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얽힌 실타래 풀기

by 라파엘다

수진을 되찾은 순간, 승민은 세상을 다시 가진 듯한 기쁨에 잠시 빠져 있었다. 동생의 환한 미소는 그동안 그의 마음을 짓눌렀던 어둠을 걷어내는 듯했다. 하지만 그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상한 일들이 주변에서 벌어지기 시작했다.


먼저, 동네의 익숙한 상점이 갑자기 사라졌다. 대신 그 자리에 본 적도 없는 건물들이 들어섰다. 동네 주민들도 어딘가 어색했다. 마치 처음 보는 사람들처럼 서로를 낯설게 대했다. 심지어 수진조차 가끔 낯선 말을 꺼냈다. “오빠, 우리가 이렇게 함께 여행 갔던 거 기억나?”라는 질문에 승민은 머뭇거렸다. 그런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승민은 점점 불안감에 휩싸였다. 그는 자신이 했던 선택이 불러온 결과를 이해하기 위해 다시 조율자를 찾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조율자가 남긴 실마리는 너무 희미했다. 그는 시간 장치를 들고 지난 사건들을 다시 분석하기 시작했다.




조율자가 설명했던 균형이란 단순히 시간의 흐름만이 아니라 사람들의 관계, 공간, 심지어 감정까지도 포함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승민은 과거를 바꾸는 대가로 현재의 자신이 익숙하던 모든 것이 조금씩 왜곡되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그는 수진과의 시간을 지키기 위해 균형을 유지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는 시간 장치를 손에 쥐고 가장 최근의 이상 현상이 일어난 장소로 향했다. 동네 한복판에서 시계가 멈추고 공기가 묘하게 떨리던 그곳이었다. 그곳에서 승민은 보이지 않는 힘이 공간을 흔들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여기서 뭔가 시작되었어, " 그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장치를 작동시켰다.




장치를 조작하자 그의 앞에 시간의 문이 열렸다. 이번엔 과거가 아니라 균형의 어딘가로 연결된 듯했다. 그곳은 모든 것이 뒤섞여 있었다. 과거의 파편과 현재의 흔적, 미래의 조각들이 서로 얽혀 있었고, 승민은 그 복잡한 실타래 속에서 자신이 놓아버린 균형의 핵심을 찾아야 했다.


그곳에서 그는 자신과 비슷한 장치를 손에 든 또 다른 남자를 만났다. 그 사람은 바로 자신이었다. 하지만 어딘가 더 나이 들고 피곤해 보이는 얼굴이었다.

“넌 누구야?” 승민이 물었다.

“난 네가 될 사람이다. 잘못된 선택을 바로잡지 않으면 넌 결국 나처럼 모든 걸 잃게 될 거야.”




승민은 미래의 자신이 말하는 내용을 이해하려 애썼다.

“넌 수진을 살렸지만, 그것만으로 모든 게 해결될 거라 생각했지. 하지만 균형이 깨진 순간부터 너도, 수진도 그 균형의 일부가 됐어. 네가 수진을 지키고 싶다면, 그녀가 이 새로운 흐름 속에서 자리 잡도록 만들어야 해.”


승민은 그 말을 곱씹으며 자신이 놓쳤던 점들을 깨달았다. 그는 단순히 과거를 고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균형을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승민은 돌아온 현재에서 수진과 함께 얽힌 실타래를 풀기 시작했다. 그는 수진이 지닌 시간의 흔적을 찾아내 그녀를 새로운 흐름 속에 자연스럽게 맞추려 했다. 그렇게 하는 동안 승민은 스스로가 선택한 무게를 이해하며, 그 속에서 새로운 길을 만들어갔다.


시간의 실타래는 완전히 풀리지 않았지만, 승민은 자신이 다시 한번 선택의 주체가 되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비로소 시간과 균형의 본질을 깨닫고 있었다. 중요한 건 과거를 되돌리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미래를 만드는 일이었다.


결국, 모든 것은 그 자리에서 다시 시작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승민은 앞으로의 시간이 자신과 수진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조심스럽게 기대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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