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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자신과의 화해

by 라파엘다

승민은 한동안 시간 장치를 내려놓고 조용히 앉아 생각에 잠겼다. 수많은 시간 여행과 선택의 무게가 그를 지치게 했지만, 그 안에서 얻은 깨달음도 있었다. 그러나 그 깨달음은 아직 완전하지 않았다. 마음속 깊은 곳에 남아 있는 어릴 적 실수와 선택의 상처가 여전히 그를 괴롭히고 있었다.


어느 날, 조율자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승민, 너는 이제 충분히 많은 것을 배웠지만, 아직 끝나지 않은 일이 남아 있어. 과거의 너와 진정으로 화해하지 못하면 너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어.”


승민은 조율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어딘가 모르게 그의 마음도 같은 생각을 품고 있었다. 그는 조율자의 도움을 받아 다시 한번 과거로 향하기로 결심했다. 이번 목적지는 그의 인생에서 가장 큰 실수를 했던 시점이었다.




장치의 빛이 희미해지며, 승민은 과거로 돌아왔다. 초등학교 시절, 운동장 한구석에서의 장면이 펼쳐졌다. 어린 승민은 친구와 크게 다투고 있었다. 작은 오해가 싸움으로 번졌고, 결국 친구의 얼굴에 눈물을 남겼다. 그 일로 인해 둘은 멀어졌고, 승민은 평생 그 기억을 떨쳐낼 수 없었다.


멀리서 어린 자신을 바라보는 승민은 조용히 다가가 상황을 지켜보았다. 어린 승민은 분노에 차 있었고, 친구는 그를 피해 도망치고 있었다.


“그래, 이 순간이었지. 내가 제대로 사과하지 못해서 모든 게 엇나가기 시작했어.”

승민은 마음속에서 다시 그 순간의 무게를 느꼈다.




조율자는 승민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이 순간을 바꾸고 싶다면 네가 직접 어린 자신에게 다가가야 해. 하지만 기억해, 선택은 늘 책임을 동반해.”


승민은 잠시 망설였지만, 깊은숨을 들이쉬고 어린 자신에게 다가갔다.

“안녕, 승민. 나는 너야. 조금 더 나중의 너.”

어린 승민은 낯선 목소리에 깜짝 놀라며 뒤돌아보았다. 하지만 금세 낯선 감정이 따뜻함으로 바뀌었다.


“너... 정말 나야?”

“그래. 내가 너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 지금 화가 많이 나겠지만, 이건 진짜 중요한 순간이야. 사과하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거야.”

어린 승민은 그 말을 듣고 한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 하지만 이내 조심스럽게 친구를 찾아갔다.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어린 승민의 사과에 친구는 처음엔 놀랐지만, 곧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괜찮아. 나도 잘못했어.”




모든 일이 끝난 후, 승민은 현재로 돌아왔다. 주변은 변한 것 같지 않았지만, 그의 마음은 훨씬 가벼워졌다. 조율자는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너는 과거와 화해함으로써 진정한 자신을 찾았어. 이제 남은 것은 네가 앞으로 나아갈 길을 선택하는 거야.”


승민은 과거의 자신과의 화해를 통해 어릴 적의 상처를 치유하고, 더 이상 과거에 얽매이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는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이제 앞으로 펼쳐질 미래를 바라보며 걸어가기로 했다.


삶은 과거의 실수에서 배우고, 현재의 자신을 받아들이는 과정임을 그는 깨달았다. 선택은 항상 무겁지만, 진심 어린 화해는 그 무게를 덜어줄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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