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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단 Jan 15. 2023

열네 번째 하루성공

 [엄마와 술 한잔 하기]

1월 15일 하루성공 [엄마와 술 한잔 하기 ]


엄마는

본인의 의사표현을 잘하지 못하는 편입니다.

특히 음식에 있어서는 먹고 싶어도

살짝 돌려 말하는 편인데,

그런 엄마가 주말에 삼겹살을 사 왔다는 건

정말 먹고 싶었다는 뜻입니다.


공사다망한 아빠는 저녁을 외부에서 먹겠다고 해서,

자연스레 엄마와 술 한잔 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저는, 엄마가 먹고 싶은 음식을 먹으면서

술 한잔을 하는 시간을 내심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냥 많은 시간을 엄마, 아빠와 보내고 싶었습니다.

올해 안에 독립하기로 결심했기 때문인데요.

물론 아직 부모님은 모르는 상태입니다.

독립에 대한 생각은 오래전부터 했지만,

확고하게 결정을 내리지 못한 상태였는데.

올해 1월 1일에 정말 독립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남들처럼 새해 목표라서 독립을 결정한 건 아니고,

제가 살기 위해서 내린 결정이었습니다.


1월 1일, 2023년 새해의 첫날

저는, 엄마 아빠의 노후가 전혀 준비되어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새해부터 엄마 아빠한테 모진 말을 퍼부었습니다.

일을 하면, 이제는 허리부터 말을 안 듣는 엄마에,

환갑이 넘은 아빠,

저한테 얼마나 많은 부담감이 오는지에 대해서

 따져 물었는데

아빠의 답은 미안하다였습니다.

저는 제 인생의 길도 못 찾았는데

갑자기 세 식구의 가장이 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독립을 결심했습니다.

저부터 어느 정도 갖추고 있어야 엄마 아빠가 필요할 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전에 엄마와 아빠와

 많은 추억을 쌓으려고 합니다.



삼겹살과 소주를 준비하고,

엄마와 저녁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배경음으로 틀어놓은 TV에서  

가슴 아픈 사연의 주인공을 담은 다큐가 나왔습니다.

엄마를 갑작스럽게 사고로 잃고 그 이후에 남은 아빠와

가족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엄마가 자주 보는 프로입니다.

엄마는 너무 불쌍하다며, 혀를 차기도 하고,

코를 훌쩍이기도 했습니다.

다큐멘터리에서 아빠가 울면서 혼잣말을 하는 장면이 나왔습니다.

엄마는 이걸 아들이 들었어야 한다며 속상해했습니다.

저는 그런 엄마를 보면서 생각했습니다.


‘엄마, 나는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엄마가 못 들어서 정말 다행이야’


엄마는 밥을 먹다가 TV속에

아예 시선을 고정시켰고,

저는 그런 엄마를 보지 않고,

술을 한잔 홀짝였습니다.

최근 들어, 소주가 이렇게 안 넘어간 적은 처음이네요. ㅎㅎ


벌써 14번째 하루 성공을 달성했습니다.

내일의 목표는 무지출하기 입니다. 

그럼, 내일 성공 후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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