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하나의 사건

[리뷰] 책 하나의 사건- 우주리뷰상 수상작품집

by 무명

책에 관심을 가지고, 읽기 시작한 건 꽤 오래전부터 이다. 처음 책을 읽을 때도, 지금도 난 문학작품을 더 좋아하는 편이다. 학창 시절에 국어 수업시간도 흥미로웠다. 모든 수업이 그랬던 건 아니지만, 몇몇 선생님들께서는 교과서에 실린 작품들을 같이 읽으면서 작가와 작품의 배경을 설명해 주시면, 그걸 교과서에 막 받아 적던 기억들이 있다. 소설이나 시를 읽어가면서 문장문장에 줄을 긋고 화살표를 해서 그 의미와 배경을 적다 보면, 50분이라는 시간이 지루함 없이 지나가서 꽤 좋았다. 거기에 수업이 끝나고 교과서에 가득 채워진 필기를 보면 뿌듯함 마저 느껴져서 좋기도 했다. 그때의 그런 기억들이 무의식에 쌓여서 지금 책을 읽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성인이 된 이후로는, 대학생활에 바빠 책을 많이 읽지는 않았다. 너무 안 읽는 듯해서 독서모임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던 적도 있다. 그전까지는 책은 읽기만 하고, 책장에 꽂아서 인테리어로 두고 가끔 다 읽은 책이 모인 책장을 보면서 뿌듯해했었다. 독서모임 대상 도서는 책을 읽은 뒤에 감상을 남기긴 했지만, 그 외의 도서는 그렇지 않았다.

그 후에 군대를 갔는데, 거기서는 하루 종일 책을 읽었다. 훈련소는 책이 몇 권 없었지만, 이후에 간 의무학교와 자대에는 작은 도서관이 있었고 혼자서 읽기에는 충분히 많고 다양한 책이 있었다. 그렇게 1년 6개월 동안 하루 종일 난 책을 읽었다. 그때부터 독서 후엔 짧은 감상을 남기기 시작했다. 내 책이 아니기에, 읽은 책을 기록해서 기억하고 싶다는 욕심과 시간이 많고 조금 더 시간을 유용하게 보내고 싶다는 생각에 글을 남기기 시작했다. 전역 후에 독서 기록을 확인했을 때, 대략 150권 정도 읽었던 거로 기억한다.


그 뒤로는 지금까지 책을 읽고 나면, 짧은 글이라도 적어둔다. 감흥이 별로 없던 책이나, 관심사에서 벗어난 책이거나, 이해가 가지 않는 책이라고 하더라도 짧은 글을 적어둔다. 적어도 난 관심이 없는 주제다라던가, 감흥이 별로 없었다는 감상이라도 적어서 남겨둔다. 책에 대한 감상을 조금이라도 남기기 시작한 뒤론 책을 읽을 때의 태도도 달라졌다. 책을 읽으면서 계속 어떤 글을 남길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 어떤 감상이 생길까를 고민하면서 읽으니까 책의 내용에, 나 자신의 경험을 접붙이면서 읽게 되는 거 같다. 그전 까지는 책을 읽을 때, 완전히 다른 세상,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동 떨어진 관찰자로서 읽었다면, 감상을 남기기 시작한 후론 책 속에 나 자신을 대입하고 그 속에 나를 넣어서 읽는 느낌이다.


그리고 최근, 다른 이들은 책을 어떻게 읽을까가 궁금해졌다. 다른 이들은 독서의 경험을 어떻게 느낄까. 그들이 남긴 글은 어떨까. 그런 호기심을 가진 찰나에 우연히 발견한 책이 ' 책 하나의 사건'이다. 이 책은 서평모음집이다. 서평 공모전을 하고 거기에 수상작품들이 실려있다.

일단 먼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분들이 읽은 책의 대부분이 인문서, 에세이라는 거다. 소설이 없고 문학작품이 없어서 아쉽다. 내 관심사는 문학작품이니까.

유일하게 시인의 수필과 시를 읽으신 분이 한 분 계셨고, 그 서평이 내 마음에 제일 와닿으면서도 좋았다. 작가가 직접적으로 설명하지 않은 걸, 서평자는 스스로 생각한다. 그리고 나름의 방식으로 작가를 이해한다. 작가의 생각과 감정, 작가가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을 서평자가 자신의 경험에 빗대어 설명한다. 그게 정답일지는 알 수 없지만, 그럼에도 그렇게 이해하는 과정을 적어둠으로써 본인의 생각으로 체화시키고 서서히 세상에 대한 이해를 넓힌다.

'전장연 시위'같은 사회문제를 다룬 책을 읽고 쓴 서평이 대부분인데, 책 내용을 정리하고 요약하면서, 거기에 나름대로 자신의 생각을 약간 담는 그런 류의 서평은 책을 소개하는 측면에서는 상당히 정석적인 서평이란 느낌이었다. 내용 정리, 요약도 꽤 어려워서 충분히 의미 있으면서 뛰어난 서평이었으리라 싶다. 다만, 해당 책들이 관심 있는 책은 아니어서 소위 내게는 재미없는 서평이 돼버렸다.

이외에는, 해당 서평자들의 수상 소감문도 실려있는데, 거기서 이들은 목적을 가진 채 서평을 작성했다. 서평의 목표가 있었다는 게, 의미 있게 다가왔다. 왜냐하면, 난 책을 읽는 데에 목적을 두지 않는 경우가 많고, 그러니까. 그 후에 감상을 남길 때도 목적을 가지고 쓰지 않는다. 말 그대로 책을 읽는 동안에, 그리고 읽은 후에 들었던 내 생각을 정리하고 다듬어서 글을 쓸 뿐이다. 하지만, 서평에도 목표가, 목적이 있을 수 있다는 그들의 태도는 한번 더 내게 고민해보게 한다.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임에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부분이다.


취미와 흥미 본위의 책 선정에서 벗어나, 의도를 가지고 책을 읽고 글을 남겨볼까. 그리고 여러 책을 엮어서 하나의 이해를 넓혀볼까 하는 생각들이 남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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