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파엘다 Nov 22. 2024

무조건적인 사랑의 시작



가을의 문턱에 들어선 어느 날, 두 사람은 함께 공원 벤치에 앉아 낙엽이 떨어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들의 관계는 이제 누구보다도 깊고 안정적이었지만, 그것이 그들에게 면역력을 준 것은 아니었다. 여전히 크고 작은 오해나 갈등이 가끔씩 찾아왔고, 그럴 때마다 그들은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려 노력해야 했다.


하지만 오늘, 그녀는 머뭇거리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있잖아, 가끔은 내가 정말 너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줄 수 있을까 걱정이 돼."


그는 조금 놀란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무조건적인 사랑이라니? 무슨 일이야?"


그녀는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나는 완벽하지 않아. 때로는 내 불안함이 너에게 짐이 되진 않을까 걱정돼. 내가 네게 온전히 사랑을 줄 수 없을까 봐 겁이 나."


그의 손이 그녀의 손 위에 얹혔다.

"무조건적인 사랑은 완벽함에서 나오는 게 아니야. 오히려 부족한 채로도 서로를 받아들이는 데서 나오는 거라고 생각해. 너는 이미 나에게 그런 사랑을 주고 있어."



며칠 후, 그는 중요한 프로젝트 때문에 며칠 동안 거의 연락을 하지 못했다. 그녀는 처음에는 이해하려고 노력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 한구석에서 불안감이 피어올랐다.


"혹시 나에게 관심이 식은 건 아닐까?"

이런 생각이 그녀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는 늘 그녀에게 진심이었지만, 이번만큼은 그 진심이 느껴지지 않아 혼란스러웠다.


그리고 어느 날 밤, 그녀는 참지 못하고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너 요즘 나한테 무슨 일 생긴 건 없는 것 같아. 왜 이렇게 멀어진 것처럼 느껴지지?"


그는 잠시 침묵하다가 답했다.

"미안해. 일이 너무 바빠서 네가 느꼈을 감정에 신경 쓰지 못했어. 하지만 멀어진 게 아니야. 내 마음은 그대로야."


그녀는 그의 말이 진심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불안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가 나를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는 건 나의 문제일까?"



며칠 후, 그는 그녀를 위해 작은 서프라이즈를 준비했다. 그녀가 좋아하는 꽃다발과 함께 그녀의 집 문 앞에서 기다리던 그는, 그녀가 문을 열었을 때 환히 웃었다.


"이건 내가 네게 조금 늦게 전하는 미안함이자 고마움이야."


그녀는 그의 진심 어린 행동에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나도 미안해. 내가 너무 쉽게 불안해했던 것 같아. 네가 늘 최선을 다한다는 걸 알면서도..."


그는 고개를 저었다.

"미안할 필요 없어. 네가 불안할 때 내가 더 이해하고 감싸 안아야 하는 거야. 그게 우리가 서로를 사랑하는 방식 아닐까?"


그녀는 그의 말을 듣고 마음속 깊은 곳에서 따뜻함이 퍼지는 것을 느꼈다. 무조건적인 사랑이란, 서로의 약함마저도 받아들이는 것임을 깨달았다.



그날 이후, 그들은 서로를 대하는 방식에 작은 변화가 생겼다. 그는 그녀의 불안함을 더 잘 이해하고, 그녀는 그의 침묵이 꼭 멀어진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걸 배우려 노력했다. 그 과정에서 두 사람은 서로에게 더 큰 신뢰를 쌓았다.


한 번은 그녀가 중요한 발표를 앞두고 몹시 긴장했을 때였다. 그는 모든 일을 뒤로 미루고 그녀의 곁에 있어 주었다.

"네가 잘 해낼 거라는 걸 믿어. 만약 잘되지 않더라도, 나는 여전히 네 곁에 있을 거야."


그녀는 그의 말에 용기를 얻어 발표를 성공적으로 마쳤고, 이후 그는 그녀의 노력을 진심으로 축하해 주었다. 그녀는 깨달았다. 사랑이란 단지 좋은 순간을 함께 나누는 것이 아니라, 어려운 순간에도 곁을 지키는 것이란 걸.



어느 저녁, 두 사람은 함께 저녁을 먹으며 대화를 나눴다.

"너와 함께 있으면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그녀가 말했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건 네가 나에게도 마찬가지야. 우리 둘 다 서로를 통해 성장하고 있어. 이게 우리가 계속 노력해야 하는 이유야."


그녀는 그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무조건적인 사랑이라는 게 정말 가능할까 의심했었는데, 지금은 알 것 같아. 완벽하지 않아도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그런 사랑인 것 같아."


그는 조용히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그런 사랑은 우리가 함께 만들어 가는 거야. 지금처럼."



그들의 사랑은 완벽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그들의 사랑을 더 특별하게 만들었다. 서로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그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함께 노력하는 과정은 그들에게 가장 큰 선물이었다.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 계속 이렇게 사랑하자. 때로는 힘들고 아플지라도, 그게 우리를 더 강하게 만들어 줄 거니까."


그는 그녀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리고 우리 사랑은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을 거야. 왜냐하면 우리는 서로를 믿고 사랑하니까."


그들의 사랑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이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