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기가 아토피라니요

생후 8개월, 아토피 진단을 받다

by 아리

태어난 지 2주 정도 되었을 때, 아기에게 태열이 나타났다. 곱디고운 얼굴에 오돌토돌한 열꽃과 함께 붉은 기운이 올라왔다. 모든 가족들이 아기의 태열을 염려하며 여러 치료 방법을 제안했다. 나 역시 새벽까지 '아기 태열'을 검색하며 대부분의 글을 다 읽어댔다. 조리원에서 온도를 높게 설정한 탓이라고 생각하고, 집에 와서 시원하게 입혔지만 몇 달째 태열은 사라지지 않았다. 머리에도 딱지가 생기며 '지루성 두피염'까지 추가되었다. 다행히 두피는 금방 좋아졌다.

백일 즈음 태열이 사라지고 '아기 피부' 시절이 이어졌다. 어떻게 사진을 찍어도 예쁘게 나오던, 행복했던 시절.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침독'의 시대가 시작됐다. 하루 종일 많은 양의 침을 흘리던 우리 아기는 턱과 양 볼이 매일 붉었다. 불그스름한 볼이 귀여움을 더해주긴 했지만, 자세히 보면 흉터가 가득해서 가족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아기를 들여다보다 한마디씩 거들기도 했다. 나는 또다시 '아기 침독'을 검색해 나온 글의 대부분을 읽었다.



생후 8개월인 지금까지, 아기의 침독은 계속되고 있다. 그 사이 소아과를 몇 번 다녀왔지만 마땅한 해결책은 없었다. '성인도 저만큼 침 흘리면 침독 생겨요', '보습을 잘해주세요' 정도의 이야기와 함께, 별 것 아니니 걱정 안 해도 된다는 심심한 위로. 하지만 그 어떤 위로도 아픈 아기를 둔 엄마의 마음을 안심시킬 수 없었다. 지난주에는 밤새 이불에 턱을 긁어, 이불과 옷이 온통 피투성이 되기도 했다.

내 근심 걱정을 들은 친구가 친한 소아과 전문의에게 우리 아기 사진을 보여주며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물어봐주었다. 선생님의 말씀은 명료했다.

'아토피 맞아'

그동안 마음 한편에 '혹시 아토피 아닐까'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전문가가 명쾌하게 정의해주니 도리어 마음이 편해졌다. 나 역시 어린 시절 경증의 아토피를 겪었으며 성인이 된 이후에는 비염을 달고 살았기에 아토피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은 없다. 내가 아는 질병이니, 해결책도 쉽게 찾을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




하지만 문제는 아토피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다. 내가 아기에게 아토피를 물려줬다는 죄책감. 남편은 아픈 곳이 없는 건강체질이지만, 나는 잔병치레가 많은 사람이고 환절기 그리고 아침마다 콧물을 흘리는 파워 비염환자다. 30대가 되어서는 고양이 알레르기, 먼지 알레르기, 꽃가루 알레르기가 심화되어 꽃놀이를 가면 애써 콧물을 숨기며 사진을 찍곤 한다. 이런 불편함을 내가 겪는 것은 이제는 당연하고, 익숙한 것이다. 하지만 이 불편함을 우리 아기가, 평생, 나 때문에 겪는다고 생각하면 이만한 죄책감이 또 없다.

나는 죄책감에 면 100%의 시원한 여름옷, 보드라운 밤부 손수건 20장, 보드라운 소재의 쿨매트, 보드라운 소재의 목욕 수건, 방의 공기를 순환시켜 줄 서큘레이터를 구매했다. 그리고 먼지를 최소화하기 위해 내가 아끼는 인형 중 털이 긴 인형들을 처분했다. 주말에 아기방을 깨끗이 청소하고, 시간마다 얼굴에 크림, 바셀린, 연고를 돌아가며 발라준다. 그동안 남편 몫으로 두었던 아기 목욕은, 매일 혹은 하루에도 여러 번 해야 되므로 나의 몫이 되었다. 나는 또다시 '아기 아토피'를 검색해 나오는 많은 글들을 읽고, 아토피 아기를 키우는 엄마들이 모여 있는 카페에 가입하고, 등업까지 했다. 아토피라 정의되는 순간부터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하고 있다.




'아기 아토피' 검색 결과를 찬찬히 보다 보면, 내가 하는 것들은 아무것도 아니다. 용하다는 선생님이 있는 소아과라면 몇 시간 거리라도 달려가고, 시중에 나온 모든 크림, 연고를 발라보고 하루에도 몇 번씩 목욕을 씻기는. 모든 노력을 갈아 넣는 많은 엄마들이 존재한다. 다른 질병보다도, 더 내 탓을 하게 되는 아토피라는 질병의 무서움은 이런 것이다. 노력해도 당장 나아지지 않고, 좋아지는 듯하다가 다시 나빠지며,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한 마디씩 거들며, 가끔은 엄마 탓을 대놓고 하기도 하는. 혼자만의 죄책감만으로도 충분한데 타인들의 잔소리마저 듣기 쉬운 질병.

그럼에도 나는 죄책감과 두려움을 덜고, 아토피를 이겨내 보려 한다. 이겨낸다는 표현도 하고 싶지 않다. 평생 완치되기 어렵다면 그대로 데리고 살지 뭐. 다만 우리 아기의 얼굴에 상처로 남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하고, 누군가가 말과 행동으로 상처를 줘도 아기와 내가 그대로 상처 입지 않도록 마음을 다독이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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