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에 대해.
조그만 섬에 유일한 서점.
그곳을 운영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
섬에 있는 서점이다.
까칠하고 과묵하며, 책의 취향도 다소 까다로운 서점 주인. A.J. 피크리란 남자가 주인공이다.
재미있게 읽었지만, 가벼우면서 쉬운 그렇게 따스한 이야기. 그렇지만 생각하거나 말할 거리가 많지는 않아서 감상을 따로 남기지는 않았던 책이다.
이 소설은 피크리라는 남자의 시점에서 시간 순으로 전개된다.
까칠한 그는 섬에서 서점을 운영하지만 섬 출신이 아니다. 섬 출신인 아내를 따라 이곳에 와 서점을 꾸렸고, 우연한 사고로 아내와 사별한 직후가 소설의 시작 지점이다.
그는 삶 앞에서 무기력하고 까칠하다. 아내를 잃은 지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섬 사람이 아닌 그는 아내의 부재로 인해 섬에서 더욱 고립감을 느낀다. 이웃이 있지만 약간의 거리감이 있어 외로움이 스민다.
그에게 사건이 닥친다. 그가 노후 자금으로 아껴두던 귀한 책이 도난당하고, 누군가 서점 앞에 갓난아이를 버리고 간 것이다.
이 두 사건은 피크리의 삶에 대한 의지를 다시 다지게 한다. 노후 자금의 손실은 금전적 곤란, 즉 현실적인 이유로 그를 서점 운영에 매달리게 하고, 갓난아이는 그에게 다시 삶의 이유가 되어줄 뿐 아니라 이웃과의 연결고리가 된다.
버려진 여자아이. 그 아이를 피크리가 맡아 키우기로 결정하는 순간, 그의 인생은 급격히 바뀐다. 잃어버렸다고 믿었던 가족이 불현듯 생기고, 작은 섬의 사람들은 아이를 길러본 적도 없는 홀로 사는 남자가 여자아이를 키운다는 소식에 잔잔하던 일상에 생기를 얻는다.
여자아이가 계기가 되어 새로운 사랑을 만나고 가족을 꾸리며, 아이가 학교에 다니고 함께 살아가는, 어쩌면 아주 평범한 이야기가 이 소설의 전부다. 서사는 피크리가 마지막에 자연스레 죽음을 맞아 더 이상 서점을 운영하지 못하게 되는 순간까지 이어지며, 한 인간의 삶 전체를 조망한다.
작가는 인간의 삶을 다정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듯하다. 섬 사람들은 특별히 악하거나 기이하지 않다. 부도덕한 인물이 한 명쯤 등장하지만, 그렇다고 그가 극악무도한 악인은 아니다. 그래서 이 소설의 결은 부드럽고 따뜻하다. 평범하고 선한 사람들이 사는 작은 시골 섬에서 펼쳐지는 잔잔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몇몇 사건이 등장하고, 예상치 못한 지점에서 미스터리 추리물처럼 비밀이 밝혀지며 독자의 흥미를 자극하기도 하지만, 그마저도 극도의 긴장감으로 밀어붙이지는 않는다. 아주 옅은 긴장감이 깔려 있을 뿐이다.
그렇기에 이 소설은 사랑과 온기를 느끼게 하고, 아이를 향한 애정 또한 일깨운다. 잔잔하게 따뜻하다. 선선한 가을, 작은 모닥불 앞에 앉아 있는 듯한 온기랄까.
이 책에는 영문학 작품이 다수 등장하므로, 영문학에 익숙한 독자라면 더욱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각 목차마다 피크리가 아이에게 남긴 편지가 실려 있고, 목차 제목이 영문학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는 등 이 책만의 특징도 있지만,
나는 이 이야기의 독특한 지점을 나만의 관점으로 짧게 짚어보고자 한다.
소설을 읽으며 머릿속 한켠에서 맴돈 생각은 취향에 관한 것이었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취향이 있다. 취향이 없는 사람은 없다. 무던해서 기복이 없거나, 긍정적이라 웬만한 것을 기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라도 취향은 있다. 그런데 의외로 우리는 취향을 그리 중요한 요소로 여기지 않는 듯하다. 이를테면 누군가에게 이상형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과연 “취향이 같은 사람”이라고 답하는 이가 얼마나 될까? “취미가 있는 사람” 혹은 “취미를 공유할 수 있는 사람” 정도는 나올지 모르겠다. 이마저도 아주 높은 비율은 아닐 것 같다만.
피크리는 순문학만을 고집하는 다소 고지식한 취향의 소유자다. 출판사 여성이 가장 좋아한다고 한 책을 읽고 나서 그는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책이라는 요소가 그들을 잇고 맺어준다. 그들이 키우는 아이 또한 서점에 사는 아이답게 책에 깊은 관심을 품게 된다.
이웃으로 등장하는 주요 인물로 경찰이 있는데, 그는 처음엔 책과 거리가 멀었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며 독서에 눈을 뜬다. 피크리 가족과 얽히며 책을 접하게 된 그는 결국 서점에서 가장 큰 독서 모임을 이끄는 데 이른다. 책, 소설, 서점. 피크리의 이러한 취향을 함께 향유하고 스스로의 취향으로 받아들이며 그는 가까운 지인이자 친구, 이웃이 된다.
취향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 함께 향유할 수 있다는 것. 그런 것이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듯하다. 꼭 사랑하는 연인이 아니더라도, 친구, 이웃, 가족 사이에서도 마찬가지다.
반드시 취향이 같을 필요까지는 없다. 같다면 더 좋겠지만, 다르더라도 상대의 취향을 이해해 보려는 시도는 언제든 가능하니까. 어쩌면 사소해 보일 수도 있는 그런 배려들이 사람 사이의 관계를 천천히 단단하게 만들어 주는 듯하다.
이것이 이 책을 통해 내가 얻어낸 나만의 고유한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글을 쓰고 읽는 이들은 모두 공감하지 않을까. 어떤 이야기를 깊이 몰입해 감명 깊게 읽거나 보았을 때, 그 감정을 누군가에게 실컷 떠들어 털어놓고 싶은 욕구를 느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사람. 때로는 함께 공감해줄 수 있는 사람. 그런 관계의 소중함, 그리고 취향의 중대함을.
낭만적이고 따뜻한 이야기의 서점이야기. ‘섬에 있는 서점’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