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흘리기

가사 듣기

by 무명

어느 날인가. 유튜브로 노래 틀어놓고 책을 읽고 있었다. 요즘엔 마음에 확 와닿는 노래가 많지 않아서 플레이리스트가 없다. 그래서 생각나는 노래를 하나 골라서 재생시켜 두면, 알고리즘이 이어서 틀어주는 노래를 그저 듣는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나름 처음 골랐던 노래와 유사한 분위기의 노래를 잘 골라서 재생시켜 주는데, 그날은 조금 달랐다.

'눈물 참기'라는 노래가 재생되었고 왜인지 그 책을 내려놓고 가사에 집중했다. 이미 알고 있는 노래였다. qwer이라는 걸밴드도 잘 알고 있다. 이 노래가 나온 지 좀 된 것도, 이들의 과거 노래도 알고 있다. 간혹 모바일 유튜브로 쇼츠를 보다가, 이 노래를 많이 접했다. 이미 익숙한 멜로디의 노래였다.


지금 보다 어렸을 때에는 노래는 멜로디라 여겼다. 가사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노래를 들었다. 지금도 기억나는 f(x)의 노래 'NU ABO'는 그야말로 뭔 가사인지 알 수 없었지만, 흥겹다는 이유로 많이 들었다. 나이가 점차 들면서, 서서히 가사가 귀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좋은 가사들은 일종의 시와 같다. 랩 가사는 수필 같기도 하다. 가수들은 다양한 이야기를, 자신의 말을 가사에 담아 노래를 부르고 그런 노래를 듣자면, 그 진심이 전해져 오고는 한다.


문득 귀에 들어와 버린 이 노래의 가사는, 공감이 되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세상이 아직은 무섭고

여전히 넘어지는 게

아직은 너무 어려운가 봐"


세상은 무섭다. 실패는 두렵다. 과감하게 실패하고 다시 일어나는 게 나는 두렵다. 그 두려움이 행동을 옮기는 걸 어렵게 만들고 있다. 난 평소 당당한 척하며 산다. 남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 척하면서 산다. 하지만 누구보다도 사회적 시선이 신경 쓰여서, 함부로 행동하지 못하고 그들이 뒤에서 날 어떻게 여길지가 자꾸 신경 쓰여서, 그래서 행동에 나서지 못하고 가만히 있는다. 오히려 자주, 가만히 있어서 문제가 된다. 움직이고 행동해야 할 때, 아무것도 하지 않아서 문제가 된다. 난 세상이 무섭다.


"도와줘 겁 많은 나라서

날 믿을 수 없을 땐, 어떡해야 하나요

누구라도 말해줘요

넘어지는 게 아직 너무 어려운가 봐"


그렇게 혼자서 가만히 머물러 있다 보면, 점점 세상에서 멀어지는 느낌이 든다. 그러고 점차 스스로를 믿을 수 없게 된다. 악순환의 시작이다. 스스로를 믿을 수 없으니 이제 자신이 없고, 자신이 없으니 다시금 세상으로 나설 수 없다. 그렇게 고립되어 간다.


"눈물 멈추는 법을 몰라요

차디차고 너무 아파요

괜찮다는 말은 다 거짓말

비가 내리는 여기 남겨져

혼자 울고 싶지 않아요"


괜찮은 척한다. 자신 있는 척한다. 당당한 척한다. 하지만 다 꾸며내는 겉모습일 뿐, 스스로가 세상에 하는 기만일 뿐, 사실 전혀 괜찮지 않다. 그걸 스스로는 인식하고 있어서 눈물이 흘러넘치고, 이를 참지 못한다.

다만, 난 그렇지는 않다. 오히려 난 눈물은 흘리지 않는다. 눈물을 잘 참는가. 그런 건 모르겠다. 그저, 근래에 눈물을 흘린 적이 없어서 눈물이 없는 사람처럼 스스로 여길 뿐이다.

감성이, 감정이 메말라 버린 건 아닐까 하는 그런 생각도 종종 한다. 누군가는 눈물을 글썽일 어떤 이야기를 접해도 눈물이 나진 않는다. 저기 멀리 있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에 마음 깊은 슬픔을 느끼지 못하는 듯하다.

그래서 그런가. 눈물을 흘리고 싶다는 생각을 꽤나 자주 하곤 한다. 마음에서부터 슬픔을 느끼고 눈물을 흘리고 싶다.

괜찮은 척을 하다 하다 이제는 눈물마저 없어져버린, 딱딱한 피부로 경화되어 버린 모습인 걸까 하는 그런 느낌들을 요즈음 느끼고 있었다.

오히려 난 눈물을 흘리는 법을 배워야 한다.


"내리던 비가 그치고 나면

내일이 꼭 올 테니까

눈물 멈추는 법을 몰라도

이런 내가 자꾸 미워도

잠시 멈춰 눈물을 삼키고

일기장 속에 적어 놓았던

'잘 지내나요?'란 말 위에

적어봐요

'이젠 잘 지낼게요'"


그래도 언젠간 이 딱딱한 껍질을 깨고 밖으로 나서서, 당당한 척이 아닌 진짜로 당당해진 내일이 올 거라는 어떤 믿음을 가수는 지니고 있었나 보다.


그날은 그런 가수의 말이 갑자기 귀에 꽂히는 날이었다. 마지막에 하는 '잘 지낼게요' 란 가사가 내게 하는 위로 같이 들린 날이었다.


잘 지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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