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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시간의 문턱에서

by 라파엘다

사람들은 종종 과거를 바꾸고 싶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 말을 진심으로 뱉어 본 사람이 얼마나 될까? 바꾼다면 대가는 무엇일지, 그 대가가 자신의 삶에 어떤 파문을 일으킬지 제대로 고민해 본 적은 없을 것이다.

모든 일은 평범해 보였던 하루에서 시작되었다. 회사에서 해고 통보를 받고, 겨울 바람이 차갑게 부는 거리로 나섰다. 어두운 구름과 쓸쓸한 도시의 풍경이 마음을 더 무겁게 했다. 그런데 그 순간, 누군가의 목소리가 내 이름을 불렀다.
“승민아!”
뒤를 돌아보니,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 현우였다. 학창 시절 이후로 연락이 끊긴 그를 만난 건 순전히 우연이었다.

우리는 근처 카페에 들어가 대화를 나눴다. 서로의 삶에 대해 묻고 답했지만, 나의 대답은 공허했다. 과거에 대한 후회와 상실감은 언제나처럼 내 삶을 짓눌렀다. 특히 동생 수진의 사고는 아직도 나를 옥죄고 있었다. 만약 그날, 내가 조금만 더 신중했더라면… 그녀를 잃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날 밤, 집으로 돌아온 나는 침대에 누워 한참을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 문득 느꼈다. 그날의 기억들이 생생하게 떠오르기 시작하며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이 모든 것이 단순한 후회의 감정만은 아닌 듯했다.

갑자기 방 한구석에서 빛이 번쩍였다. 처음엔 꿈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빛이 내 눈앞에서 점점 더 뚜렷해졌다. 어둠 속에서 형태를 드러낸 것은 작은 금속 장치였다. 마치 오래된 시계처럼 정교하고 복잡한 기계였다. 그리고 그 장치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간을 되돌릴 준비가 되었는가?”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럴 준비는커녕, 이 상황이 무엇인지조차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데도 내 머릿속에는 단 하나의 생각만이 떠올랐다. 만약 이 장치가 진짜라면, 동생을 구할 수 있을까?

장치를 만지는 순간, 공간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몸이 뜨거워지며 주변이 온통 하얗게 변했다. 모든 감각이 뒤엉키는 그 순간, 나는 뭔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되돌릴 수 없었다. 눈을 뜬 나는 10년 전의 거리에 서 있었다.

거기서 나는 깨달았다. 과거를 바꾸는 일이 단순히 원래대로 되돌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작은 선택조차 상상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며, 내가 감당해야 할 대가가 무엇인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

시간 여행의 기회는 내게 선물처럼 주어졌지만, 그것이 축복인지 저주인지 알 수 없었다. 나는 내 앞에 펼쳐진 과거를 바라보며 속으로 다짐했다.
이번에는 반드시 달라져야 해. 무엇을 잃더라도.

그러나 그때는 몰랐다. 내가 얻으려는 것만큼, 잃게 될 것도 크다는 사실을.


2024년 11월

- 라파엘다 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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