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민은 조율자와의 만남 이후 더욱 혼란스러웠다. 조율자가 언급한 대가는 단순한 경고처럼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충격적이었던 것은 그가 암시한 ‘숨겨진 진실’이었다. 승민은 자신이 기억하지 못하는, 혹은 의도적으로 잊으려 했던 과거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그 과거가 무엇인지 떠오르지 않았다. 마치 머릿속에 두꺼운 안개가 낀 듯했다.
“그렇다. 네가 잊은 것은 네 선택으로 잊힌 것이 아니다. 그 선택 또한 네가 원했던 것이 아니었지.”
“그게 무슨 뜻입니까? 제가 원하지 않았다면 누가…”
“모든 것은 시간이 가진 의지다. 네가 시간을 다룰 때마다, 그 흐름은 균열을 만들어낸다. 네가 그 균열을 통제하려고 했던 기억은 시간을 유지하기 위해 봉인되었다.”
조율자의 말은 승민의 머릿속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시간을 유지하기 위해 봉인된 기억이라니. 승민은 자신의 선택이 단지 자신만의 것이 아니었음을 느끼며 무언가 거대한 음모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율자는 승민에게 작은 시계를 건네주었다. 시계는 매우 정교하게 만들어져 있었고, 중심에 푸른색 보석이 박혀 있었다.
“이 시계는 네 기억의 단서를 담고 있다. 하지만 이 시계를 사용할 때마다 네 선택에 따른 대가가 점점 더 커질 것이다.”
승민은 시계를 손에 들고 망설였다. 그는 기억을 되찾아야 한다는 갈망과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공포 사이에서 흔들렸다. 하지만 결국, 그는 과거를 되찾기로 결심했다.
시계를 작동시키자 주변의 공간이 흔들리며 익숙하지만 오래된 장면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 장면들은 그의 어린 시절과 연결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 안에는 그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복잡한 사건들이 얽혀 있었다.
승민은 어린 시절의 집으로 이동했다. 그는 조용히 그곳을 걸으며 과거의 흔적을 찾았다. 그리고 그가 동생 수진과 함께했던 어느 날의 장면이 떠올랐다. 그날은 그저 평범한 하루였지만, 그날의 배경에는 어딘가 모를 불안감이 깔려 있었다.
그러다 승민은 방 한쪽에서 낯익은 그림 한 장을 발견했다. 그림 속의 인물은 분명히 그의 동생이었지만, 그림의 배경에는 존재해서는 안 될 사람이 그려져 있었다. 그 사람은 바로 승민 자신이었다. 그러나 그가 기억하는 과거에는 그런 일이 없었다. 그는 어린 자신이 시간을 거슬러 와서 무언가를 바꿨음을 깨달았다.
승민은 자신의 행동이 동생의 사고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았다. 그가 과거를 바꾸려는 의도는 좋았지만, 그로 인해 새로운 사건들이 발생했고, 그것이 동생을 위험에 빠뜨렸을 수도 있었다.
승민이 과거에서 돌아오자 조율자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조율자는 승민의 표정만으로도 그가 무엇을 보았는지 이해한 듯 보였다.
“네가 본 것은 단지 시작일 뿐이다. 너의 행동은 모든 것을 변화시켰지만, 너는 아직 그 결과를 모두 알지 못한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하죠? 동생을 구하기 위해 내가 뭘 해야 하는지 말해 주세요.”
조율자는 깊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네가 해야 할 일은 단순히 한 사람을 구하는 것이 아니다. 시간을 바로잡는 것이다. 하지만 네가 그것을 할 준비가 되었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승민은 조율자의 말을 듣고 점점 더 깊은 결심을 했다. 그는 자신의 과거가 가진 비밀을 모두 밝혀내고, 동생을 구하며 동시에 시간이 가진 왜곡을 바로잡기로 결심했다. 그것이 어렵고 불가능해 보일지라도 그는 끝까지 해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