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희생의 필요성

by 라파엘다

승민은 조율자와의 대화를 마친 뒤에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과거와 화해한 것은 분명 중요한 진전이었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들이 있었다. 시간 여행을 통해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을 돕고, 실수를 바로잡으려는 노력이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경고가 그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어느 날, 승민은 시간 장치가 점점 불안정해지고 있음을 느꼈다. 조율자를 찾아간 그는 예상치 못한 말을 듣게 되었다.

“승민, 이제 너는 선택해야 해. 계속해서 시간의 흐름을 바로잡으려 한다면 대가를 치러야 할지도 몰라. 때로는 모든 것을 위해 중요한 무언가를 포기해야 할 때가 있어.”




승민은 돌아와 시간 장치를 다시 한번 점검했다. 장치의 중심부에서 이상한 빛이 깜박이고 있었다. 그는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 장치는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다. 그가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만든 변화들이 장치에 큰 부담을 준 것이 분명했다.


장치를 고치려면 중요한 부품 하나를 다른 용도로 희생해야 했다. 하지만 그것은 그의 마지막 여행 기회를 잃는 것을 의미했다. 승민은 고민에 빠졌다. 시간 여행은 그의 삶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자신이 한 선택으로 많은 것을 바로잡을 수 있었지만, 동시에 더 많은 것을 잃을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 장치를 멈춘다면 다시는 과거를 고칠 기회를 얻지 못할지도 몰라. 하지만 멈추지 않으면 이 세계는 더 큰 위험에 빠질 수도 있어...”




승민은 조율자를 다시 찾아갔다.

“나는 무엇을 해야 하죠? 이 장치를 포기하는 것이 진정 옳은 일인가요?”

조율자는 잠시 침묵하더니 조용히 말했다.

“네가 선택하는 것은 반드시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네가 정말로 소중히 여기는 것을 위해 다른 것을 희생하는 것은 어쩌면 필연일지도 모른다.”


그날 밤, 승민은 장치를 손에 들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그의 머릿속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스쳐 지나갔다. 과거에 도움을 준 친구들, 자신이 바로잡은 선택으로 달라진 미래들. 그러나 그는 결국 장치를 멈추기로 결심했다.


장치의 코어를 조작하자, 강렬한 빛과 함께 장치가 멈추었다. 시간 여행의 가능성이 사라졌음을 깨닫는 순간, 승민은 묘한 해방감을 느꼈다.




며칠 후, 승민은 자신이 한 선택의 결과를 천천히 느끼기 시작했다. 더 이상 시간 여행을 할 수는 없었지만, 과거와 현재가 안정되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이 더 이상 시간을 넘나들 수 없더라도, 남겨진 세계와 사람들을 위해 올바른 선택을 했다는 것을 알았다.


조율자가 마지막으로 그를 찾아와 말했다.

“승민, 네 선택은 시간을 바로잡았고, 더 큰 혼란을 막았어. 희생은 쉽지 않지만, 네가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내린 결정이었기에 그 가치는 결코 사라지지 않을 거야.”


승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장치를 손에 쥐고 있던 따뜻한 감촉은 사라졌지만, 그의 마음에는 한 가지 확신이 남아 있었다. 그는 올바른 선택을 했고, 그로 인해 자신과 주변 사람들에게 더 나은 삶의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삶은 때로는 희생을 요구하지만, 그것이 진정으로 가치 있는 것을 지키기 위한 길이라면 충분히 감내할 만한 일임을 승민은 깨달았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