 공간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를 시험하고, 행동을 요구하며, 삶의 흐름 속에서 스스로의 길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평화는 투쟁의 부재가 아니라 의미의 존재다. 앞으로 나아가는 선택 속에서, 삶에 온전히 참여하며, 지금 이 순간의 불완전함을 신뢰하는 것. 그 신뢰 속에서, 우리는 과거와 현재, 존재의 모든 것을 사랑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나는 행동한다. 완벽하지도 않고, 두려움 없이 나아가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고요한 결단으로, 삶을 견디는 것이 아니라 마주하며 살아간다. 삶은 강물처럼 나를 휩쓸지 않는다. 이제 나는 그 흐름의 일부가 된다. 그것이야말로 내가 배운 삶의 진실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