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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규리 May 30. 2021

뉴욕의 금요일

휘트니 뮤지엄(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금요일인걸 깜빡하고 모마(MoMA)에 가려다 기부금 입장이라는 말에 바로 포기. 12시까지 뭘 할까 고민하고 갑자기 서너 시간을 골골대다 숙소에만 있기는 아쉬워 근처의 휘트니 뮤지엄에 가기로 했다.

 

 도착해서 알게 된 사실은 휘트니도 금요일은 기부 입장이라는 것. 역시나 티켓을 사기 위한 줄은 사람들로 빼곡했고, 결국 나도 그 일부가 되었다. 표를 끊은 뒤엔 가장 먼저 물품 보관소로 향했다. 이번 여행에서 코트 체크(Coat Check)라는 단어를 처음 알아서 그랬는지, 능숙한 관람객이 된 것만 같은 기분에 이 의식을 치르는 것은 늘 설레었다. 여하튼 짐을 맡긴 후 꼭대기인 8층으로 올라갔다.


 미리 말하자면 나는 고등학생 시절 미대를 준비했던 사실이 무색할 정도로 미술에 문외한이다. 그럼에도 종종 미술관을 찾는건 관람객을 관찰하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역시 작품 음미엔 도통 재능이 없음을 확인했다. 사람들은 어떤 모습으로 감상 중인지를 관찰하는데, 층을 내려갈수록 동성 연인들이 눈에 띄었다. 동성애를 반대하입장은 아니었지만,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는 이미지라고는 자극적인 것들밖에 없었다. 미디어를 비롯해 서울이태원과 샌프란시스코의 카스트로 거리*에서 보았던 사람들 모두 과장되고 화려한 모습이 전부였으니 그도 그럴  하다. 그런데 휘트니의 그들은 미술관에서 데이트 중인 금요일 밤의 연인일 뿐이었다. 처음으로 엿본 편안함과 자연스러움이었다.

 

 그러나 정작 인상 깊었던 것은 그들이 주위 사람들로 하여금 보다 자유로울  있었다는 점이다. 미술관 전체를 통틀어 '정말 다들 아무렇지도 않나요?' 하는 눈빛으로 힐끔거리는  나밖에 없었고, 모두 각자의 관람에 집중하고 있었다. 사실 동성애자라 함은 본능이라고 믿는 사회적 규칙에 가까운 룰을 스스로 깨야하는 혹은 깨트린 사람들 아닌가. 그런 사람들을 반드시 지지하지는 않더라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아는 사회적 분위기가,  포용력이 아주 멋지게 느껴졌다. 언젠가 우리 엄마의 말대로 이성을 좋아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확언할 수는 없지만 오답에 가까울  있는 성향까지 수용한다는 것은   많은 다양성을 중한다는 것이다. 이는  누구든 자기 자신으로써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을 뜻하고 있었다. 물론 서양에서도 LGBT 문제를 비롯한 불평등에 관한 운동이 여전하지만 말이다.


 회전문을 통과해 나오는 길, 먼저 가던 동성 커플 중 한 명이 따뜻한 조명이 반짝이는 레스토랑으로 들어가자고 손짓한다. 그들은 남은 금요일 밤을 어떻게 보냈을까.




휘트니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품. A Woman in the Sun, 1961






*카스트로 거리(Castro Street) : 미국에서도  소수자 문화의 중심지로 알려져 있으며, 명성에 걸맞게 거리는 온통 무지갯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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