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 (2018년 5월 11일)
나의 이야기를 어떤 사람에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오픈할 것인지 결정하는 것은 자못 어려운 일이다. 요 며칠동안 2년 만에 만난 사람에게, 단둘이 만난지는 5년도 넘은 친구에게 그간의 일들을 설명해야했다. 이야기를 듣는 그들의 반응을 살피며 그에 따라 이야기를 끝내기도 더 이어가기도 했다.
쾌활하지만 좀처럼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않는 성격의 그 둘을 보고 돌아오니 많은 생각이 맴돌았다.
나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기의 이야기를 좀처럼 꺼내지 않는 사람들이 건강하지 않다고 생각했었다. 듣는 사람까지 불편하게 만들지 않는 선에서 자유롭게 이야기한다는 것은 관계의 돈독함이나 신뢰를 쌓는데도 중요한 역할을 하니까. 그리고 내 스스로가 꽤나 건강한 정신을 가졌다고 생각해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없었으니까.
그러나 이제는 제법 촘촘해진 내 사연들을 이야기 할 때, 상대방이 불편할 수도 있으려나? 아무한테나 이야기를 늘어놓는 가벼운 사람으로 생각하진 않으려나? 하는 걱정이 생긴다. 이제는 누군가에게 털어놓기 보다는 스스로에게 한번 더 물어야하는 때가 된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