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과 음악. 종합 예술의 극

[감상]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 괴물 -1

by 무명

일본의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일본 음악의 대가. 사카모토 류이치.

이들의 이름이 들어간 것만으로도 이미 영화 괴물은 봐야만 하는 영화였다.

거기에 포스터에 들어간 문구. "인간의 마음이란 게 있는가?", "괴물은 누구게?"와 거기에 순진한 얼굴의 두 아이가 전면에 내세워져 있는 포스터는 내게 이 영화를 보기도 전에 푹 빠져들게 만들었다.

너무나도 훌륭하고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영화였다. 먼저 영화의 기술에 대해 먼저 이야기하고 싶다.


3부 구성

이 영화의 플룻은 3부 구성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구성이다. 이야기의 비밀이 조금씩 밝혀지면서 관객에게 흥미를 부여하고 미스터리물을 보는 듯한 긴장감, 진실이 밝혀지고 오해를 관객이 알게 되면서 느껴지는 카타르시스 등을 부여할 수 있는 이야기 구성이기에, 대체로 이런 구성의 이야기를 좋아한다.

영화 괴물은 시작할 때, 어떤 건물에서 화재가 나고 이를 끄기 위해 출동하는 소방차의 모습이 나타난다. 그리고 나중에 큰 태풍이 오면서, 마을에 폭풍우가 몰아치는 날이 오는데, 그게 마지막 시간이다. 영화의 3부 구성은 화재가 발생한 날부터 폭풍우가 몰아치는 날까지의 시간을 3번 보여준다. 같은 시간에 일어난 사건을 각각 다른 인물의 시선으로 보여주는 건데, 이를 통해서 서서히 사건의 진행, 이야기의 비밀이 밝혀져서 진실이 드러나면서 관객에게 긴장감과 즐거움을 부여할 수 있는 구성이다.

동일한 시간대가 3번 진행되는 만큼, 동일한 사건을 여러 번 보여주기도 하는데 그때마다 카메라의 각도가 바뀌며 다른 인물의 시선임을 확인시켜 주면서도, 마치 동일한 사건임에도 아예 다르게 그 사건을 받아들이게 되는데 이때, 관객은 각 인물의 시선을 따라가게 되고 이때 관객이 매번 아주 자연스럽게 각 인물에 몰입할 수 있게끔 설계되어 있어, 부드럽고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다. 너무 짜임새가 훌륭하다.

거기에 각 구성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화재와 폭풍우라는 눈에 띄는 사건과 환경을 통해서, 특별히 설명하지 않아도 시간대가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을 관객이 쉽게 눈치챌 수 있고 영화의 이야기가 각 인물의 시선에서 전개되고 있음을 자연스레 받아들일 수 있게 되어있다.



반복되는 말

영화는 시작부터 돼지의 뇌라는 말을 한다. 이 말은 이후에도 계속 반복돼서 등장한다. 이렇게 동일한 문장과 단어가 영화 내내 여러 종류가 등장한다. 반복되는 문구는 관객에게도 인상 깊게 다가올 수밖에 없고 관객은 그 문구들을 곰곰이 되새겨 볼 수밖에 없다. 이를 통해서 자연히 이야기의 주제에 대해서 관객은 고민하게 된다. 거기에 반복되는 말들이 독특하고 강렬해서, 그 말들을 중심으로 관객은 이야기를 받아들이고 이해하게 되는데, 각 단어들이 가지는 뉘앙스가 영화가 하고자 하는 주제에 영향을 주며, 관객은 이를 토대로 영화의 주제를 받아들인다. (예를 들면, 돼지의 뇌, 새로 태어나다, 나는 불쌍하지 않아, 괴물 등)

이런 강조된 단어들은 관객에게 주는 일련의 가이드와도 같아서, 영화가 하는 말을 더욱 쉽게 들을 수 있게 해 준다. 비슷한 예로, 영화에서 신발 한 짝을 많이 비추는데, 신발을 한 짝만 신은 걸 클로즈업하기도 한다. 영화는 상징과 은유로 삼고 있는 소재들을 의도적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강조하여, 관객의 이해를 돕는다.


음악

사카모토 류이치가 영화음악에 참여하였는 바, 사카모토 류이치 특유의 감성이 배경음악에서도 느껴지고 류이치의 음악을 좋아하던 사람이라면 더더욱이 그 감성을 깊게 누릴 수 있는 영화이다. 개인적으로는 시각적 효과보다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음향 효과인데, 음향 효과 중 하나인 영화 음악을 사카모토 류이치가 담당했다는 건 영화의 예술성에 꽤 큰 영향을 준다.

영화에 엔딩 장면에 삽입되어 있는 음악은 무엇보다도 강렬하면서도 부드럽게 그 환상적인 장면을 대변해주고 있고 장면에 상당한 설득력을 부여한다.

개인적인 생각에 영화가 마지막에 다다를수록 드러나는 두 소년의 비밀은 마음 깊이 공감하기는 어려운 문제다. 이성적으로는 이해할 수 있다. 충분히 머리로는 그들의 고뇌와 힘듦을 이해한다. 하지만, 일반적인 사람들은 그들과 동일한 경험을 해볼 수 없고, 유사한 경험도 하기 어렵다. 자신이 겪어보지 못한 것을 마음 깊이 공감한다는 건 상당히 어려운 일이라 생각한다. 그런 일들에 대해선, 대신에 우린 이성적으로, 머릿속에서 이해할 수 있을 뿐이고, 소설과 영화등 창작물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이해해 볼 뿐이다.

그래서 결국, 보통은 미나토가 겪은 혼란에 대해서 우린, 공감하는 게 아니라, 이해할 뿐일 것이다. 그런데, 이때 사카모토 류이치의 음악이 기능한다. 음악은 머리로 이해하는 게 전혀 아니다. 음악은 온몸으로 느끼는 예술이니까. 미나토가 겪는 혼란이, 극적으로 전개되고 엔딩으로 다다르는 동안, 흘러나오는 음악이 관객의 가슴을 끊임없이 요동치도록 흔들어낸다. 그렇게 관객은 머리로 이해하는 게 아니라, 가슴이 울리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렇게 단순히 이야기로 볼 땐 이성적으로 이해하고 끝날 것이, 음악으로 인해서 가슴이 울리게 되고 관객은 가슴으로 그들의 혼란을 공감하게 된다.

그래서 이 영화는 독특하게도, 왜 슬픈지 모르면서도 눈물을 흘리는 경험을 하게 된다.(그런 경험을 했다는 후기들이 많더라)

영화는 종합예술이라는 걸 확실히 이해할 수 있다.


영화의 주제나 상징 같은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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