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율자는 승민을 똑바로 응시하며 말했다.
“너는 지금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선택해야 한다. 수진을 되살리겠는가, 아니면 시간의 균형을 바로잡겠는가?”
이 말을 들은 순간 승민의 마음은 갈기갈기 찢어지는 듯했다. 눈앞에 보이는 조율자는 담담했지만, 승민의 내면에서는 거대한 혼란이 소용돌이쳤다. 지금껏 시간의 흐름을 거슬러 동생을 되돌리겠다는 목표 하나만을 품고 여기까지 왔다. 그러나 조율자가 설명한 대로라면, 그 선택이 세상의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었다.
“왜 꼭 하나만 선택해야 합니까?” 승민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조율자는 고개를 저으며 단호히 답했다.
“모든 행위에는 대가가 따른다. 수진을 살리면 네가 살았던 현재는 사라진다. 하지만 시간의 균형을 유지하면 네가 원한 삶은 되돌릴 수 없을 것이다. 둘 다 가질 수는 없다.”
승민은 깊게 숨을 내쉬며 과거로 돌아왔던 여정을 떠올렸다. 동생을 잃은 날부터 지금까지의 고통, 그리고 수진이 살아 있다면 느낄 행복을 상상했다. 그러나 동시에, 시간의 균형을 무너뜨리면 어떤 혼란과 재앙이 닥칠지에 대한 조율자의 경고도 그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내가 동생을 살리는 선택을 한다면, 어떤 미래가 오게 될지 보여줄 수 있습니까?”
조율자는 한 손을 들어 올렸다. 그의 손바닥 위에 형체 없는 빛의 구가 떠올랐다. 그 빛은 점차 구체적인 영상으로 변해갔다.
승민은 숨을 멈췄다. 영상 속의 미래는 무질서와 혼돈의 세상이었다. 빌딩들이 무너지고, 사람들은 두려움 속에 살아가고 있었다. 자연의 질서마저 파괴된 듯했다. 이 모든 것이 시간의 균형이 깨지며 벌어진 일이었다.
“그리고 시간의 균형을 유지한다면?” 승민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조율자는 또 다른 빛의 구를 보여주었다. 이번엔 승민 자신이 상실의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모습이었다. 그의 삶은 평범하게 흘러갔지만, 수진과 함께한 시간은 온전히 사라져 있었다.
“이 모든 선택은 네 몫이다. 하지만 기억하라. 어떤 선택이든 후회는 너를 따라다닐 것이다.”
승민은 손을 꽉 쥐며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그의 눈앞에는 두 갈래 길이 뚜렷하게 펼쳐져 있었다. 어느 쪽을 선택해도 대가는 크고 무거울 것이다. 그러나 그는 결심해야 했다.
결국 승민은 조율자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동생을 살리겠습니다.”
조율자의 얼굴은 무표정했다. 그는 말없이 승민의 선택을 받아들이는 듯 보였다. 순간, 주변의 공간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승민의 시야는 희미해졌고, 머릿속에는 단 하나의 목소리만 울려 퍼졌다.
“그 선택을 감당할 준비가 되었기를 바란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때, 승민은 과거로 돌아와 있었다. 수진이 웃으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마음은 벅찼지만, 동시에 무언가 불안한 기운이 그를 감쌌다. 선택의 대가는 이미 시작되고 있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결국, 선택은 이루어졌고, 시간은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이 평온을 가져올지, 아니면 더 큰 파장을 불러올지, 승민은 아직 알지 못하고 있었다. 선택의 무게는 여전히 그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