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글쓰기란.

내가 나를 확인하는 방법.

by SueSue

[오늘은 날씨가 좋았다.

친구들과 고무줄놀이를 했다.

참 재미있었다.]


[오늘은 추웠다.

저녁에 군고구마를 먹었다.

참 맛이 있었다.]


국민학교 (지금은 초등학교) 방학 숙제로 쓰던

나의 일기 내용 중 하나이다.


다른 방학 숙제로는 독후감 쓰기가 있었다.

두세 권의 책을 읽고 독후감 쓰기.


당시 원고지 2~3장으로 분량도 정해져 있었는데,

그것도 나에게는 무척 어려운 일이었다.

내 능력 밖의 일이었다.


템플 그랜딘이 지은

'나는 그림으로 생각한다.'

이 제목만큼 내 상태를 잘 표현해 주는 건 없었다.


어린 나도 이미지로 생각했다.

머릿속에 떠오른 이미지들은 서로 연결되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순식간에 스쳐 지나갔다.

언어로 표현하려면 하루 종일 걸릴 것들이었다.


그것들을 누군가에게 말로 표현해야 할 이유도

길고 비효율적인 단어와 문장들을 손으로 쓰면서까지

흔적으로 남겨야 할 필요도 느끼지 않았다.


늦은 나이에 외국어를 익힌다는 핑계로

다른 나라에 지내러 갔을 때까지도 내 상태는 크게 변한 것이 없었다.

선생님에게 자주 했던 말은

"제 생각은 너무 추상적이라 말로 표현하는 게 어렵습니다."였다.

선생님이 얼마나 난감했을지....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사람일수록

언어를 빠르게 습득한다는 것도 그때 알았다.

나는 매우 느린 학생이었다.


인생의 절반이 지난 지금

수많은 경험을 하고 머릿속에 피어오르는 생각들을

말이나 글로 표현하지 않으면 못 견디는 일들이 생겼다.

많은 사람들이 그런 것 같다.


나 혼자만 느끼고 바람에 흩날려버린다고 생각하면

약간 속상할 것 같은 것들.


즐거운 것들은 즐거운 글로 나온다.

슬픈 것들은 슬픈 글로 나온다.

아름다운 것들은 글 속에서 아름답게 다시 피어오른다.


그래서 나는 가끔 글을 쓴다.

내가 나의 존재를 확인하는 방법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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